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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 단장들에게 대놓고 물었다 "KBO, 어떻게 생각해?" [김재호의 MLB돋보기]
입력 2019-02-21 06:00  | 수정 2019-02-21 09:50
지난 20일(한국시간) 열린 캑터스리그 미디어데이. 애리조나에서 스프링캠프를 하는 15개 팀 감독과 단장이 모두 모였다. 사진(美 글렌데일)= 김재호 특파원
[매경닷컴 MK스포츠(美 글렌데일) 김재호 특파원] 지난 몇년간 적지 않은 수의 한국프로야구 출신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의 문을 노크했다. 일부는 성공했고, 일부는 쓰디 쓴 실패를 맛보고 돌아갔다. 교류가 많아지면서,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KBO리그를 바라보는 시각도 변했다. KBO리그 경기장에서 메이저리그 스카웃들을 보는 것은 더 이상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메이저리그 단장들은 한국프로야구, 한국 야구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마침 지난 20일(한국시간), 여러 구단 단장들에게 그 생각을 물을 기회가 있었다. 글렌데일 시빅 센터에서 열린 캑터스리그 미디어데이에 애리조나에서 스프링캠프를 진행하는 15개 구단 단장이 모두 모였다. 이들중 일부에게 직설적으로 물었다. 한국프로야구,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수준은 더블A와 트리플A 사이?
"아주 공격적인 리그!"
제리 디포토 시애틀 매리너스 단장은 기자의 입에서 KBO라는 단어가 나오자마자 미소와 함께 이같은 말을했다. 그는 "거의 PCL(Pacific Coast League, 트리플A 리그 중 하나)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PCL은 고지대나 건조 지대를 연고지로 하는 팀들이 많아 공격적인 리그로 이름이 나있다.
KBO리그를 직접 본적은 없다고 밝힌 디포토는 "우리는 데이터를 평가할 때 투수 성적에 너무 얽매이지 말고, 타자의 성적도 약간 높게 나오는 것을 참고하도록 하고 있다. 단 어떤 레벨이든 스트라이크존에 대처하는 능력은 중요하게 보고 있다. 그것은 변하면 안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KBO리그 수준을 묻는 질문에 다시 한 번 PCL의 이름을 꺼냈다. "PCL과 아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공격적인 성향이 강하고, 재능 있는 선수들이 많다"며 한국프로야구의 수준에 대해 말했다.
데이빗 스턴스 밀워키 브루어스 단장은 "아주 좋은 리그라 생각한다. 더블A와 트리플A 중간 수준의 리그라 생각한다. 아주 좋은 리그"라며 KBO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한국에서 MVP를 수상한 에릭 테임즈에게 3년 계약을 안겨줬던 그는 "에릭뿐만 아니라 많은 선수들이 한국에서 성공하고 미국에서도 성공하는 것을 봤다. 그러면서 더 자신감을 얻고 수준 있는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전세계에 좋은 선수들이 많고, 특히 한국에도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한국에 재능 있는 선수들이 많음을 인정했다.
직접 비교를 거부한 단장도 있었다. 마이크 헤이젠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단장은 "정확한 매치업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잘라 말했다. SK와이번스에서 뛰었던 메릴 켈리를 영입한 그는 "미국에서 하는 것처럼 똑같은 방식으로 한국에서도 선수들을 평가한다. 켈리는 그의 구위와 레파토리가 좋다는 평가를 받았다. 공격적인 리그에서 좋은 매치업을 보여줬다. 특히 스카웃들이 그의 구위를 높게 평가했고, 한국에 가기 전 탬파베이에 있을 때도 눈여겨봤다"며 영입 배경을 설명했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최소한 스카웃을 경기장에 파견, 한국프로야구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잠실구장을 찾은 스카웃들의 모습. 사진= MK스포츠 DB

지켜보고 있다
KBO리그에 대한 생각은 제각각이었지만, 공통점은 한국 야구를 눈여겨보고 있다는 것이다. 현장에 스카웃을 파견하는 것은 물론이고 다양한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연결 고리를 확보한 팀들도 있다. 매리너스의 경우 스프링캠프 훈련지인 피오리아 스포츠 컴플렉스를 한국 구단들에게 빌려주고 있다. 디포토 단장은 "리그뿐만 아니라 개별 팀과도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 구단 시설을 공유하는 팀들도 있는데 그들을 통해서도 정보를 얻으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적 연결고리가 있으면 더 확실하다. LA다저스는 그런 면에서 가장 유리한 팀이다. 앤드류 프리드먼 사장은 "스카웃을 파견하고 있지만, 류현진도 정보 수집에 도움을 주고 있다"며 웃었다.
이런 연결고리가 없는 팀들도 최소한 인력을 파견해 직접 지켜보도록 하고 있다. 데이튼 무어 캔자스시티 로열즈 단장은 "한국 야구, 한국 선수들에 대한 존경심을 갖고 있다. 그들의 플레이와 열정을 사랑한다"며 "동아시아 지역에 파견한 코디네이터를 통해 정상급 선수들을 평가하고 있다. 캔자스시티에 한국 선수를 데려올 수 있는 날이 꼭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프로야구만 지켜보는 것은 아니다. 고교야구도 관심 대상 중 하나다. 꼭 고등학교를 졸업한 선수를 바로 데려오겠다는 뜻은 아니다. 디포토 단장은 "스카웃들은 어린 고교야구 선수들을 더 많이 지켜보고 있다. 그들이 한국프로야구를 택할 것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있지만, 최대한 그들을 일찍 추적해 많은 기록을 축적하려고 노력중"이라고 설명했다.
류현진의 성공을 목격한 프리드먼 사장은 한국프로야구 출신 선수들이 빅리그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사진= MK스포츠 DB

한국에서 통하면, 빅리그에서도 통할 수 있다
빅리그 구단들이 한국야구에 대해 꾸준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은, 성공한 역사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밀워키와 3년 1600만 달러에 계약한 테임즈는 지난 시즌에는 부상과 부진으로 고생했지만, 2017년에는 31개의 홈런을 때리며 두각을 나타냈다.
그런 모습을 지켜 본 스턴스 단장은 "우리뿐만 아니라 이 업계 전체가 마찬가지다. 다른 리그에서 성공한 선수가 적응에 성공한 모습을 봤다면, 모두가 다른 나라에서 선수들을 찾는 것에 고무될 것"이라며 KBO리그 출신 선수가 성공하면, 그만큼 리그에 대한 관심도 많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프리드먼 사장도 이에 동의했다. 류현진의 성공을 직접 지켜본 그는 한국프로야구를 "아주 강한 프로 리그"라 칭하면서 "많은 재능 있는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 와서 성공을 경험할 수 있다"며 류현진이 성공한 것처럼, 다른 선수들도 빅리그에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어 단장은 "메이저리그는 모두가 알고 있는 것처럼 세계 최고 리그고, 최고 선수들이 뛰고 있다. 한국 선수들도 이곳에 와서 잘하고 있다. 미래에 더 많은 선수들이 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며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greatnemo@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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