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뉴스추적] 한일관계 '급랭'…갈등의 골 깊어지나
입력 2019-02-16 19:30  | 수정 2019-02-16 20:09
【 앵커멘트 】
지난해 말 '한일 초계기 갈등'부터 문희상 국회의장의 '일왕 사과 요구 발언'까지 한일 관계가 점점 굳어지고 있는 것 같아 걱정이 됩니다.
외교부 출입기자와 함께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연장현 기자!


【 질문 1 】
연 기자, 문희상 의장 발언의 여파가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 모양새입니다.

【 기자 】
문 의장의 발언이 이처럼 큰 파장을 일으키는 것은 '일왕'을 거론했기 때문입니다.

먼저 이번 문 의장의 '일왕 발언' 관련 개요를 정리해보겠습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 중 한 분인 고 김복동 할머니의 별세 이후,

지난 8일 문 의장이 미국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아키히토 일왕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고노 일본 외무상이 이틀 뒤, "2015년 말 한일 간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완전히 해결됐다"면서 "제대로 알고 발언하라"고 응수하며 갈등에 불을 지폈습니다.

아베 일본 총리도 문 의장의 사죄와 발언 철회를 촉구했습니다.


▶ 인터뷰 : 아베 신조 / 일본 총리 (지난 12일)
- "정말 놀랐습니다. 대단히 부적절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극히 유감이며…."

하지만 문 의장은 일측의 반응을 일축하며 "합의서 개수와 상관없이 피해자의 마지막 용서가 나올 때까지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 질문 2 】
그런데요. 일왕이 일본에서 어떤 존재이기에 일본 내에서 이렇게들 치를 떨고 있는 건가요?

【 기자 】
일본 내에서 '천황', 즉 하늘의 뜻을 받은 황제라 불리는 '일왕'은 일본의 군주이자 황실의 대표자입니다.

정치적 실권은 없지만, '인간신'으로 군림하면서, 일본 국민 통합의 상징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현재 125대 일왕인 아키히토의 아버지는 한반도 식민통치 절정기 당시 일왕이었던 히로히토입니다.

문 의장도 이를 의식한 듯, "전쟁범죄 주범의 아들인 아키히토 일왕이 피해 할머니들의 손을 잡고 사과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 질문 3 】
일본 입장에서는 일왕을 건드린 문제를 반한 감정 등 정치적으로 이용할 소지도 충분해 보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일왕을 직접 언급하며 한국과 일본이 말다툼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죠?

【 기자 】
직설화법으로 인한 한일 간 갈등 중 대표적인 사례가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버르장머리' 발언입니다.

김 전 대통령은 1995년, 지금의 광화문광장 자리에 있던 조선총독부 건물을 철거한 데 이어, "일본의 버르장머리를 기어이 고치겠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당시 일본 총무청 장관의 "식민지 시절 일제가 한반도에 좋은 일도 했다"는 망언에 대한 반발이었죠.

이명박 전 대통령도 2012년 광복절을 앞두고 독도를 방문해, "일왕이 한국을 방문하려면 독립운동가에게 사죄하라", "통석의 염, 그러니까 통렬한 반성 정도의 표현을 쓰려면 오지 말라"고 강하게 발언한 적도 있습니다.

이후 일본 내에서는 우익단체를 중심으로 반한·혐한 감정 등이 불거졌고, 당시 일본 정치권도 이를 교묘히 이용하면서 한일 간 갈등의 골이 한동안 깊어진 바 있습니다.


【 질문 4 】
어쨌든 한일 관계가 앞으로 계속 나빠지기만 한다면, 우리 입장에서도 좋을 건 없을 텐데요.
현명하게 풀어나갈 방법이 없을까요?

【 기자 】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 측의 진정성 있는 사과가 없었다는 문 의장의 발언 자체는 사실 틀린 게 없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실제로 2016년 아베 총리는 위안부 피해자들에 "사과 편지를 보낼 생각이 털끝 만큼도 없다"라고 발언을 했을 정도니까요.

하지만 정치9단으로 평가되는 문 의장이 외교적이라기보다는 다소 감정적인 이런 발언을 내놓은 이유가 뭔지를 놓고는 해석이 엇갈립니다.

일각에선 할 말을 했다는 평가지만, 외교전문가들 사이에선 다소 비판적인 목소리도 나옵니다.

▶ 인터뷰(☎) : 양기호 /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
- "일왕까지 끌어들여서 확산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지금 일왕은 평화주의자이고 어떤 면에서는 아베 수상과 각을 세우면서까지 헌법 개정 자체에 대해서 탐탁지 않게 여기는…."

이 때문에 감정적인 대응보다는 문제 해결을 위한 다소 냉정하고, 객관적인 자세가 양국 모두에게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 앵커멘트 】
북한의 비핵화 과정에서 주변국의 동의를 이끌어내야 하는 등 일본은 어쨌튼 우리와 함께 해야할 할 이웃이자 외교 파트너입니다.
서로를 헐뜯고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보다는 차분한 대응과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으로 경색된 관계를 풀어나가는 것이 현명하겠죠.
연장현 기자, 오늘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영상편집 : 윤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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