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파산 먹튀?' 수억 외상 '먹튀'에 멍드는 가락시장…당국은 '나 몰라라'
입력 2019-01-25 19:30  | 수정 2019-01-25 20:57
【 앵커멘트 】
국내 최대 농수산물 도매시장인 가락시장 중간 도매상인들이, 이른바 거래처 마트들의 '파산 먹튀'로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알음알음 외상 거래를 하다 파산 신청을 하고, 다시 이름만 바꿔 새로운 회사를 세워 다시 거래를 하는 게 관행이 되면서 피해가 커지는 건데요.
이런 관행을 바꾸겠다던 당국은 몇 년째 나 몰라라 하고 있습니다.
우종환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 기자 】
"4·5억 돼요 4·5억. 당한 게."

"5억 정도 뜯긴 거 같아요."

새벽 시간, 인부들이 바쁘게 물건을 싣고 상인들은 외상 장부를 적습니다.

마트에 외상으로 물건을 대주는 한 중간도매상인은 1년 전 일을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물건을 대량 납품받은 한 마트가 갑자기 파산 신청을 했다며 돈을 못 주겠다고 통보한 겁니다.


▶ 인터뷰 : A 중간도매상인
- "갑자기 파산신고 해버린 거예요. 그것도 신정 쇠자마자 2일 날…저희는 모르고 있다가…."

같은 마트에 당한 도매상은 한둘이 아닙니다.

▶ 인터뷰 : B 중간도매상인
- "전화도 엄청 했는데 안 되고 가면 전화도 안 받고 매장까지 갔었는데, 안 되더라고 사장도 안 만나주고."

고의 파산이 의심돼 경찰에 신고했지만,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됐습니다.

이렇게 이른바 '먹튀'를 하는 마트는 이곳이 전부가 아닙니다.

한 중간도매상인의 가게에 가보니 여러 마트로부터 떼먹힌 외상 소송 서류만 한 무더기 쌓여 있습니다.

미수금 청구 소송을 내 이긴다 해도 실제로 받는 돈은 거의 없습니다.

폐업 신고를 한 뒤, 같은 자리에 새 법인을 만들고 지인을 대표로 앉히면 책임이 없어지는 점을 악용한 겁니다.

▶ 인터뷰 : C 중간도매상인
- "법원 소송해서 판결받았는데 가면 그 사람(대표)은 있어요. 근데 법적으로 아들 명의로 바꿔놔서 받을 방법이 없는 거예요. 카드 압류를 한다거나 이럴 방법이 없다는 거죠."

통계에 따르면 가락시장을 포함해 가게마다 4번 가운데 한 번꼴로 외상 떼먹기를 당하는 걸로 조사되기도 했습니다.

▶ 스탠딩 : 우종환 / 기자
- "이렇게 물건을 먼저 떼준 뒤 별도 담보 없이 계산서만 써주고 돈을 나중에 받는 방식이 20년 넘게 이어져 왔는데요. 이런 외상 거래 방식이 바뀌지 않는 한 피해는 계속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상인들은 하소연합니다."

외상 거래를 중단하고 싶지만, 고객 이탈이 두려워 쉽게 엄두를 내기 어렵습니다.

▶ 인터뷰 : D 중간도매상인
- "다 다른 데로 가버리니까. 그 사람(고객)이…어쩔 수 없이 외상을 하는 거예요. 나 혼자 카드 한다고 됩니까?"

지난 2013년 가락시장을 관리하는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이런 외상 거래 관행을 바꾸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MBN 취재 결과 5년이 지난 현재까지 공사 측은 아직 자료 수집 단계라며 해결이 쉽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공사 측은 서울시가 추진하는 제로페이와 연계한 거래 방식 도입을 검토한다고 설명했지만, 갈 길은 여전히 멉니다.

MBN뉴스 우종환입니다. [ ugiza@mbn.co.kr ]

영상취재 : 김원 기자, 김근목 VJ
영상편집 : 서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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