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딜라이브, IHQ·큐브엔터 재매각 착수
입력 2019-01-22 17:37  | 수정 2019-01-22 19:54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와 있는 케이블 유선방송사업자(SO) 업체 딜라이브가 엔터테인먼트 자회사인 IHQ와 큐브엔터테인먼트를 매각한다. 딜라이브 대주주인 채권단 입장에서는 한류 콘텐츠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시점에서 엔터테인먼트 자회사를 매각해 투자금 일부를 회수할 수 있고, 딜라이브 자체적으로도 자회사를 털어내면서 보다 낮은 가격에 매각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포석이다. 시장에서는 한류 기대주 중 하나인 IHQ와 큐브엔터의 인수 후보자를 비롯해 딜라이브 인수를 검토 중인 KT와 SK텔레콤 등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울 전망이다.
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딜라이브 매각주간사인 삼일회계법인은 딜라이브 자회사인 IHQ와 큐브엔터의 분리 매각을 위해 사모펀드와 증권, 은행 등 IB 업계와 비공개 접촉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IB 업계 관계자는 "딜라이브 측이 지난해 매각을 중단했던 자회사 IHQ와 큐브엔터에 대한 재매각 작업을 시작했다"며 "분리 매각을 통해 투자금 일부를 회수하는 한편 1조원에 달하는 딜라이브의 몸값을 낮춰 보다 매각이 수월해지기를 기대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딜라이브는 IHQ와 큐브엔터 지분을 각각 45%, 30% 보유하고 있다. 옛 싸이더스에이치큐가 의류 생산 업체이던 상장사를 인수해 2004년 우회상장한 IHQ는 현재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다. 드라마 등 콘텐츠 제작사로 유명하며, 장혁 김하늘 김우빈 조보아 등 유명 배우와 개그맨 50여 명의 소속사이기도 하다.
연매출 1000억원대 초반으로 영업이익은 100억원대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1170억원의 매출과 8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코스닥 상장사인 큐브엔터는 조권 비투비 CLC 펜타곤 라이관린(워너원) 및 아이돌 가수 등의 연예인이 소속된 연예기획사다. 최근 아이돌 가수를 연달아 데뷔시키며 매출이 상승하고 있다. 2016년 매출은 195억원에 영업이익은 적자를 기록했지만, 2017년 매출 244억원을 올리면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에는 3분기까지만 250억원 매출에 영업이익 10억원을 기록하는 등 실적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다.
시장에서는 두 회사를 매각할 경우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감안해 약 2000억원의 투자금을 회수할 수도 있다는 시각이다. 이날 종가 기준으로 IHQ 시가총액은 2640억원(주당 1805원)이며, 큐브엔터는 1281억원(주당 4820원)이다. 매각가는 두 회사 시총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해 IHQ는 1500억원, 큐브엔터는 500억원 수준으로 추정할 수 있다.
IB 업계 관계자는 "IB 업계에서는 IHQ는 PD나 일부 배우 등 핵심 인력의 이탈 여부가 기업 가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리스크가 큰 업체로 분석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가수 중심의 큐브엔터가 인기가 더 높다"며 "딜라이브가 두 회사를 패키지로 매각할지, 분리 매각할지도 시장의 관심사"라고 전했다.
모회사 딜라이브는 이들 두 회사 매각에 성공할 경우 자체 매각가를 2000억원가량 줄이면서 보다 시장에서 주목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앞서 딜라이브 채권단은 2016년 7월 2조1000억원대 채권을 3년 만기로 연장했다. 2조원에 달했던 자금은 출자전환 등을 통해 1조3600억원 수준으로 낮아졌다. 올해 7월까지 매각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딜라이브를 인수할 잠재 후보군으로 알려진 KT, SK텔레콤 등 통신사를 비롯해 사모펀드인 IMM은 결단을 내리지 않고 있다.
딜라이브는 유료방송 업계 시장점유율 6.54%(회원 약 205만명)로 6위 사업자다. KT와 스카이라이프가 시장점유율 1위로 약 30%를 가진 상황에서 2~4위는 11~13%를 가진 SK브로드밴드, CJ헬로, LG유플러스 등 순으로 나타나고 있다. 차순위권 업체가 딜라이브를 인수할 경우 압도적인 2위로 올라설 수 있고, KT가 인수할 경우 시장 1위를 공고히 하면서 추격을 뿌리칠 수 있다. 특히 LG유플러스가 CJ헬로에 대한 인수를 검토하면서 기존 2위인 SK브로드밴드도 시장점유율 상향 추진을 검토할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케이블TV 업계에서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유료방송 업계 합종연횡에 대해 긍정적인 신호를 보낸 만큼 조만간 M&A 시장에 불이 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특정 업체 한 곳이 신호탄을 쏠 경우 연쇄적인 바람이 불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진영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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