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미북 협상 보안 지켜주는 건 `물`
입력 2019-01-22 09:21 
남북미 실무협상이 진행 중인 스웨덴 스톡홀름 인근 휴양시설 `하크홀름순트 콘퍼런스` [출처 = 연합뉴스]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북서쪽으로 약 50km 떨어진 휴양시설 '하크홀름순트 콘퍼런스'. 눈이 얼어붙은 깜깜한 산길을 한참 달려야 도착할 정도로 외진 데 위치한 이곳에 북한 비핵화 관련 남북미 실무협상 대표들이 모두 모였다. 2박3일 간의 합숙 담판이 이뤄진다는 소식에 세계 각국의 취재진 30여 명이 먼 길을 마다하고 몰려들었으나 논의 내용은 회동이 종료되기까지 극비리에 관리됐다. 정문에 총으로 무장한 스웨덴 경찰들이 삼엄한 경비를 하고 있고, 상공에 드론까지 띄워 감시하는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시설 전체가 말라렌 호수로 둘러싸여 정문을 통하지 않고는 접근조차 할 수 없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역사적인 6.12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이 열렸던 카펠라 호텔, 실무협상 장소인 하크홀름순트 콘퍼런스, 현재 미·북 정상이 숙박하거나 회담할 것으로 유력한 베트남 하노이의 JW메리어트 호텔 등은 모두 호수나 바다로 둘러싸인 '외딴 섬'형 호텔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에 미·북 비핵화 협상의 보안을 지켜주는 건 '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카펠라 호텔은 싱가포르 남부 센토사섬에 위치해 있다. 이 섬으로 통하는 길은 본토와 센토사섬을 연결하는 다리 하나가 유일하다. 이 다리만 차단하면 경호와 보안 관리가 대부분 가능하다. 연례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를 비롯해 최고 수준의 보안이 요구되는 국제 행사를 자주 치른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을 제치고 카펠라 호텔이 회담 장소로 선정된 것은 보안 유지와 경호에서 압도적 경쟁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싱가포르 카펠라호텔 전경. [출처 = 플리커]
실제로 회담 기간 동안 일본 NHK방송에서 약 100명, 영국 BBC방송에서 약 80명 등 전세계에서 날아온 총 2500여 명의 취재진이 싱가포르에서 열띤 취재 경쟁을 벌였으나 회담에서 논의된 내용은 공식 발표 전까지 철저히 비밀리에 부쳐졌다. 이번 2차 정상회담에서도 양국 지도자들의 신변 안전과 정보 보안이 최우선 사항인 만큼 비슷한 구조의 호텔이 적극 고려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2차 회담 장소로 유력시되는 베트남 하노이에선 카펠라호텔과 비슷한 구조를 가진 JW메리어트 호텔이 첫손에 꼽히고 있다. 인공호수와 인근 공원으로 둘러싸여 있어 경호가 용이하고 복잡한 도심과도 거리를 두고 있어 조용한 편이다. 1차 정상회담 때 이뤄져 화제가 된 '산책 회담'도 다시 재연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다. 각종 국제 행사가 열리는 베트남 국가전시회의센터, 베트남 국가회의센터(NCC)와도 가까워 최적의 장소로 꼽힌다. 이 때문에 지난 2016년 5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하노이에 방문했을 때 이 숙소에 묵기도 했다.
JW메리어트호텔 하노이 전경.
하노이와 함께 유력 후보지로 언급되는 베트남 중부 도시 다낭에선 토꽝 지역 내 다낭 썬 페닌슐라 호텔이 유사한 구조다. 토꽝 지역은 섬은 아니지만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반도 지형으로 경호와 보안에 비교적 유리하다. 한적한 해변을 끼고 있어 이곳에서도 양 정상 간 산책 회담이 가능할 것으로 추정된다.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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