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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현정의 직구리뷰]흐뭇한 어른동화 ‘증인’, 옥에티는 엔딩
입력 2019-01-22 07:45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
착하고 곧다. 일면 오글거리기도 하지만 그 마저도 사랑스럽다. 타협하지 않은 우직함이 대견스럽기도 하다. 앞만 보고 달리느라 미처 제대로 가고 있는 지 되돌아 볼 새도 없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 바로 ‘증인이다.
아픈 아버지를 위해 결혼도 미룬 채 오로지 일에 매진해 온 변호사 순호(정우성)는 신념을 접고 보다 속세적인 성공을 쫓아 대형 로펌에 가 신임을 얻게 된다. 그리고 한 살인 용의자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유일한 목격자인 지우(김향기)를 증인으로 세우려 하지만 알고 보니 지우는 자폐증을 앓고 있었다. 처음엔 어려움을 겪지만 점차 나이와 장애의 유무 차이를 넘어 지우와 소통하고 이해하게 된 순호, 그러나 예상치 못한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우리 사회의 문제들을 따뜻한 시선과 섬세한 연출로 풀어내 사랑 받아 온 이한 감독은 이번에도 자신의 세계로 관객들을 초대한다. 반항아 ‘완득과 오지랖 선생 ‘동주의 특별한 멘토링을 다룬 ‘완득이, 아무 말 없이 세상을 떠난 14살 소녀 ‘천지가 숨겨놓은 비밀을 찾아가는 ‘우아한 거짓말을 통해 다문화 가정, 학교 폭력 등 관계의 상처를 담아왔다면 이번엔 사건의 변호사와 목격자로 만난 두 인물을 통해, 그리고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한 어른의 성장기를 통해, 진정한 교감이 만들어 낸 선한 영향력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 지를 보여준다.
결코 가까워질 수 없는 두 인물이 점차 서로에게 다가가는 과정을 통해 특별한 감동을 자아내고, 자극적인 요소를 최대한 배제한 채 한 정성스럽고도 성실하게 걸음 한 걸음 나아간다. 그리고 이 과정에는 소소한 웃음과 잔잔하지만 묵직한 휴머니즘, 치열한 논리 싸움이 선사하는 긴장감도 있다.
근래 유독 거칠고 강렬한 캐릭터를 맡아온 정우성의 부드럽고 편안한 매력을 오랜 만에 만날 수 있다는 점도 관전 포인트. 자폐 소녀로 분한 김향기 역시 사랑스럽고도 맑은, 그러면서도 깊은 울림을 주는 연기로 기대 이상의 시너지를 낸다. 다만 후반부 클라이막스는 다소 현실감을 떨어트리는 무리수 전개로 극의 몰입을 반감시킨다. 이 작품의 유일한 옥에티.
당연한 것이 전혀 당연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우리 사회에서 꼭 필요한 가치에 대해 진정성을 담아 덤덤하게 풀어냈다. 미처 몰랐던 아픈 자아와, 병든 내면과 마주하게 할 기회를 선사한다. 좋은 사람,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우리 모두가 아는) 진리를 새삼 다시 깨닫게 하는, 마음을 여는 것보다 닫는 것에 더 익숙해진 모두의 마음을 감싸 안는 따뜻한 영화다. 2월 13일 개봉. 12세이상관람가. 러닝타임 129분.
kiki202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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