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親시장` 브라질 증시는 `삼바춤`
입력 2019-01-03 17:45  | 수정 2019-01-03 19:26
새해 벽두부터 2000선이 붕괴된 국내 증시와는 달리 브라질 증시가 연초부터 강한 상승세를 타며 '삼바춤'을 추고 있다. '사회주의에서 해방'을 외치는 친시장 성향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63) 취임에 브라질 증시가 환호한 결과다. 국제유가 하락과 강달러 압박 등 불안한 대외 환경이 브라질 경제와 증시를 짓누르고 있지만 시장 개혁에 대한 기대감 등 대내 여건이 증시 상승세를 견인하고 있다는 평가다.
2일(현지시간) 브라질 보베스파 증시는 전 거래일 대비 3.56% 급등한 9만1012.31로 장을 마감했다. 브라질 증시가 종가 기준으로 9만선을 돌파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민영화 대상으로 거론된 국영 전력회사 엘레트로브라스 주가가 20.72% 오르며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브라질 증시에서 비중이 큰 자원·에너지주와 금융주도 일제히 강세를 나타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브라질은 투자자들에게 그다지 매력적인 시장으로 부각되지 못했다. 5월 말 트럭 운전사들이 파업한 이후 물류망이 마비되면서 주가가 급락하는가 하면 달러 강세 여파로 헤알화 가치가 폭락하며 자본 유출 위기를 맞기도 했다. 여기에 대선을 앞두고 후보자들이 난립하면서 시장 불안이 가중되자 투자자 외면이 계속됐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대선 이후 분위기가 달라졌다. 새 정부가 잇따라 친시장 정책을 발표하면서 시장 기대치를 한껏 끌어올리고 있다. 원자재 가격 하락, 달러 강세 압력 등 대외 불안 요인을 연금개혁 등 대내 정책 추진력 강화로 극복하는 모양새다. 실제 브라질 증시는 브라질 대통령 당선자 윤곽이 나온 10월 8일부터 이날까지 10.56% 급등했다.

연금개혁과 공기업 민영화, 조세제도 간소화를 새 정부 정책 3대 축으로 제시한 보우소나루 행정부는 시장에 적극적인 경제개혁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보우소나루 정부의 경제 분야 정책에서 사실상 전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이는 파울루 게지스 경제부 장관은 "평균 이틀에 한 번꼴로 새로운 정책을 발표할 것"이라며 "대부분 제도 간소화와 규제 완화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보우소나루 행정부가 추진하는 브라질 경제정책은 공공부문 축소에 방점이 찍힐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소유 부동산 매각과 공기업 민영화를 통해 공공부채를 상환하고, 공무원 감축 등 공공지출을 최대한 억제하겠다는 방침이다. 보우소나루 정부는 강도 높은 재정건전성 강화 방안을 앞세워 취임 1년 내 기초 재정수지 적자 해소와 2년 내 흑자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업성에 대해 제로베이스를 기준으로 해서 신규 예산을 편성하는 '제로베이스 예산제도' 도입 여부도 시장 이목을 끌고 있다.
브라질 새 정부의 최대 현안으로 꼽히는 연금개혁 역시 만성적인 재정적자 완화와 브라질 경제체질 개선을 가져올 것이란 기대가 높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은 국가 예산의 43%를 차지하는 브라질 연금 문제를 지적해 왔다. 보우소나루 행정부는 연금 수급 연령을 높이는 대신 납부 기한을 늘리는 연금개혁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다만 새 정부의 향후 개혁 정책 실현 여부를 유심히 살펴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브라질 정치에선 정당 간 연합이 중요한데 극우 성향의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사회 통합을 이룰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유준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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