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주택담보대출 급증에…5대 은행 가계대출 570조원 돌파
입력 2019-01-03 17:43  | 수정 2019-01-03 19:59
전례 없이 뜨거웠던 부동산 시장 열기 때문에 지난해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570조원을 돌파했다. 1년 새 42조원 넘게 늘어난 것이다. 3일 매일경제가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을 취합한 결과, 총 570조3635억원으로 전년 말 528조3079억원보다 42조556억원 증가했다. 늘어난 금액만 보면 2017년 1년간 증가액인 27조3849억원의 1.5배에 달하는 규모다.
대출이 증가한 요인으로는 부동산 경기 활황을 탄 주택담보대출 급증을 꼽을 수 있다. 지난해 증가한 5대 은행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27조3195억원으로 전체 가계대출 증가액의 64%에 달했다.
지난해 서울 집값이 평균 10.4%나 뛸 정도로 과열된 주택 시장이 주택담보대출에 불을 지핀 것이다. 그 결과 5대 은행의 작년 말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405조1167억원으로 400조원을 넘었다.
지난해 말 5대 은행의 개인 신용대출 잔액은 101조9332억원으로 100조원을 돌파했을 뿐 아니라 1년 전보다 8조248억원 늘었다. 일반적으로 주택을 구입할 때 주택담보대출뿐 아니라 신용대출도 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집값 상승기에는 신용대출도 같이 늘어난다.

전세대출 증가세도 주목된다. 아직 집계가 끝나지 않은 하나·농협은행을 뺀 나머지 3개 은행의 지난해 말 전세대출 잔액은 43조9863억원으로 1년 새 12조원 가까이 늘었다. 주택 매매 가격이 너무 뛰면서 전·월세를 선택하는 소비자가 많아져 관련 대출 수요도 자연스럽게 늘어난 결과로 보인다.
중소기업 금융 지원을 강조하는 정부의 '생산적 금융' 기조를 따라가는 한편, 하반기 9·13 부동산대책으로 한풀 꺾인 주택담보대출 수요를 대체하기 위해 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을 적극 늘린 결과 지난해 말 5대 은행 중기 대출 잔액(413조4254억원)도 400조원을 넘겼다. 자영업자가 주로 쓰는 개인사업자대출은 220조원으로 지난 한 해 19조원이나 증가했다.
은행별로 보면 국민은행 가계대출 잔액이 지난해 말 141조2624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주택담보대출(105조3103억원)도 5대 은행 중 유일하게 100조원을 넘겼다.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두 번째로 많은 곳은 우리은행으로 88조3543억원에 달했다. 중기대출은 국민은행이 98조29억원으로 100조원 문턱을 눈앞에 둔 가운데 신한은행이 84조9725억원으로 뒤를 바짝 쫓았다. 특히 지난해 국민은행의 중기대출 증가액은 8조9359억원, 신한은행은 6조4161억원으로 각 은행의 주담대 증가액을 뛰어넘었다.
다만 올해는 경기 부진과 은행들의 리스크 관리 중심 경영전략 때문에 지난해만큼 대출이 늘어나지는 않을 전망이다. 실제 국민은행이 올해 자산 성장 목표치를 지난해보다 4%포인트 이상 낮은 5%로 잡는 등 시중은행들의 대출 성장 예상치는 지난해 대비 반 토막 났다.
지난해 10월 말부터 적용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그리고 2020년 도입되는 새로운 예대율 기준 등 잇단 규제도 은행들의 대출 성장 속도를 낮추는 원인이다. DSR 규제로 시중은행들은 연 소득에서 원리금이 70%를 넘는 차주의 대출은 '위험대출'로 분리해 매년 전체 대출에서 15%를 넘기면 안 된다. 예대율은 은행 등 금융사가 보유한 예금 대비 대출금 비율로 100%를 넘으면 추가 대출이 불가능하다. 금융당국은 2020년부터 은행 예대율을 산정할 때 가계대출 가중치는 15%포인트 높이고 반대로 기업대출은 그만큼 낮추기로 했다. 가계대출을 늘릴수록 예대율 상승폭이 예전보다 커지는 것이다.
[김태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