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공무원이 대부업체의 P2P금융상품에 투자해도 될까?"
입력 2019-01-03 15:20  | 수정 2019-01-17 14:47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핀테크(Fintech)'.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아예 존재조차 하지 않았던 이 생소한 단어가 어느새 우리 생활에 녹아들었다. 특히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젊은 세대들은 더 이상 은행 지점을 찾지 않는다. 비대면으로 예금과 대출 서비스를 척척 이용함은 물론 은행을 넘어 P2P 금융과 같은 기존 금융회사들이 외면하던 새로운 서비스 또한 거침없이 파고든다. 기성세대들은 모르는 투자 정보를 활용해 가상화폐에 과감하게 투자해 고수익을 올리기도 한다.
하지만 낯선 분야인 만큼 시장에 '편견'이 가득하다. 핀테크 서비스를 이용자조차도 '내가 하는 투자가 과연 안전한 것일까?' '기존 금융회사를 이용하지 않아도 괜찮을까?'라는 불안감에 심하면 밤잠을 설치기도 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핀테크 세상에 '사이다'를 날리기 위해 매경미디어그룹에서 관련 분야를 오래 취재해온 김진솔 기자가 나섰다. 실제 핀테크업계 현장을 누비는 플레이어들은 새로운 금융을 시도하는 만큼 법률 이슈에 대응하기 위해 누구보다 더 많은 고민을 해왔고, 현재의 비즈니스 모델에 이르렀다. 서비스 이용자 입장에서 핀테크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있어서 한 번쯤 고민해봤을 법한 이슈를 보다 객관적인 시각에서 법률상식을 이용해 풀어준다.

[솔기자의 핀테크 로우킥(Law-kick) (1)]
Q 어린 나이에 행정고시를 패스하고 공직에 종사하며 틈틈이 소액으로 P2P 금융회사 상품에 투자해 연 10%의 쏠쏠한 이자 수익을 보던 A씨는 최근 난관에 봉착했다. A씨가 P2P에 투자한 사실을 알게 된 주변인들이 쌍수를 들고 말리기 시작한 것. 무엇보다 참을 수 없었던 것은 "공직자인 네가 대부업체를 배불려주고 있다"는 비난이었다. P2P 금융업자들은 결국 대부업자들이고, 투자해봤자 수수료는 그들 몫이기 때문에 자신의 투자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논리였다. 따져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다시 생각해보니 내 돈을 내가 굴려서 잘먹고 잘살겠다는데 조금 억울하기도 하고, A씨의 투자는 과연 법이나 도덕적으로 비난받아야 하는가.
①공무원이 대부업체에 투자한 것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비난받아야 마땅하다.
②공무원 개인의 투자의 자유라 법적으로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③공무원의 P2P 투자는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도덕적으로는 문제가 될 수 있다
④공무원의 P2P 투자는 내부정보를 이용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법은 물론 도덕적으로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답을 보기 전에 먼저 쟁점부터 파악해보자. A씨의 고민은 크게 2가지로 나뉠 수 있다. 첫째, 공무원인 내가 P2P 금융상품에 투자해도 되는가, 둘째, P2P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것은 곧 대부업체에 투자하는 것인가.
A씨의 고민을 해결하려면 가장 먼저 '공무원이 투자를 해도 되는가?'라는 질문에 답해야 한다. 답부터 말하면 공무원은 투자를 해도 괜찮다. 다만 이자, 배당 등 금융소득을 창출하기 위해 스스로 회사를 설립해 일종의 '투잡'을 하면 문제가 된다.
하지만 우리는 TV에서 공무원의 도덕성을 투자 행위와 연결지어 평가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 이유 역시 법률 때문이다. 법률은 '요건'과 '효과'라는 두 가지에 의해 구성된다. 요건은 쉽게 말하면 '법률 효과가 발생하기 위한 사실'을 말하고 효과는 과태료, 징역형과 같은 '법률로 인한 효과'를 말한다. 하지만 인간의 모든 행위를 법률의 요건과 효과로 일원화하는 한계가 있어 최소한의 융통성을 발휘하기 위해 법은 '단서조항'을 통해 예외 조건을 둔다. 공무원의 경우 투잡을 하는 경우는 물론 '내부정보'를 이용해 투자를 해 수익을 챙길 경우에는 법적으로도 규제를 받는다.
그렇다면 P2P 금융상품은 공무원이 투자를 해도 되는 상품인가. 우선 팩트를 살펴보면 투자자들이 P2P 금융상품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신용·부동산 P2P 투자상품 등 종류를 막론하고 P2P 대출중개 플랫폼을 이용해야 한다. 그런데 플랫폼에 가입하려고 보니 업체 규모를 막론하고 어디나 작은 글씨로 대부업체를 하나둘 끼고 있었다. 과연 공무원 A씨는 도덕적 이슈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사실 모든 P2P 금융회사들이 대부업체를 끼고 영업하는 속사정에는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이 있다. 대부업법에 따른 대부업 등록을 하는 경우 '여신' 행위를 할 수 있다. 투자금 모집은 '원금 보장'을 명시하지 않는다면 '수신' 행위라고는 볼 수 없기 때문에 금융당국 또한 대부업체 등록 없이는 P2P 금융 플랫폼 중개 또한 하지 못하도록 했다.
실제 P2P 금융의 어머니라 불리는 8퍼센트는 대부업체 등록 없이 오로지 플랫폼 자격으로 투자자 자금을 모집했다가 서비스를 정식 오픈도 하기 전에 사이트 폐쇄를 권고받는 일종의 '굴욕'을 겪기도 했다. 이후 대부업체에 등록하고서야 서비스를 무사히 출범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대부업체 형태만을 취하고 있다면 스타트업인 P2P 금융회사들은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법적으로 VC 투자는 대부업 투자에 제한이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P2P 금융회사들은 중소기업청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중기청은 국내 P2P 대출 산업에 VC 투자를 허용하기 위해 모회사를 전자상거래 플랫폼으로 해 VC에서 투자를 받게 했고, 자회사는 합법적 대출 중개를 위해 대부업체로 등록해 운영하도록 권고했다. 이 과정에서 P2P 금융과 대부업체의 동거가 시작됐다.
그렇다면 P2P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것은 대부업체에 투자하는 것인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대부업체에 대한 지분 투자'는 아니지만 '대부업체가 중개하는 상품에 투자하는 것'이다. P2P 금융회사가 선보이는 금융상품을 이용한다고 해서 이를 '대부업체 지분에 투자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대부업체를 배불려준다'는 명제도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수익률 10%가 나면 P2P 금융회사들은 일부를 수수료라는 명목으로 제한다. 하지만 수수료 비중이 아직까지는 크지 않기 때문에 '대부업체를 배불려준다'는 일종의 논리적 비약이 있다. 실제 투자한 금융상품에 대한 수익률은 대부분 투자자 본인이 가져가고, 일부는 대부업체에 수수료 명목으로 납부한다.
투자자 거래 수수료를 납부하는 이유는 거래 상대방에게서 수수료를 받는 행위가 금지됐기 때문이다. 대부업법 제11조의2 제2항은 '거래상대방(차입자)으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다만 투자자에게 받는 것은 특별히 문제되지 않는다.
정부에도 수익 중 일부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이자 소득이 발생했기 때문. '대부업체를 배불려준다'라기보다는 '국가에 세금으로 이바지한다'가 차라리 맞는다. 참고로 국가 역시 P2P 금융투자의 효용성을 일부 인정해 2020년 1월 1일부터 2020년 12월 31일까지 1년간 이자소득세를 24%에서 14%로 대폭 인하해준 바 있다.
그렇다면 내부정보를 이용해 P2P 금융상품에 투자를 하는 경우는 어떨까. 이 경우 앞서 말했듯이 공무원들은 내부정보를 이용해 모든 금융상품에 투자할 수 없다. 최근 P2P 금융의 부실 사태가 불거지며 금융위원회는 P2P 금융회사들의 상품 공시 의무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새로운 'P2P 대출 가이드라인'을 선보였다. P2P 금융회사라면 자사가 선보이는 투자상품에 대해 꼼꼼하게 공시할 의무가 있고, 어느 투자자나 손쉽게 해당 상품에 대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P2P 금융상품이 내부정보가 없다고는 해석할 수 없다.
결론적으로 정답은 4번 공무원의 P2P 금융상품에 대한 투자는 내부정보를 이용한 투자가 아니라면, 법적으로는 물론 도덕적으로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기획·글=김진솔 기자/검토=최우영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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