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케이컬처 DNA] 커버송에 커버댄스까지…재해석 장인 모십니다
입력 2019-01-03 06:01 
유튜브 조회수 1억4000만회를 자랑하는 제니 `솔로` 뮤직비디오 /사진=유튜브 캡처
[케이컬처 DNA] 최근 YG엔터테인먼트가 개최한 제니 '솔로(SOLO)' 댄스 커버(cover·남의 춤과 노래 등을 따라하는 행위) 콘테스트엔 전 세계에서 다양한 참가자가 몰렸다. 지난달 1등 수상자로 선정돼 상금 1000만원의 주인공이 된 팀은 프랑스 라이징 크루(Risin' Crew). 에펠탑을 비롯한 프랑스 랜드마크 앞에서 제니의 고혹적인 안무를 선보여 우승을 차지했다. 2일 오전 10시 기준 조회 수는 91만회. 하지만 놀라운 건 따로 있다. 2등을 차지한 베트남 에프지댄스(FGDANCE)가 올린 영상이 394만회의 조회를 기록하고 있으며, 모어 댄 유스(More Than Youth·1289만회), S.A.P.(962만회), 미상 댄스(Misang Dance·284만회) 등 이번 수상자 명단에 없었던 커버 팀들도 100만회 넘는 시청 횟수를 찍었다는 것이다.

YG엔터테인먼트가 개최한 제니 `솔로` 댄스 커버 콘테스트에서 우승을 차지한 프랑스 `라이징 크루`/사진=유튜브 캡처

유명 아티스트의 흉내 내기로 출발했던 커버 문화가 K팝 전파의 실크로드로 부상하고 있다. YG엔터테인먼트는 제니 '솔로' 이외에도 지난해 아이콘 '죽겠다', 2017년 위너 '릴리릴리' 등 다양한 아티스트에 대한 커버 댄스 대회를 개최하며 팬들의 관심을 끌었다.
커버 콘테스트를 여는 건 YG와 같은 대형 기획사뿐만이 아니다. 그룹 쥬얼리 출신 가수 서인영도 지난해 말 신곡 '편해졌니'를 내며 커버송 대회를 개최했으며, 비슷한 시기 새 노래 '너라는 세상'을 발표한 먼데이키즈도 커버송 이벤트를 열어 화제성을 제고했다.
먼데이키즈 이진성이 신곡 `편해졌니` 커버송 대회 준우승으로 뽑은 참가자 우준승 씨 /사진=유튜브 캡처

왜 팬들의 자발적 콘텐츠였던 커버송과 댄스에 기획사와 가수가 관심을 가지게 됐을까. 이는 잘 만든 '커버'가 원본만큼 사랑을 받게 된 유튜브 시대의 콘텐츠 트렌드와 관련이 있다. 지난해 11월 가수 제이플라(J.Fla·김정화)는 한국 1인 크리에이터로는 처음으로 1000만 구독자를 돌파했다. 인기 팝송을 자신의 목소리로 다시 부르는 그는 에드 시런 '셰이프 오브 유', 루이스 폰시 '데스파시토' 등을 커버해 각각 1억회를 넘는 조회 수를 달성했다. 커버 댄스 팀도 인기다. 329만 구독자를 보유한 웨이브야는 유명 가수의 안무를 재해석한 영상을 주로 올리는 여성 댄스 그룹이다. 이들이 싸이 '강남스타일' '젠틀맨', 소녀시대 '아이 갓 어 보이' 등을 커버한 영상을 전 세계에서 1400만~1억7000만회 봤다. 커버 영상 전문 크리에이터가 늘어나는 트렌드에 대해 정병욱 평론가는 "이미 보장된 최신 콘텐츠(국내외 좋은 노래)나 트렌드를 단기간에 안정적으로 활용해 제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제이플라의 경우 초기 2개의 노래를 매시업하는 콘텐츠를 선보인다"면서 "라온의 경우 가수가 전면에 노출되지 않는 콘텐츠(애니메이션 주제가 등)를 호감도 높은 비주얼로 소화하면서 팬들과 소통하기도 한다"고 '커버' 문화가 단순한 모방을 넘어 재해석의 영역에 진입했음을 설명했다.
제이플라가 에드 시런 `셰이프 오브 유`를 커버하는 모습/사진=유튜브 캡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유명 가수의 안무를 모방하는 놀이인 '○○챌린지'가 원래 춤의 화제성을 높이는 일도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현재 팝 음악 최고 인기 아티스트인 캐나다 가수 드레이크는 이 부분에 있어 독보적이다. 지난해 '인 마이 필링스(In My Feelings)' 챌린지는 드레이크의 동명 노래 안무를 일반인들이 따라한 놀이로, 인스타그램에서만 69만여 개의 게시물을 양산했다. 이 곡이 미국 빌보드에서 10주 동안이나 1위를 차지한 건 해당 챌린지의 영향도 컸다는 평가다. 방탄소년단 멤버 제이홉이 챌린지에 도전하자 드레이크가 해당 영상을 자신의 뮤직비디오에 다시 삽입하면서 아미(ARMY·방탄소년단 팬클럽) 사이에서 드레이크의 주가가 올라가기도 했다.

(△방탄소년단 제이홉이 드레이크 '인 마이 필링스' 챌린지에 도전한 영상)
결국 '커버 장인 모시기 경쟁'은 세 가지 다른 욕구가 맞물리며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기존 콘텐츠 인기를 본인 채널로 흡수하려는 '유튜브 크리에이터', 자신이 좋아하는 콘텐츠를 다양한 버전으로 보고 싶은 '유튜브 시청자', 이 둘의 상호작용을 소속 아티스트 화제로 이어가려는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세 축이다. 향후에도 K팝 기획사들은 다양한 형태로 커버 콘테스트를 열 것으로 기대된다. 김반야 음악 평론가는 "외국에는 엔이알디(N.E.R.D.)의 '레몬' 챌린지, 트래비스 스캇의 '식코 모드' 챌린지 등 다양한 챌린지가 존재해왔다"며 "사람들이 만든 커버 영상이 대박이 나면 원 노래도 차트 상위권을 차지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박창영 문화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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