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리뷰] 'PMC: 더 벙커' 하정우가 묻는다 "게임 한 판 할래?"
입력 2018-12-24 11:46  | 수정 2018-12-24 11:54
'PMC: 더 벙커'/사진=CJ 엔터테인먼트


화살표 모양 적이 보인다. 쏟아지는 화염 속 적과 싸우는 팀원도 보인다. 또 다른 화면에는 의사가 있다. 화상으로 열심히 총상 치료법을 설명하고 있다. 이 모든 상황을 보여주는 지도도 보인다. 게임 이야기 같지만 영화 ‘PMC:더 벙커의 한 장면이다.

영화는 글로벌 군사 기업(PMC) 블랙리저드의 캡틴 에이헵(하정우)이 미국 CIA 의뢰를 받는 것으로 시작된다. 작전 장소는 DMZ 지하 30 m 벙커. 북한 장군을 잡으러 간 곳엔 놀랍게도 북한 최고 지도자 ‘킹이 있다. ‘킹은 불법체류자로 사는 에이헵의 인생을 단번에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 그들은 작전을 바꿔 킹을 잡기로 한다.

킹을 잡긴 잡았는데, 또 다른 군사 기업의 기습이 그들 앞에 닥친다. 이제 온 사방이 적인 상황. 틀어진 상황은 더욱 꼬여 팀원의 배신, 인질의 부상, 폭격까지 에이헵을 위협한다.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 이제 작전의 목표는 오직 생존이다.

'PMC: 더 벙커'/사진=CJ 엔터테인먼트


에이헵은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는 ‘선택을 마주한다. 나 혼자 살아 나갈 것인지, 동료들과 끝까지 함께 할 건지. 마치 게임 같은 선택 서사다. 이 선택에는 나 자신의 생존은 물론,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한 ‘자본이 개입된다. 영화 초반, 에이헵은 매 선택마다 눈앞의 이익에 흔들린다. 하지만 그의 선택은 정의로운 북한 의사 윤지의(이선균)를 만나며 조금씩 변해간다.

'PMC: 더 벙커'/사진=CJ 엔터테인먼트


선택 서사를 그린 화면도 게임을 닮았다. 배우들이 직접 촬영하기도 했다는 1인칭 시점 카메라(POV)는 관객이 마치 FPS 게임(1인칭 슈팅 게임)을 하는 것처럼 느끼게 만든다. 에이헵이 상황을 이끌어가는 컨트롤 타워 스크린은 게임 인터페이스를 닮았다. 스크린 속 지도는 게임 맵을, 화상 연결은 게임 퀘스트를 떠올리게 한다.

게임을 닮은 화면과 게임 같은 ‘선택 서사 속. 관객은 마치 내가 영화의 주인공인 것처럼 느끼게 된다. 관객이 에이헵 옆에서 같이 호흡하길 원했다는 김병우 감독은 촬영, CG, 음악 등 영화의 모든 요소를 ‘관객의 호흡에 맞췄다. ‘PMC:더 벙커가 게임을 닮은 이유다. 1인칭 시점을 극대화한 영상, 굉음 같은 사운드, 강렬한 비트의 음악. 마치 한 판의 게임 같은 ‘PMC:더 벙커는 기존 한국 영화에서 볼 수 없던 새로운 시도로 가득하다.

'PMC: 더 벙커'/사진=CJ 엔터테인먼트


이 새로운 시도가 관객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는 의문이다. 다소 과하더라도 영화가 지향하는 바가 있다면 거기로 나아가야 한다는 게 김병우 감독의 생각이지만 1인칭 시점을 극대화하기 위한 핸드헬드는 말 그대로 ‘정신없이 요동치고, 굉음 같은 사운드는 귀를 찌른다. 김병우 감독 스스로도 어떤 장면은 과했다”라고 생각했을 정도.

평소 요동치는 핸드헬드에 멀미를 느낀다면, 영화를 보기 전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미중 전쟁과 북한의 ‘킹이라는 작위적 설정에 대한 면역과 하정우의 어색한 ‘fxxking을 듣고 웃지 않을 마음의 준비도 필요해 보인다. 이 몇 가지만 가볍게 넘긴다면 이 영화, 아마 팝콘 먹을 시간도 주지 않을 것이다. 러닝타임 124분. 12월 26일 개봉.

[MBN 온라인뉴스팀 인턴기자 안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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