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단독] 주가조작 부당이익 모두 몰수한다
입력 2018-12-13 17:47  | 수정 2018-12-13 19:54
# 지난 5월 대법원은 로케트전기 주가조작 사건 피의자인 회장 아들 김 모 상무에 대해 징역 2년을 선고했다. 그런데 그의 부당이득금이 '0원'이라는 비상식적 결정도 함께 나왔다. 검찰 구형에 따르면 김 상무는 주가조작으로 57억원의 수익을 올렸지만 법원의 추징금은 없었다. 징역 2년만 살고 나오면 이익금은 고스란히 김 상무 몫이 된다. 법원은 김 상무가 허위공시로 주가를 조작한 것은 맞지만, 당시 상승한 주가가 모두 해당 허위 공시로 인한 것인지 추정할 수 없다고 해석했다. 법원이 이런 판결을 내놓은 것은 현행 자본시장법상 부당이득금 규정이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이라고 돼 있을 뿐 구체적인 산식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처럼 주가를 조작해 이득을 얻고도 아무런 금전적 손해를 보지 않는 사례를 근절하기 위해 부당이득금 산정 체계를 전면 개정키로 결정했다. 법원에서 유죄를 선고받고도 산정방법 문제로 수십억 원에 달하는 추징금이 기각되는 판결이 늘어나면서 확실한 기준과 공식을 만드는 방식으로 범죄수익 환수시스템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1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정부는 금융위원회와 법무부, 검찰을 중심으로 '부당이득금 산정 태스크포스(TF)'를 조직해 자본시장법을 개정하는 방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TF는 이미 개정안을 구체화했으며 입법조사처와 논의를 거쳐 이르면 내년 초 관련안 발표와 함께 법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분명히 주가조작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부당이득을 제대로 계산하지 못해 추징금 징계를 하지 못하고 징역형만으로 벌하는 사례가 자주 발생하면서 산정기준을 보다 체계화하기 위한 TF 가동에 착수했다"며 "수차례 회의를 통해 부당이득금 산정기준을 완성해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행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따르면 주식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행위를 한 경우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고, 관련 행위를 통한 이익이나 회피한 손실액에 대해서는 3~5배의 벌금형이나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벌금과 과징금을 산정하는 명확한 기준이 없다.
이에 따라 검찰은 관련 사건이 발생하면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등과 연계해 추징금을 계산하고 있지만 법원에서 기각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여러 요인에 따라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주가를 기준으로 부당이득금을 산정·특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법원 역시 허술한 법규정 탓에 검찰 추정액만으로 죄를 묻기는 어려운 이중고를 겪고 있다. 전체 주가조작 적발사범 중 주가조작으로 유죄를 받았지만 부당이익 산정 불가로 추징금을 부과하지 못하는 비율이 20%를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법조계에서는 부당이득 산정공식이 확정되면 범법자에 대한 처벌과 과징금이 명확해지는 장점과 함께 관련 사건에서 피해를 본 개인주주들이 손해배상소송을 낼 경우에도 배상금액 산정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그간 불공정거래 부당이득에 대한 법원의 해석범위가 너무 좁았던 만큼 '추정액'이나 범죄수익 대비 2~3배의 징벌적 과징금을 매길 수 있도록 해석의 범위를 최대한 넓혀주는 것이 필요하다"며 "산식을 정하거나 해석범위를 늘려야 주식에 투자했다가 손해를 본 개미투자자들의 피해배상도 보다 수월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진영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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