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자판기`가 오렌지주스를 짜준다?…똑똑한 자판기가 주도하는 무인화 매장
입력 2018-12-05 17:15 
서울 안국역 근처에 위치한 착즙 오렌지 주스 자판기 바로주스. 작년 중국 등지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던 상품으로 최근 국내 최초로 도입됐다. [사진 제공 = 오현지 인턴기자]

지난 4일 저녁 서울 안국역 근처 '바로주스'. 좁은 공간에 사람은 보이지 않고 자판기 한대만 덩그러니 서 있다. '24시 오렌지 무인 편의점'이란 문구가 인상적인 오렌지 주스 자판기 매장이다.
자판기 화면 안내대로 3900원을 결제하자 눈 앞에서 생오렌지 네 개가 '툭툭' 떨어졌다. 오렌지 가는 소리가 나는가 싶더니 금세 주스 한 잔이 나왔다. 주문부터 결제, 제조까지 주스 한 잔이 사람의 손길 없이 온전히 기계에 의해 만들어졌다. 자판기가 만들어준 주스를 들고나와 잠시 살펴보니 5분 새 매장을 들여다보며 호기심을 보이는 사람만 스무 명 남짓. 그중 매장을 찾은 고객 한 명에게 방문 소감을 물었다. 지나던 중 '거대 자판기'를 보고 들어왔다는 김소정 씨(24)는 "시판 중인 주스를 자판기로 판매하는 거라 생각했는데 자판기가 아예 제조까지 해주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며 "이 자판기를 보니 무인화 시대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고 신기해했다.
이 착즙 자판기는 중국, 싱가포르, 대만 등지에서 선풍적 인기를 누렸던 상품이다. 바로주스가 외국 사례를 벤치마킹해 국내 최초로 도입했다. 이 회사 박경준 대리는 "유통 및 제조 과정 단가를 낮추면 소비자에게 더욱 저렴한 상품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며 "무인화를 통한 인건비 절감과 자투리 공간을 활용한 수익 창출이 자판기 최대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매장 무인화' 바람을 타고 자판기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일본 오사카무역관 2017년 자료에 따르면 중국 자판기 시장은 2010년 이후 매년 10% 이상 성장하며 순항 중이다. 중국 내에서 이어지는 수요 확대를 기반으로 올해 자판기 판매액만 무려 100억 위안(1조6000여억원)에 달할 것으로 업계는 분석했다. 국내 시장도 다르지 않다. 커피 전문점과 편의점 확산으로 쇠락의 길을 걷던 자판기 시장은 지난해부터 전년 대비 10%가량 성장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최소 20% 이상 증가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아마존은 고객이 쇼핑한 뒤 걸어 나오면 자동으로 결제가 이뤄지는 '아마존 고' 무인 매장까지 선보였지만 이런 첨단 무인매장은 투자 비용만 수십억 원에 달해 진입 장벽이 높다"며 "기계에 의한 완전 무인화가 이뤄지기까지 자판기를 활용한 매장이 더욱 많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디지털뉴스국 오현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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