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여대 외부인 출입금지 3주차…남녀공학 "우리 안전은?"
입력 2018-11-16 16:15 
동덕여대가 외부인 출입금지 조치를 실시하는 등 일부 여대가 외부인에 대한 출입 통제를 하고 있다. 반면 남녀공학 대학교는 외부인이 자유롭게 돌아다녀도 별다른 통제가 없다. 사진은 첫번째 사진부터 시계방향으로 계명대 정문, 경희대 정문, 인하대 정문, 동국대 후문, 연세대 정문, 한양대 에리카캠퍼스 정문. [...

일명 '동덕여대 알몸남' 사건이 일어난 후 여대들들이 잇따라 외부인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남녀공학 대학교에서도 안전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동덕여대가 외부인이 아무런 통제 없이 교내에 출입해 빈 강의실에서 알몸으로 음란행위를 한 사건과 관련해 학생들의 안전을 위한 예방 조치로 '외부인 출입금지' 조치를 실시한 지 3주가 지났다. 이화여대와 숙명여대 등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한 적이 있어 학교 자체에서 모든 건물 카드인식기, 일부 건물 외부인 출입금지 등 외부인에 대한 각종 통제를 진행하고 있다.
그렇다면 여대가 아닌 남녀공학 대학교의 학생들은 외부인으로부터 위험에서 안전할까.
수원대에서는 지난 6월 인문대학 도서관에서 20대 남성이 여학생 가방에 정액으로 추정되는 이물질을 묻히고 달아난 사건이 있었다. 또 지난달 말에는 부산교대 강의실에 한 남성이 침입해 학생들이 두고 간 학습지에 이물질을 뿌리고 도망쳤다.

이처럼 동덕여대에서 발생한 사건처럼 외부인이 교내 학생을 상대로 한 위협은 남녀공학 대학에서도 비슷하게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남녀공학 대학의 경우 학생들이 외부인에게 받을 수 있는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시적인 예방 조치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인하대 대학생 A씨는 "남녀공학 대학에서도 마찬가지로 외부인에 의해 위협을 느낄 때가 있다"라며 "하지만 사회적으로 여대에서 발생한 사건은 크게 조명 받고 있는 반면, 남녀공학 대학에서 일어난 비슷한 일들은 대체로 조용히 넘어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교대에서는 지난달 사건에 앞서 작년에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한 외부인이 부산교대 여자화장실에 출입해 음란행위를 하곤 쪽지를 남기고 도망친 것. 이후 약 1년이 지난 시점에서 또 사건이 발생하자 일부 부산교대 학생들은 "학교 차원에서 학생들을 보호하는 조치가 부족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부산교대 총학생회 관계자는 "작년 발생한 사건 이후 다시는 관련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여러 방면으로 안전 대책 지침을 마련했지만 또 일이 발생해 당혹스럽다"고 밝혔다.
실제로 부산교대는 지난해 사건 이후 외부인이 자주 드나들던 학생회관에 지문인식기를 설치해 24시간 전면 통제를 진행했고 학내 순찰 강화, CCTV 추가 설치 등 여러 방안을 마련했다.
부산교대 학생 B씨는 "사건이 발생한 곳은 강의실인데, 정작 강의실에는 외부인이 들어와도 아무런 통제가 없다"며 "여대처럼 강경한 입장을 내놓지 않는 게 아쉽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총학생회 관계자는 "학우들이 필요성을 제기한다면 앞으로 강의실, 나아가 학교 전체의 통제를 고민해볼 것"이라며 "학우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토론회를 마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양대 서울캠퍼스는 지하철 2호선 '한양대역'과 연결돼 있다. 외부인이든 학생이든 2번 출구로 나오면 곧바로 교내로 나갈 수 있다. 사진은 지하철 한양대역 2번 출구 앞 [사진 = 문성주 인턴기자]
대부분의 대학교는 외부와의 단절 없이 개방돼있다. 한양대 서울캠퍼스의 경우 지하철 2호선 '한양대역' 2번 출구로 나오면 곧바로 교내로 연결된다. 동국대 서울캠퍼스, 고려대 서울캠퍼스, 연세대 신촌캠퍼스, 인하대 용현캠퍼스, 계명대 성서캠퍼스 등 대부분 대학교도 지역사회와의 소통이라는 명분으로 '개방형 캠퍼스'로 열려 있다.
한양대 서울캠퍼스에서 만난 대학생 C씨는 "외부인 출입 금지가 실질적으로는 어려운 조치라는 것은 안다"면서 "하지만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 어느 정도 눈에 보이는 조치는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C씨에 따르면, 밤에 술에 취한 외부인이 캠퍼스를 거닐며 소리치는 일이 빈번하다.
학교 차원에서는 외부인 통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까.
이재복 한양대 에리카캠퍼스 학생처장은 외부인 출입금지는 '임시방편' 대책이라고 지적했다. 이 처장은 "사회와의 소통을 기반으로 사회 혁신을 도모해야 하는 대학의 목적에 맞지 않는 해결 방법"이라고 말했다.
한양대 에리카캠퍼스는 오후 6시 이후엔 각 건물마다 보안용 카드인식기가 실시된다. 출입을 위해선 학생증을 찍어야 해 외부인이 건물 내로 출입할 수 없다. [사진 = 문성주 인턴기자]
현재 한양대 에리카캠퍼스는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후미지거나 위험성이 있는 곳에 비상벨을 설치해두고 첨단 보안시설을 기반으로 실시간 교내 감시를 진행 중이다. 또 총학생회 차원에서 자치대를 조직해 운영하고 있으며 지구대 및 경찰서와 합동으로 순찰을 진행해 학생들의 '체감안전 향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처장은 "무엇보다 남학생과 더불어 여학생 모두의 인권 차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며 "보다 안전한 캠퍼스를 위해선 사회적인 공감대가 마련돼야하고 일정한 자각을 통해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여성정책 전문가들은 "여성과 남성 모두 자유로운 일상을 누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남녀공학 대학의 많은 학생들도 학교당국과 지역사회가 함께 소통을 통해 해결 방안을 만들 것을 촉구했다. 계명대 재학생 곽 모씨(25)는 "대부분의 대학교가 외부인을 출입 통제 조치하는 건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다만 여대나 여학생을 떠나 대학 내 남녀 모두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만큼 사회적으로도 충분히 논의하고 함께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디지털뉴스국 문성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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