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12월부터 50만배럴 원유 감산…목적은?

사우디아라비아가 하루에 50만 배럴의 원유를 감산한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이는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유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OPEC에 증산하라고 거듭 압박한 데 반하는 결정으로 논란이 예상됩니다.

칼리드 알팔리 사우디아라비아 산업에너지 광물부(옛 석유부) 장관은 현지시간으로 어제(11일) 다음 달부터 하루에 50만 배럴의 원유를 감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알팔리 장관은 이날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열린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10개 비회원 주요 산유국의 장관급 공동점검위원회(JMMC)에서 이렇게 말하면서 "더 많은 원유 감산엔 아직 산유국들이 합의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알팔리 장관은 한 달 전만 해도 사우디를 국제 원유 시장의 '충격흡수자'로 자처하면서 이달부터 원유 생산을 늘리겠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중간 선거와 이란산 원유 수출 제재 복원을 앞두고 유가 상승을 억제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사우디를 위시한 OPEC에 증산하라고 거듭 압박을 가했습니다.

유가가 오르면 중간 선거에서 득표에 악영향을 주는 데다 대이란 제재에 대한 역풍이 불게 되는 탓이었습니다.

따라서 유가 상승을 막기 위해 대이란 제재로 감소하는 이란산 원유 공급을 사우디가 원유를 추가로 생산해 대체하라는 게 미국의 입장이었습니다.

사우디는 이런 미국의 압박에 다소 불만을 표시했으나 지난달 2일 사우디 왕실이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 사건의 배후로 몰리면서 위기에 처하자 같은달 15일 돌연 증산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왕실에 비판적인 언론인을 잔인하게 살해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국제 사회의 비난이 높아지자 미국의 도움이 절실해서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미국 중간 선거가 끝난 데다 미국이 이란산 원유를 주로 수입하는 일부 국가에 제재 적용을 면제하고 수요가 감소하리라는 전망 속에 유가가 빠르게 하락하자 사우디가 감산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알팔리 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최근의 유가 급락은 놀라운 수준이다. 시장의 심리는 공급 부족을 걱정하는 데서 과잉 공급을 우려하는 쪽으로 옮겨졌다"며 유가를 높여야 한다는 뜻을 강조했습니다.

이날 회의 전 무함마드 빈 하마드 알룸히 오만 석유장관은 기자들에게 "많은 산유국이 감산해야 한다고 공감한다"고 말했습니다.

수하일 마즈루에이 아랍에미리트(UAE) 석유장관은 "다음 달 빈에서 열리는 장관급 회의에서 어떤 행동(감산)을 하자는 제안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앞서 지난 2016년 11월 OPEC과 비회원 주요 산유국은 하루 180만 배럴을 감산한다고 합의해 배럴당 30배럴대까지 떨어졌던 유가를 2년 만에 80달러 이상으로 끌어 올린 바 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