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울산 사립유치원, "공짜인 국공립에 지원하라"…학부모들 "아이가 볼모냐"
입력 2018-11-09 11:54  | 수정 2018-11-16 12:05

울산 한 사립유치원이 원생 가정에 보낸 진급신청서에 학부모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을 내걸어 학부모를 겁박한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어제(8일) 울산시교육청과 울산 북구 A유치원 학부모들에 따르면 A유치원 원장은 지난 7일 '사랑하는 자녀의 내년도 진급을 앞두고 계신 부모님께'라는 제목의 진급신청서를 보냈습니다.


이 신청서에 따르면 수업시간은 오전 8시 40분부터 낮 12시 40분까지 4시간이며, 원생들은 점심 도시락을 지참해야 합니다.

또 차량 운행이 없어 자가 등·하원 해야 한다고 알렸습니다. 하지만 대개 유치원들은 원생에게 점심은 물론 차량 통학을 제공합니다.

진급신청서에는 특히 방학은 여름 5주, 겨울 5주 등 연간 10주로 고지했습니다. 통상 유치원의 여름과 겨울의 방학 기간은 1주나 2주 정도입니다.

교육비는 학부모 부담금 15만3천원에 누리과정비 22만원을 더한 37만3천원으로 표시했습니다.


여기에는 '(누리과정비를)보호자가 정부로부터 직접 수령해 납부'하라는 조건이 붙었습니다. 현재 누리과정비는 교육당국에서 유치원으로 직접 지원하기 때문에 학부모가 이를 국가에서 수령해 사립유치원에 내기는 불가능합니다.

신청서에는 '9일(금)까지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진급 의사가 없는 것으로 집계하겠다'는 내용도 덧붙였습니다.

또 '공짜라는 이유로 국공립유치원을 선호하는 부모님 입장을 반영한다 하더라도, 단언컨대 이에 굴복해 사립유치원이 교육부 통제 아래 들어가면 대한민국 유아교육은 창의성을 잃고 초·중등교육처럼 획일적인 관치교육으로 나갈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마지막에는 '학부모 부담금 없이 (공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국공립유치원에 지원하시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당당한 혜택을 누리시기 바랍니다'라는 문구를 붙이기도 했습니다.

신청서를 작성한 원장과 전화 통화를 시도했으나, 유치원 측은 "할 말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해당 신청서를 받아든 학부모들은 '아이를 볼모로 겁박하고, 비아냥대기까지 한다'면서 분노하고 있습니다.

울산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신청서 사진이 게시되고, 여기에 분노한 학부모들의 댓글이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댓글은 '아이들을 볼모로 갑질이다. 이런 원장이라면 폐원하는 것이 낫다', '국공립유치원에 아이들 보내는 사람을 공짜나 밝히는 사람으로 매도한다', '특별감사가 필요하다' 등의 내용이 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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