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주하의 11월 02일 뉴스초점-군인은 군인다워야
입력 2018-11-02 20:09  | 수정 2018-11-02 20:37
"우리 애가 아프니 좀 잘 관리해주세요."
"우리 애 사진 좀 찍어서 올려주세요."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낸 엄마들의 말이냐고요?
아닙니다. 군대에 아들을 보낸 엄마들의 요청입니다. 원래 군대에선 '명령에 살고 명령에 죽는다!' 고들 하죠. 하지만, 요즘은 아닌가 봅니다.

혹 사고라도 날까 기본 훈련인 수류탄 투척도 안 하고, 모 신문 보도에 의하면 군인이 피부가 민감하다며 위장 크림을 바르지 않는가 하면, 힘들어서 훈련을 줄이는 경우도 있다고 하거든요.

덕분에 지휘관들이 바빠졌습니다. 힘들어하는 병사들을 챙겨야 하거든요. 병사들에게 약을 챙겨 먹이려고 퇴근했다가 다시 부대에 들어가는 건 그래도 좀 나은 편.

"훈련이 너무 힘들어보이니 살살 해달라", "애가 아프니 외부 병원에 보내달라" 등등. 부모님들 민원을 처리하느라 군인이 아니라 유치원 교사가 된 것 같다는 푸념이 나올 지경입니다.

이렇게까지 된 건 군대 내 사고 때문입니다. 3년 전 '수류탄 폭발 사고'로 1명이 숨진 데 이어 부대 내 폭행과 같은 인권 침해 사건들이 연이어 터지면서 지휘관들에게 그 책임을 묻게 됐고, 그러다 보니 지휘관들이 자연스레 몸을 사릴 수밖에 없게 된 거죠.

물론, 잘못은 엄히 문책하고 개선해야 합니다.
하지만, 사고 날까 두려워서, 책임지지 않으려고, 군의 기본 임무인 훈련까지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전 세계 유일한 중립국인 스위스도, 의무가 아닌 개인의 선택에 의해 군에 가는 미국도, 훈련장에서만큼은 예외 없이 엄격하고, 또 진지하게 임합니다.

남북이 군사적 적대 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하면서 군의 긴장감도 어느 정도 해소되지 않았나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북한뿐 아니라 그 어느 나라와도 대응해 우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하는 게 군인입니다. 그 때문에 존재하는 거고요.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하는 나약한 군에 자신의 생명을 맡기고 싶은 국민이 과연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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