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단독] SH도 부동산신탁 노린다
입력 2018-11-02 17:22  | 수정 2018-11-02 19:08
금융위원회가 최대 3곳의 신규 부동산신탁사 인가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 산하 공기업인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도 도전장을 던졌다. 대형 금융그룹에 이어 공기업까지 부동산신탁 사업에 군침을 흘리면서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확대될 전망이다.
2일 신탁업계에 따르면 SH공사는 NH농협금융지주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부동산신탁사 신규 인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금융위는 지난달 30일 부동산신탁업 신규 인가를 위한 설명회를 개최했으며 오는 26~27일 예비인가를 신청받는다.
SH공사는 주로 공사 차원에서 직접 추진하기 어려운 소규모 도시재생사업을 새로 만들어질 부동산신탁사를 통해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컨소시엄을 주도하는 NH금융 측과 공익성이 담보된 개발사업 위주로 사업을 수주하기로 합의를 마쳤다. 양사가 포함된 컨소시엄은 귀농·귀촌인을 위한 농촌지역 주택개발사업 등을 사업 아이템으로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H공사가 부동산신탁 사업에 뛰어드는 데는 서울시에 택지가 별로 남지 않은 데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정비사업을 꺼리는 등 한계에 부딪힌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SH공사는 최근 2~3년 새 산업거점형 도시재생사업, 역세권 선도사업 등 신사업을 집중 추진하면서 부채를 약 16조2000억원에서 약 14조9000억원으로 1조3000억원가량 줄였다. 지난해 영업이익(3158억원)이 전년도 3배를 넘어서는 등 수익성도 개선됐다. 매년 20%가량 업계 평균 순익이 상승하고 있는 부동산신탁 시장은 SH공사에 훌륭한 '새 먹거리'가 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공공성을 내세운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사업 다각화를 통한 수익 창출이 목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공기업이 금융지주와 손잡고 신탁 시장에 진출하는 것에 대해 기존 신탁사들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공익을 중시해야 할 공기업이 중소기업의 먹거리인 부동산신탁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맞느냐는 지적이다.
공기업의 고질병인 방만한 경영 풍조 탓에 신탁업계 부실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과거 공기업이 출자해 만든 한국부동산신탁과 대한부동산신탁이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분양 시장 침체와 과다한 차입금 부담 등으로 인해 2001년 3월과 7월 각각 부도 처리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신탁업계 관계자는 "과거 공기업이 만든 신탁사들이 부도나면서 피해 규모가 최대 2조원에 달했다"며 "신탁업 노하우가 없는 금융사나 공기업이 시장에 진출해 부실이 터지면 업계 전체 위상이 추락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지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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