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韓경제 견고" 정부 발표에도 외국인 매도
입력 2018-10-29 17:48  | 수정 2018-10-29 23:32
2016년 12월 7일 이후 22개월여 만에 처음으로 코스피가 2000선 아래에서 장을 마감한 29일 서울 명동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충우 기자]
외국인 자금의 급격한 이탈로 22개월 만에 코스피 2000선이 무너졌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검은 10월 쇼크'가 한국에 과도하게 집중됨에도 외국인 자금 이탈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29일 당국의 긴급 회의에서는 3000억원대 추가자금 투입정책이 나왔지만, 시장에서는 증시 안전판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날 코스피 2000선이 붕괴된 것은 국내 산업 전반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을 바탕으로 한 외국인의 코리아 엑소더스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분석이다. 디스플레이와 자동차 등 경제를 이끌어 온 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반도체 홀로 지탱하는 구조가 되며 경제 전망이 불투명해졌다는 것이다. 고용과 투자, 소비 등 주요 경제 지표들이 주요 20개국(G20) 국가들 가운데 가장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중국과의 높은 경제 연관성으로 향후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중국 경기 둔화가 진행될 때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점 역시 외국인이 빠져나가는 원인으로 꼽혔다.
변준호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총생산(GDP)을 구성하는 항목들의 하락 속도가 G20 국가 중 우리나라가 가장 크다. 외국인이 빠지는 것도 당연한 환경"이라며 "외국인은 중국 경제 바로 옆에 한국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대신증권과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한국 대만 인도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등 아시아 주요 신흥 7개국의 증시 현황을 조사한 결과, 10월 들어 외국인이 이들 국가에서 순매도한 금액은 총 16조원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한국 시장에서 빠져나간 금액은 4조5567억원으로 약 28%를 차지했다. 6조51억원이 빠져나간 대만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수치다.
상황이 악화되자 금융위원회는 이날 긴급 회의를 열고 증시 안정화 대책을 내놨지만 상황 인식이 안일하다는 비판만 받고 있다. 금융당국은 우선 최대 5000억원대 펀드 조성에 나섰다. 기존 코스닥에 투자하는 스케일업 펀드 규모를 2000억원에서 3000억원으로 확대 운용하고, 증권 유관기관이 2000억원을 추가로 투입해 국내 주식 투자에 나서면서 하방 지지선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이 규모는 국내 증시 시가총액 약 1600조원의 0.3%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시장 버팀목으로 전혀 기대할 수 없다.
금융당국은 되레 한국의 경제 기초(펀더멘털)는 튼튼하다고 강조했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회의에서 "경상수지가 78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 중이고, 국가부도위험을 나타내는 CDS프리미엄도 안정적인 모습으로, 한국은 3대 신용평가사로부터 안정적인 신용등급을 유지하고 있다"며 "기초 여건과 무관하게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는 것이 아쉽다"고 설명했다. 10월 외국인 자금의 거센 이탈에 한국 경제 내부에는 원인이 없다는 인식이다.
그러나 이날 증시에서 외국인은 개장 초만 해도 순매수를 보였으나 금융위 대책회의 결과가 언론을 통해 알려진 시점에서 순매도로 돌아섰다. 결국 장 마감 결과 1607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하며 8거래일 연속 매도 공세를 이어갔다.
10월 들어 코스피 시장에서 전 거래일까지 약 2조5000억원을 순매수하며 시장을 떠받치던 개인투자자도 이날 4880억원을 순매도하며 정부 대책에 강한 실망감을 보였다.

증시 전문가들은 보다 실질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했다.
이날 대책회의에 참석했던 증권사 한 고위 임원은 "주가는 철저히 기업의 미래 수익을 바탕으로 형성되는데 최근 우리 경제정책은 기업 수익이 늘어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증권업계라도 정부에 반기업적·반시장적 정책의 전환을 요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연구원은 "정부는 외국인들이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을 의심하고 있는 건 아닌지 점검해야 한다"며 "미국·유럽 등에 대대적인 한국 IR라도 나가 직접 목소리를 들어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진영태 기자 / 정희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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