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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남’ 입증한 박정권 “야구장에 있는 것만으로 행복” [현장인터뷰]
입력 2018-10-27 18:59 
SK 박정권은 27일 넥센과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9회말 끝내기 2점 홈런을 터뜨렸다. 사진(인천)=옥영화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인천) 이상철 기자] 이래서 박정권(37·SK)을 가리켜 ‘추남(秋男)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박정권의 2018년 가을야구도 ‘행복하게 시작한다. 그는 27일 넥센과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8-8의 9회말 끝내기 홈런(2점)을 때려 SK의 10-8 승리를 이끌었다. 최근 8번의 플레이오프에서 1차전 승리팀이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경우가 7번이다.
박정권은 큰 경기에 강하다는 걸 입증했다. 또한, 플레이오프 통산 홈런 7개로 이승엽, 홍성흔을 제치고 단독 1위가 됐다.
박정권은 포스트시즌은 첫 판이 매우 중요하다. 넥센에게 7회초 홈런 두 방을 허용하면서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혹시나 우려하는 일이 벌어질까 전전긍긍했는데 다행히 8회초와 9회초 위기를 잘 막았다”라며 공교롭게 (9회말)찬스가 내게 왔다. 솔직히 안타, 홈런 등 특별한 걸 의식하지 않았다. 1,2루 사이 공간이 벌어져 후속타자에게 득점권 찬스만 만들어주자는 생각이었다. 가볍게 쳤는데 내 예상과 다르게 너무 결과가 잘 나왔다”라며 활짝 웃었다.
박정권은 플레이오프 엔트리에 포함됐지만 극적인 합류이기도 했다. 올해 정규시즌 14경기 출전에 그쳤다. 성적도 타율 0.172 2홈런 6타점으로 눈에 띄지 않았다. 6월 25일 말소된 그는 10월 2일이 돼서야 1군의 호출을 받았다.
박정권은 꽤 오랫동안 전열에서 이탈해 내가 엔트리에 포함될 것이라고 생각하기가 쉽지 않았다.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포함된다면 좋겠지만, 만약 제외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완주한 내 자신을 격려해주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늘 홈런이 그간의 답답함을 해소해줬다고 표현하기는 어렵다. 솔직히 2군에서도 많이 힘들었다. 그래도 내 자신을 놓지 않고 붙잡았다. 그렇게 참고 견디니 이렇게 플레이오프에 뛸 기회가 찾아왔다”라고 이야기했다.

유난히 가을야구에 강한 박정권이다. 그는 정말 많이 받는 질문인데 솔직히 나도 잘 모르겠다. 생각해보면 포스트시즌이 난 정말 재미있다. 즐기는 게 맞지 않은가. 정규시즌처럼 다음이 없다. 경기를 뛰든 안 뛰든 야구장에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라고 밝혔다.
박정권은 포스트시즌에 대한 조언도 아까지 않았다. 그는 단기전에서는 쓸데없이 힘이 더 들어간다. 정규시즌과 다르게 스스로 느끼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평소보다 조금 천천히 하는 게 좋다. 자기 스윙을 반의 반만 해도 된다. 내가 해결하지 못해도 동료들이 해낼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라면서 그런데 오늘 다들 ‘긴장된다더니 표정은 괜찮더라. 말만 그렇게 하는 것 같다”라고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 그는 과거 SK 왕조 시절과 비교해 얼굴이 많이 바뀌었다. 그때 기억은 이제 추억일 뿐이다. 현재 잘하는 후배들이 많다. 앞으로 그들이 새롭게 왕조 역사를 만들면 된다”라고 이야기했다.
한편, 이날 3회말 벤치 클리어링이 벌어지자 박정권은 침착하게 대응할 것을 당부했다. 그는 그때 바로 미팅을 가졌다. ‘절대 흥분하면 안 된다 ‘냉정해지자라고 했다. 다행히 다들 차분해진 것 같다. 오늘 승리로 한 경기를 끝냈으니 내일 경기에는 후배들도 잘 대처할 것 같다”라고 전했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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