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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아산, 김병지-염기훈 등 축구인 “국가정책 반대 아냐…시간과 과정 필요”
입력 2018-10-12 18:04 
사진(상암)=천정환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상암) 이상철 기자] 아산무궁화 축구단 신규 선수 수급 중단 사태와 관련해 축구인이 한 목소리를 냈다.
사단법인 한국축구국가대표선수의 김병지, 송종국, 현영민, 박건하, 최진철 등은 12일 오후 5시30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아산무궁화 축구단 선수수급 중단 사태 관련 성명서를 발표했다.
염기훈, 김은선(이상 수원삼성), 신형민, 정혁, 최보경(이상 전북현대) 등 아산무궁화 축구단 출신 현역 선수도 아산무궁화 선포터와 같이 자리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이후 병역 특례에 대한 이슈가 커졌다. 일부 선수가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을 병역 면탈의 기회로 삼는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그 불똥은 아산무궁화 경찰축구단에도 튀었다.
정부는 당초 2023년까지 의무경찰(의경) 제도 폐지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아시안게임 직후 경찰야구단과 아산무궁화의 신규 선수 선발을 중단하면서 자연스럽게 폐지 수순을 밟게 됐다.
신규 선수를 선발하지 않을 경우, 아산무궁화는 내년 14명의 선수만 남아 K리그에 참가할 수 없다. K리그는 팀당 최소 20명의 선수가 등록돼야 참가할 수 있다.
2023년경 아산무궁화가 사라질 것을 예상했던 축구계는 경찰청의 올해부터 신규 선수 선발 중단 결정이 갑작스럽고 일방적이라며 당혹감을 감추기 못하고 있다. 아산무궁화의 소속 선수, 앞으로 입대를 준비하던 선수, 그리고 아산무궁화가 운영하는 유소년 클럽 유망주까지 문제가 초래된다며 유예기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사단법인 한국축구국가대표선수의 김병지 위원장은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일방적인 선수 수급 중단 방침을 즉각 철회하라. 최소 2년간 선수 수급을 유지하고 점차적인 인원 축수로 불안을 최소화하라. 운영에 관한 향후 계획을 충분한 협의 하에 결정하고 투명하게 공개하라”며 세 가지 사항을 요구했다.
최진철 위원장도 한국축구가 좋은 방향으로 가는데 아산무궁화의 (갑작스런)해체(위기)로 발전할 선수들의 경력이 단절돼 (한국축구에)손해를 끼칠 수 있다. 국가정책에 반대한다는 입장이 아니다. 유예기간을 두고 점차적으로 단계를 거치기를 바란다. 심사숙고해주기 바란다”라고 말했다.
아산무궁화를 통해 군 복무를 한 염기훈은 아산무궁화서 뛰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선수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다. 내가 몸 담았던 팀이 한 순간 해체된다는 소속을 듣고 가슴이 많이 아팠다. 한 순간 결정이 아니라 서로 대화를 나누고 축구계도 대비할 시간과 과정이 필요하다. 이 자리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힘이 됐으면 한다. (경찰청)관계자 분들께서 다시 한 번 생각할 기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이야기했다.
아산무궁화 서포터 ‘아르마다의 총무 경 운영팀장인 윤소원 씨는 팀이 2023년 사라질 것을 알고도 응원하고 있다. 비록 군경팀이나 우리는 선수 한 명 한 명을 애정하고 있다. 원정경기까지 따라가 응원하고 있다. 다들 소중한 게 있듯이 우리는 이 팀이 매우 소중하다. 군경팀을 싫어하지 마시고 함께 사랑하는 팀으로 바라봐 달라. 이번 사태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바람을 전했다.
사진(상암)=천정환 기자
다음은 아산무궁화 축구단 선수수급 중단 사태 관련 성명서 발표 전문.
아산무궁화 선수수급 중단 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합니다.
대한민국 축구를 사랑하시는 국민 여러분께
2018년 대한민국 축구는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과 아시안게임 2연패로 국민 여러분께 큰 기쁨과 벅찬 감동을 선사했습니다.
그 배경에는 20대에 전성기를 맞은 축구선수들이 상주상무와 아산무궁화축구단을 통해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게끔 한 제도적 뒷받침이 있었습니다.
물론 2023년까지 의무경찰을 폐지한다는 정부의 방침이 있었기에 아쉽지만 아산무궁화도 2023년경에는 사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경찰청은 지난 9월 돌연 입장을 바꿔 당장 올해부터 아산무궁화의 선수 선발을 중단하겠다는 일방적인 결정을 내렸습니다.
만약 올해 선수 선발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2019년 아산무궁화는 14명의 선수만 남게되어 K리그 참가가 불가능해집니다.
이렇게 되면 K리그의 파행은 물론 이번 러시아 월드컵 대표로 활약했던 주세종 등 남은 14명의 선수들이 축구선수로서 활동할 공간이 완전히 사라지게 됩니다.
아산무궁화가 해체되면 입대를 준비하고 있던 많은 선수들에게도 큰 충격일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아산무궁화가 운영하고 있던 유소년 클럽들도 연쇄 해체되어 축구 꿈나무들의 진로에도 문제를 초래할 것입니다.
저희는 경찰청에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요구합니다.
첫째, 일방적인 선수 수급 중단 방침을 즉각 철회해주십시오.
둘재, 최소 2년간은 선수 수급을 유지하고 점차적인 인원 축소를 통해 현재 복무중인 선수들과 입대 예정인 선수들, 유소년 선수들의 불안을 최소화해주십시오.
셋째, 아산무궁화 운영에 대한 향후 계획을 이해관계자들과의 충분한 협의 하에 결정하고 투명하게 공개해주십시오.
앞으로 2년간 아산무궁화에서 기량을 연마한 선수들은 2020 도쿄 하계올림픽의 주축 선수들이 될 것입니다. 대한민국 축구가 2020 도쿄 하계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으로 국위를 선양하고 다시금 대한민국의 자긍심을 높일수록 국민 여러분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저희는 앞으로도 경기장 안팎에서 대한민국 축구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단법인 한국축구국가대표선수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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