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 과거사위 "박종철 사건 수사, 정권외압에 축소·조작 확인…사과해야"
입력 2018-10-11 17:01  | 수정 2018-10-18 17:05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위원장 김갑배)가 박종철 씨 고문치사 사건 수사와 관련해 정권 외압에 의해 사건이 축소·조작된 사실이 있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오늘(11일) 11일 과거사위는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으로부터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조사 결과를 보고받은 뒤 "검찰은 실체적 진실 발견과 인권보호 의무를 방기하고 정권 안정이라는 정치적 고려를 우선해 치안본부에 사건을 축소 조작할 기회를 줬다"고 밝혔습니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은 1987년 1월 치안본부 대공분실에서 경찰관 5명으로부터 수사를 받던 대학생 박종철 씨가 물고문으로 질식사하고, 이후 치안본부가 박종철 씨의 사망원인을 조작하는 등 사건 은폐를 시도하고 고문치사의 범인을 2명으로 축소·조작한 사건을 말합니다.

과거사위는 검찰이 1987년 1월 14일 박종철 씨가 치안본부 대공분실에서 경찰 5명에게 물고문을 받다가 사망하자 직접 수사를 하려 했으나, 같은 달 17일 검찰총장이 안기부장, 법무부 장관, 내무부 장관, 치안본부장이 참석한 회의에서 '손을 떼라'는 압력을 받고 이에 굴복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고문을 가한 경찰 2명이 검찰에 송치되자 나머지 공범 3명의 존재를 알고도 외부 폭로가 나올 때까지 숨기거나, 박 열사가 사망한 고문실의 CCTV 확인을 생략하는 등 속성·날림 수사를 한 점도 확인했다고 했습니다.

치안본부장이 사건의 진실을 알고도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고 사인을 밝힌 데 대해서도 검찰은 치안본부장이 거짓 발표를 하는 것을 알았음에도 이어진 수사에서 "직접 사건 조작·축소에 가담 혐의가 없다"며 치안본부장을 무혐의 처분하는 등 수사 의무를 저버렸다고 과거사위는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검찰은 수사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검찰의 과오에 대해서 통렬히 반성할 필요가 있다"며 "최근 검찰총장이 피해자의 유족을 직접 찾아가 이런 과오를 사죄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한다"고 평가했습니다.

과거사위는 다만 "사건 발생 초기 검찰이 치안본부의 조작·은폐 시도를 막고 부검을 지휘해 사인이 물고문으로 인한 질식사임을 밝혀낸 점은 높게 평가받아 마땅하다"고 언급했습니다.

또 "검찰의 잘못된 수사 사례와 모범적 수사 사례를 대비해 그 원인과 문제점 그리고 대응방안 등을 현직 검사와 수사관 또는 검사 및 수사관 신규 임용자 등에 대한 교육 과정에 반영하라"고 권고했습니다.


한편, 과거사위는 이날 고 김근태 전 의원에 대한 '고문은폐 사건'에 대해서도 검찰의 중대 과오가 인정된다고 보고 피해자에 대한 사과 등을 권고했습니다.

김근태 고문은폐 사건은 1985년 9월 국가보안법 등 위반 혐의로 치안본부 대공분실에서 23일간 강제감금·고문을 당한 김 전 의원이 검찰에서 고문 사실을 폭로하고 수사를 요구했으나 묵살했다는 의혹입니다.

과거사위는 검찰이 고문 사실을 충분히 인지했으나 안기부와 공모해 이를 은폐했고, 오히려 고문 경찰관에 대한 고소·고발을 무혐의 처리하는 등 사건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과거사위는 "검찰이 경찰의 고문 수사를 용인, 방조하고 은폐하는 데 권한을 남용했다"며 "남용 사실을 인정하고, 국민과 피해 당사자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하라고 했습니다.

또 정보기관이 안보사범 등에 대한 검찰 수사 내용을 통보받거나 사건에 관여할 수 있도록 한 '안보수사조정권' 관련 대통령령에 대해서는 "냉전이데올로기 시절 권위주의 정부의 유물에 불과하다"며 폐지를 권고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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