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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무지 드러낸 국감, 이럴 거면 대표팀 감독 왜 불렀나
입력 2018-10-11 06:51  | 수정 2018-10-11 07:39
선동열(사진) 감독이 1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 일반증인으로 출석했다. 사진(여의도)=옥영화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 황석조 기자] 질문 수준이 떨어져도 한참 떨어졌다. 야구를 몰라도 너무 몰랐다. 이러기 위해 국가대표팀 감독을 부른 것이었을까. 요란했지만 알맹이는 전혀 찾아볼 수 없던 선동열 감독을 향한 국정감사였다.
10일 열린 문화체육위원회 국정감사는 일찍부터 많은 이목이 쏠렸다. 사상 초유의 현역 국가대표팀 감독의 증인 출석. 거기다 당사자는 국민들 사이에서 ‘국보로 불린 선동열 감독이었다. 지난 8월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한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병역면탈 의혹 중심에 있는 지탄의 대상이기도 했다. 많은 이들은 의혹의 눈초리를 보냈다. 오지환(LG)-박해민(삼성) 발탁에 대한 특혜, 청탁, 사전 언질 여부 등 궁금증을 일으키는 내용이 많았다.
선 감독은 뒤늦게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폭발한 여론을 막지 못했다. 급기야 국정감사 자리에까지 섰다. 의혹에 대한 속 시원한 해답과 질타, 정곡을 찌르는 증거 등이 나오는 자리가 기대됐다.
하지만 전혀 아니었다. 자리에 참석한 국회의원들은 저마다 선 감독을 향해 날선 질문을 이어갔지만 어느 하나 핵심과 가깝지 못했다. 본질과는 동 떨어졌고 호통과 윽박지르기만 난무했다. 선 감독 망신주기에만 급급했다. 특히 질의내용은 야구팬들 수준에서 한참 이해 안 되는 내용으로 가득했다.
바른미래당 김수민 의원은 선 감독에게 청탁여부, 사전 내정의혹 등을 질의했지만 뚜렷한 증거는 없었다. 선 감독이 아니라고 반박하니 더는 이어갈 수조차 없었다. 심지어 A, B선수 기록을 보여준 뒤 어떤 선수를 뽑을지에 대해 일종의 테스트까지 했지만, 올해 성적이 아닌 지난해 성적으로 오지환과 김선빈(KIA)을 비교해 설득력이 떨어졌다. 전체 누적 커리어 차이를 비교하고자 한듯한데 당연히 선발 당시 컨디션과 몸 상태가 더 중요할 수밖에 없었기에 오히려 선 감독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가 됐다.
이번 사안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드러냈던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 역시 선 감독을 몰아붙이기에만 바빴다. 현장감독에게 행정적인 질문을 거듭한다거나 물적 증거도 없이 의혹만 제기하기 일쑤였다. 사태 본질을 벗어난 질문도 많았다. 특히 전임감독 시행과 이번 아시안게임 선수 선발을 하나의 카테고리로 엮어 비판의 대상으로 삼으려는 의도는 야구계 상황과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내용.
전임감독제는 언론을 비롯한 야구계 안팎에서 꾸준히 그 필요성이 제기된 화두였다. 다만 지난 2017년 3월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고척 참사 이후 자성의 목소리가 쏟아지자 본격화 됐을 뿐이다. 또 선 감독은 김인식 전 감독에 이어 일찍부터 유력한 국가대표 감독 후보로 꼽혔다. 선 감독은 앞서 수많은 국제대회에 코치로 참여, 탁월한 투수교체로 명성을 얻은 바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선임과정을 두고 ‘이용당한 것 같다, 혹은 ‘야구계의 다른 밑그림이 있을 수 있다고 의심하는 것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셈인 것이다.
선동열 감독은 이날 국회의원들의 질의에 비교적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사진(여의도)=옥영화 기자
자유한국당 한선교 의원은 이종범 대표팀 코치의 아들인 이정후(넥센)가 호성적에도 1차 명단 때 탈락한 사실에 대해 선 감독이 선수선발을 공정하게 했다며 다소 뜬금없는(?) 두둔을 해주기도 했다.
그 외에도 야구팬들을 한숨 쉬게 한 질문들이 쏟아졌다. 초반에 긴장감이 역력했던 선 감독은 더 강하게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기 시작했고 억울함도 호소했다. 소신껏 했다”며 지난 기자회견 당시 내용을 더 강조했다.
결과적으로 이날, 사상 최초로 국가대표팀 감독을 국정감사대에 앉혔지만 망신주기에만 전념했을 뿐 내용 면에서는 알맹이가 빠져도 한참 빠져있었다. 국민들에게는 의혹해소는 고사하고 답답함만 가중시켰다.
모두가 야구전문가일 수 없다. 이번 사안은 복잡하고 전문적인 부분이 많아 국회의원이라고 해서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도 하다. 하지만 어려운 자리를 만들었고 이목이 집중된 것을 뻔히 알면서도 맹탕 질문으로 사안의 본질을 건드리지 못한 것은 한계를 자인한 셈이기도 했다. 이럴 거면 국가대표팀 감독을 왜 그 자리까지 불렀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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