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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하락·교통지옥 우려…신규택지 첫삽도 뜨기전에 `반발`
입력 2018-09-30 17:38  | 수정 2018-09-30 19:27
◆ 주택공급대책 진퇴양난 ◆
정부가 추석 연휴 직전 발표한 수도권 주택공급 대상 택지가 속한 지방자치단체와 주민 반발이 연휴가 끝나자마자 봇물 터지듯 전방위적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정부가 9·21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방안에서 입지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서울과 1기 신도시 사이 인접한 지역에 조성하기로 한 3기 신도시 후보로 거론되는 경기 과천시, 고양시 등까지 가세하고 있다. 다급해진 정부가 교통망 신설 등 혜택 카드를 검토하고 있지만 지자체와 지역 민심을 잠재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부의 9·21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방안에 가장 먼저 반기를 든 것은 경기 광명시다. 광명시는 추석 연휴 다음날인 지난 27일 보도자료를 내고 "국토교통부가 광명 하안2지구를 신규 택지개발지구로 지정한 것은 자치권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광명시는 반대 이유로 지역 주민과 영세 소상공인 생계 문제, 미흡한 교통대책, 광명 뉴타운 침체, 하안동 기존 시가지 슬럼화 우려, 신혼부부·청년 일자리 창출 대안 부족 등을 꼽았다.
1300가구 건립이 예정된 옛 성동구치소 용지가 신규 택지에 포함된 서울 송파구의 박성수 구청장도 이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27일 오전 박원순 서울시장과 통화하면서 실질적 이해관계자인 송파구청과 지역주민 입장은 고려하지 않은 채 국토부가 일방적으로 정책을 발표한 점에 대해서는 강력히 유감을 표명했다"면서 "송파구의 행정, 개발은 송파구민 의견이 최우선돼야 한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택지 지정에 대해 직접적으로 '반대' 표현을 명확히 하지는 않았지만 반대 의사를 밝힌 것이다.
서울 강동구 고덕강일지구에 공급된 장기전세주택 단지 전경. 고덕동과 강일동 일대에 조성된 고덕강일지구는 25만7244㎡에 총 1만가구 넘는 주택이 건립될 예정이다. [매경DB]
임병택 경기 시흥시장도 지난 28일 방송 인터뷰에서 "주거와 일자리가 함께 어우러지는 도시가 만들어지도록 중앙정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아파트만 짓고 떠나버리는 잘못된 주택 정책은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자체장들이 이같이 반발하는 배경에는 기본적으로 공급이 몰려 해당 지역 집값이 떨어지는 데 대한 주민 공포감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과거 이명박정부 시절 구리·남양주·광명·시흥·하남 미사 등 수도권 지역에 수만 가구 보금자리주택 건설이 추진되자 주변 지역 집값이 내려앉았던 것을 목격한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이런 반대를 단순히 지역민의 '님비(지역이기주의)'로 볼 수만은 없다는 반박도 있다. 철도, 도로 등 추가 교통망 신설은 예전에도 더뎠지만 문재인정부 들어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대거 줄이기로 하면서 추진 속도가 느려지거나 차일피일 보류되고 있다. 그린벨트와 경기도시공사 등 정부·지자체 토지가 많아 장항동과 대곡역세권, 원흥지역 등이 100만평(약 3.3㎢) 규모 신도시 후보지로 거론되는 고양시도 광역 인프라스트럭처 개선 없는 신도시 지정에 대해 명확한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재준 고양시장은 "고양시 일산 등 1기 신도시는 베드타운 목적의 초기 설계와 삼중 규제(수도권정비계획법, 개발제한구역법, 군사시설보호법)로 인해 자족기능이 극도로 부족하다"며 "지역 특성에 맞는 자족기능 확보와 광역교통망 확충이 배제된 신도시 개발보다 기존 주거 인프라를 정비하는 것이 고양시의 기본적인 도시 정책"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이런 민심을 예의 주시하며 지자체와 주민들을 설득할 '반대급부'를 검토하고 있다. 정부가 건설을 추진 중인 수도권 전철 노선과 버스환승센터 등을 신규 공급지역 또는 신도시 후보지에 배치해 혜택을 주는 방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기존 택지 중에는 서울과 근접한데도 전철, 도로망 등이 여의치 않아 주거가 불편한 곳이 많다"며 "이런 지역의 출퇴근 환경을 개선하고 주민 편의를 높일 수 있는 방향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 원장은 "주변 입주민들에게 호재가 될 수 있는 교통망 인프라 개선책 등을 놓고 정부와 지자체 간 적절한 협상이 필요해 보인다"며 "새 교통망 호재가 있다면 주민들도 무턱대고 반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정부와 이재명 경기도지사, 박원순 서울시장 간 교통망 개선책 등을 놓고 치열한 '빅딜'이 이뤄진 후 신도시 지정이 가능할 전망이다. 경기도는 도내 주요 지역에 철도역 환승센터 건립 후보지 20개소를 선정해 국토부가 수립하는 제4차 광역교통 시행계획(2021∼2025년)에 반영을 건의할 계획이다. 광역교통 시행안에 반영되면 재정사업으로 추진이 가능해 전체 건립비 중 51%를 국비와 도비로 지원받을 수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3기 신도시의 입지를 1기 신도시와 서울 사이로 정한 것도 잠정적으로 교통 인프라 개선을 염두에 둔 조치"라며 "인프라 개선에 따라 주변 거주민들이 입는 혜택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용 기자 / 최재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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