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3개월만에 미소 되찾은 베트남펀드
입력 2018-09-21 15:57  | 수정 2018-09-21 17:24
베트남 증시 대표 지수인 VN지수가 3개월 만에 다시 1000선을 돌파했다. 미·중 무역전쟁 여파와 투자자들의 차익 실현으로 지난 7월 초 900선이 무너지며 고전했지만 기업들의 빠른 이익 증가세에 힘입어 반등에 나선 상태다. 지수 호조에 베트남 펀드 역시 최근 3개월간 빠르게 수익률을 회복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의 경기 안정화 정책과 기업들의 이익 성장세를 감안하면 증시의 점진적 상승세를 전망하는 전문가들 분석에 힘이 실린다.
21일 한국펀드평가 펀드스퀘어에 따르면 국내에 설정된 베트남 주식형 펀드의 최근 3개월 평균 수익률은 3.83%로 미국 증시 호조에 시장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미국 주식형 펀드 수익률 3.54%를 웃돌았다. 최근 1개월 기준으로 베트남 펀드는 3.52% 수익을 올려 2.03%에 머문 미국 펀드의 성과를 웃돈다. 브라질(-5.18%) 인도(-5.79%) 등 다른 신흥국 펀드가 같은 기간 5% 이상 손실을 입은 것과 대조를 보이기도 했다.
개별 상품으로는 HDC베트남적립식 펀드가 최근 1개월 동안 5.53% 수익률로 성과가 가장 좋았다. 유리베트남알파 펀드가 같은 기간 5.00%로 뒤를 이었고, IBK베트남플러스아시아 펀드 역시 4.15% 수익을 올려 최근 성과가 좋았던 펀드로 꼽혔다. 설정액 6699억원으로 베트남 펀드 중 가장 덩치가 큰 한국투자베트남그로스 펀드 역시 최근 1개월과 3개월 수익률이 각각 3.45%, 3.38%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이들 펀드 수익률이 반등한 배경에는 부동산 투자가 있다. 이들 펀드는 '빈그룹(Vingroup JSC)'을 펀드 포트폴리오에서 4~5% 담아 비중을 크게 두고 있다. 빈그룹은 베트남 증시 시가총액 1위 부동산 기업인데 연초 이후 주가가 50%가량 올랐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베트남 증시가 하락하기 시작한 3~6월 한국투자베트남그로스 펀드에서 빈콤 투자 비중을 5.92%에서 7.11%로 높이기도 했다.

펀드 수익률이 기지개를 켜자 투자심리 역시 되살아나고 있다. 베트남 펀드는 최근 3개월간 설정액이 985억원 늘었는데, 이 중 485억원이 최근 1개월 사이 집중됐다. 베트남 펀드는 연초 이후 7780억원이 순유입되며 투자자들이 올해 가장 주목하는 시장으로 떠올랐지만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으며 지난 6월에는 한 달 동안 설정액이 40억원가량 줄기도 했다. 신흥국 금융위기 확산 우려로 투자금이 이탈하며 최근 3개월 동안 러시아(-299억원) 인도(-379억원) 등 신흥국 펀드 설정액이 급감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근 베트남 펀드 투자심리 회복이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베트남 경제의 높은 성장률과 2분기 증시 조정으로 밸류에이션 매력도가 커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장기 투자를 고려하는 투자자에게는 저가 매수를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보원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VN지수 기준으로도 4월에는 주가수익비율(PER)이 20배를 넘었으나 4월 이후에는 무역 갈등 염려에 13~15배까지 하락했다"며 "신흥국 우려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타 신흥국 대비 높은 주당순이익(EPS) 전망치 개선이 나타나고 있고 VN지수 내 비중이 큰 기업들의 밸류에이션이 낮아진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 증시의 대외 리스크 요인으로 꼽히는 미·중 무역갈등 역시 중·장기적으로는 베트남에 호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전문가들은 점진적 증시 상승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대원 한국투자신탁운용 글로벌운용팀장은 "물가와 환율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고 외국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회복세를 보이는 투자심리를 감안하면 점진적인 상승세에 무게가 실린다"고 전망했다.
[유준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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