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깜짝' 백두산 등반 의미는?
입력 2018-09-20 19:32  | 수정 2018-09-20 20:20
【 앵커멘트 】
이번 정상회담의 백미는 마지막 일정인 백두산 등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텐데요.
관련해서, 정치부 오지예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오 기자, 백두산 쉽게 가지 못하고 그리워만 하다 보니 멀게 느껴졌는데, 두 정상, 백두산 정상까지 금방 다녀온 것 같아요. 천지, 어떻게 오른 건가요.

【 기자 】
네, 백두산에 가는 길은 네 가지입니다.

서파, 남파, 북파는 중국 쪽을 이용하는 거고, 아마 다녀오신 분들은 3가지 경로 중 하나였을 테고요.

오늘 남북 정상은 북한 쪽으로 가는, 동파길을 이용했습니다.

다만 김정은 위원장이 말했듯, 이 길을 이용했기 때문에 천지를 갈 수 있었습니다.


【 질문1-1 】
그래도 평양에서 백두산까지 꽤 멀기 때문에 아침부터 두 정상 바쁘게 움직였는데요. 비행기에 차량에 케이블까지 이동수단이 총동원됐죠?

【 기자 】
네, 평양 국제공항에서 삼지연 국제공항까지는 약 370km 정도입니다.

차로 이동했다면 북한의 도로 사정이 열악할테니 반나절은 잡아 먹었을 텐데요.

하지만 비행기로 1시간 만에 도착했고, 곧바로 차량으로 갈아 탄 뒤, 2시간 정도 걸려 백두산 최고봉인 장군봉에 도착했습니다.

장군봉에서 천지까지는 돌다리로 걸어서 갈 수도 있고, 케이블카를 탈 수도 있는데요.

두 정상은 케이블카를 타고 10분 정도 올라 천지에 도착해 산책하며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 질문2 】
사실 백두산행은 문재인 대통령의 소원이라는 걸 알고, 김정은 위원장이 깜짝 제안했지만, 김 위원장에게도 백두산은 특별하죠.

【 기자 】
그렇습니다.

할아버지 김일성이 항일 빨치산 활동을 폈던 무대고, 아버지 김정일이 태어났다고 북한이 선전하는 혁명의 성산입니다.

그래선지 고모부인 장성택 처형이나 신년사 발표 등 중요한 일정을 앞두고 등반했는데요.

두 사람에게도 각별합니다.

지난 4월 1차 정상회담 때 식수행사를 하며, 백두산과 한라산의 흙을 합쳤고요.

한 달 뒤 2차 정상회담 때는 백두산 천지 그림 앞에서 만났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부부 동반 산행을 한 건데요.

민족의 영산에서 새로운 평화를 열고, 본격적인 남북 교류를 하겠다는 뜻에서 정치적 의미가 큽니다.

【 질문 3 】
게다가 천지는 아무 때나 볼 수 없잖아요. 날씨도 좋았어요.

【 기자 】
그렇습니다.

백두산은 해발 2750미터로 고도가 높다보니 여름에도 매우 서늘해서 김정은 위원장의 별장이 2곳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천지 오늘 기온이 5도 안팎이었다지만, 체감 온도는 영하권이고요.

우리나라에서 물 온도가 가장 낮아, 1년 중 7개월 이상 얼어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이 천지물을 담고, 김정숙 여사가 한라산 물을 뿌릴 수 있는 거 보면, 날씨도 좋았던 겁니다.

【 질문4 】
오 기자, 사실 2박 3일간 두 정상, 밀도 있는 회담에, 함께 공연도 보고 현지 식당도 가고 많은 일정을 소화 했는데요. 뭔가 도보다리 대화 만큼 파격적인 이벤트는 없었는데, 백두산행은 뒤늦게 확정됐다고요?

【 기자 】
네, 공식 발표는 그렇습니다만, 사실 예상됐던 일정이기도 합니다.

일단 최근 북측이 구간의 도로를 보수하고 주민 통제했다는 외신 보도가 있었고요.

문 대통령은 지난 4월 김 위원장과의 만찬 때, 나의 소원은 백두산 트래킹이다, 퇴임하면 백두산 여행권 달라고 바람을 밝혔고요.

이번에 평양으로 가면서는 백두산에 중국 동포가 여러번 초청했지만, 난 북한으로 올라가겠다고 공언해서 사양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회담 첫째날 공군 1호기와 함께 평양 순안 공항에 모습을 드러낸 공군 2호기 역시 청와대는 물품 수송용이라고 했지만, 삼지연 국제공항의 활주로가 짧고 폭이 좁은 점을 감안했다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오늘 생수병에 담아간 한라산 물도 두 정상이 돈독해진 관계를 보여주기 위해 사전 조율한 게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 앵커멘트 】
오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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