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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회생절차 밟는 카페베네, 美법인 단돈 1弗에 판다
입력 2018-09-20 17:38  | 수정 2018-09-20 19:37
◆ 레이더M ◆
2012년, 토종 커피전문점 카페베네가 국내 식음료 업계 이목을 집중시켰다. 뉴욕 맨해튼의 랜드마크 타임스스퀘어에 200평 규모의 카페베네 미국 1호점이 탄생했기 때문이다.
카페베네는 이후에도 특유의 공격적인 전략을 앞세워 미국에서 매장을 불려 나갔다. 한때 미국 내 카페베네 매장은 50여 개에 달했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현재, 카페베네가 미국 법인 매각에 나섰다. 가격은 단돈 1달러. 카페베네가 야심 차게 시작했던 미국 법인을 1달러에 팔 수밖에 없었던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카페베네는 미국법인 Caffebene Inc.를 1달러에 매각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법인은 미국 내 프랜차이즈를 낼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다. 현재 주식매매계약(SPA)까지 체결된 상태로, 미국 현지에 거주하는 한 한국인이 카페베네 미국 법인 인수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매각은 법인 회생절차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카페베네는 미국 법인으로부터 얻는 수익이 없다. 반대로 한국에서 미국 법인을 지원할 여력도 되지 않는다. 돈이 미국으로 나가지는 않지만 교육을 위한 인력 등 다른 계약상 서비스도 제공하기가 힘든 실정이다. 이처럼 보유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운 애물단지로 전락한 만큼 빠른 정리를 위해 단돈 1달러에 팔기로 한 것이다.

현재 카페베네는 서울회생법원에서 법인회생절차를 밟고 있다. 지난 1월 이사회를 열고 법인회생을 신청해 5월 인가를 받았다. 당시 실사 결과 청산가치인 161억원에 비해 두 배가 넘는 415억원의 존속가치를 인정받아 회생계획안이 통과됐다.
2008년 카페베네는 서울 천호동에 1호점을 냈다. 이후 카페베네는 공격적으로 매장을 늘리며 시장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첫 매장이 들어선 지 5년 만인 2013년 카페베네는 1000여 개 매장을 보유하게 됐다. 미국 진출도 이 사이에 이뤄졌다. 미국을 시작으로 사우디와 대만, 홍콩 등 세계 각지로 카페베네의 브랜드를 알려 나갔다.
그러나 외형이 빠르게 성장한 데 비해 속은 곪아가고 있었다. 수익성이 그만큼 뒷받침되지 못했다. 2011년 영업이익은 약 169억원을 기록했으나 2012년에는 101억원으로 꺾였다. 연결 기준으로 집계를 시작한 2013년과 2014년에도 영업이익은 꾸준히 하락했고, 결국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는 꾸준히 영업손실을 기록해 왔다. 창업 신화를 이끌었던 김선권 전 카페베네 대표도 2016년 경영권을 한류벤처스에 넘기며 일선에서 물러났다.
기업 실적이 나빠지자 가맹점과의 관계도 자연스레 악화됐다. 자금의 대부분을 부채 상환에 활용하며 물류 공급에 어려움을 겪었다. 가맹점에 약속한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가맹점주들도 카페베네가 경영에 어려움을 겪으며 고통을 분담해야 했다.
그동안 부채도 꾸준히 늘어났다. 2013년 665% 수준이던 부채비율은 2014년 1401%까지 올랐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발행한 전환상환우선주(RCPS)를 자본에서 부채로 인식한 점도 영향을 미쳤으나 이러한 내용을 감안해도 높은 수준이다. 결국 카페베네는 2016년 누적된 적자가 처음 납입한 자본금을 넘어선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들어갔다. 이후에도 실적은 회복되지 않았고, 결국 올해 1월 법원의 문을 두드렸다.
회생 절차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2015년까지 900여 개에 이르렀던 매장은 현재 약 450개 수준까지 줄었다. 경영이 악화된 기간 가맹점과의 관계도 틀어진 경우가 많았다. 카페베네 측은 법원과 함께 회생절차를 밟으며 기초 체력을 다시 키우겠다는 입장이다.
카페베네는 올 상반기에 2015년 이후 처음으로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계획에 비해 회생이 빨리 종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번 매각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 카페베네 브랜드가 사라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인수 측에서는 그대로 카페베네 브랜드를 사용할 계획이다.
[정희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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