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김상조, 지철호 부위원장에 보고하지 말라 직원들에게 지시
입력 2018-09-11 23:28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재취업 논란으로 불구속 기소된 지철호 공정위 부위원장에게 업무보고를 하지말라는 취지의 지시를 직원들에게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이 지 부위원장에게 수차례 "정무적으로 판단해달라"며 사퇴를 종용했지만 지 부위원장이 물러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자 이 같은 지시를 내렸다는 것이다.
11일 공정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최근 일부 직원들에게 "부위원장에게 보고할 때 정무적으로 판단하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 부위원장이 지난달 검찰 기소 이후 전원회의 참석을 하지 않는 상태인데, 사건 관련 보고는 물론 내부 현안과 관련된 보고도 자제하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지 부위원장은 공정위 상임위원에서 퇴임한 후 중소기업중앙회 상임감사로 취업하면서 심사를 받지 않았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혐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지만, 당시 공직자윤리법령상 심사대상이 아닌 데다 윤리위의 소급심사에서도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 나와 결과를 가늠하기 힘들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미 청와대 인사 검증에서 문제없다고 판단한 내용이어서 유죄로 판명날 경우 청와대도 책임을 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공정위 내부는 크게 동요하고 있다. 검찰 수사가 본격화될 때 김 위원장이 "대응을 일절 자제하라"고 지시해 공정위 전체가 비도덕적이라는 비난에 대해 한마디 항변조차 하지 못했는데, 공정거래법 개정을 앞두고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김 위원장이 부위원장 사퇴 카드로 국면을 돌파하려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이번 수사 이후 다른 정부부처 등으로 전출 의사를 밝힌 직원이 70명에 이른다. 600여명 수준인 공정위 인원을 감안하면 10명 중 1명이 전출을 희망하는 셈이다. 몇몇 과장급 간부들도 공직을 떠날 것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공정위 사무관은 "마치 취업길이 막혀 공정위를 떠나려한다는 비난까지 나오지만 정작 직원들은 명예 실추와 주변 시선으로 위원회를 떠나려는 것"이라며 "김 위원장 취임 후 지난 1년간 쏟아지는 업무를 감당해냈지만 결국 남은 것은 불명예 뿐"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공정위 노조는 간부들의 평판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 중이다. 김 위원장이 온 뒤에도 조직문화가 바뀌지 않아 의견수렴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김 위원장이 조직 명예를 구기면서까지 밀어붙인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안도 연내 국회 통과가 요원해지고 있다는 관측이다. 전속고발제 폐지를 비롯해 무리한 기업 옥죄기 방안이라는 비판과 함께 재벌개혁 의지를 상실한 것이라는 비판을 동시에 받고 있기 때문이다.
[석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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