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문건 파기` 전관 변호사, 영장 기각…`구명 이메일` 보냈다
입력 2018-09-11 10:28 
생각에 잠긴 유해용 전 연구관 [사진 출처 = 연합뉴스]

고위 법관 출신 변호사가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현직 판사들에게 '구명 이메일'을 돌렸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을 지낸 유해용(52) 변호사가 전날 복수의 현직 판사들에게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이메일을 보냈다고 밝혔다.
유 변호사는 이메일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의료진' 김영재 원장 측의 특허소송, 옛 통합진보당 의원들의 지위확인 소송에 개입했다는 자신의 혐의를 대부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본인이 대법원 재직 시절 수집한 기밀자료들을 무단 반출한 혐의에 대해 '법원 근무 시절의 추억'을 언급하며 불법성이 없었다고 항변했다.

검찰은 이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연루된 전·현직 판사들이 압수수색 영장 발부 권한을 이용해 사실상 수사방해를 시도한 정황으로 보고 증거인멸에 현직 판사들이 관여했는지 철저히 수사할 방침이다.
특히 '사법농단' 수사와 관련해 구속영장 무더기 기각 사태가 이어지는 상황이어서 최근의 검찰-법원 간 갈등이 정면충돌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검찰은 가장 큰 문제점을 유 변호사가 이메일을 돌린 시점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유 변호사가 대법원 기밀자료를 대량으로 들고 나가 보관 중이라는 정보를 확인하고 지난 7일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다. 영장은 유 변호사가 이메일을 돌린 뒤인 전날 저녁 기각됐다.
이에 검찰은 유 변호사가 현직 법관들을 상대로 일종의 '구명 운동'을 벌인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이메일은 현재 법원행정처에 근무하는 법관들에게도 일부 발송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서울중앙지법 박범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유 변호사의 주장과 유사한 사유로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했다. 박 부장판사는 "대법원 재판자료를 반출 소지한 것은 대법원 입장에서 볼 때 매우 부적절한 행위이나 죄가 되지는 않는다"라는 이유를 들었다.
특히 박 부장판사는 2014년 유 변호사와 재판연구관실에서 함께 근무한 바 있다.
검찰 일각에서는 유 변호사가 반출한 자료 중 박 부장판사가 당시 작성한 보고서 등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어 영장심사를 '회피'했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유 변호사가 보낸 '구명 이메일'이 압수수색 영장 기각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면밀히 조사할 방침이다.
[디지털뉴스국 문성주 인턴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