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병역체계 붕괴 우려"vs"양심 자유 보호"…`양심적 병역거부` 공방
입력 2018-08-30 17:10 
[사진 출처 = 연합뉴스]

"국가가 개인의 양심을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 병역시스템이 붕괴할 우려가 있다" "대체복무가 도입될 땐 무죄를 선고받아도 의무를 이행하겠다. 양심의 자유를 보호해줘야 한다."
30일 오후 2시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이 이끄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양심적 병역거부' 3명에 대한 공개 변론을 열었다.
대법원은 이날 '여호와의 증인' 신도 3명이 '양심적 병역거부'를 이유로 현역병 입영이나 예비군 훈련 소집을 거부한 이유로 기소된 재판을 진행했다.
검찰 측 발언자인 김후곤 대검찰청 공판송무부장은 입영 대상자의 신념이나 종교 등 주관적 사유가 병역을 피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렇게 된다면 법과 병역 체계가 모두 무너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부장은 "정당한 사유란 천재지변이나 교통사고 등 객관적 사유로 한정돼야 한다"며 "신념이나 종교 등 주관적 사유에 대해 국가가 개인의 양심을 측정할 방법이 없다. 자칫 병역 기피를 위한 '만능 조항'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피고인 측 오두진 변호사는 피고인들이 존엄한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소극적 조치로서 병역을 거부한 것이라며 법원이 헌법이 보장하는 양심의 자유를 지켜줘야 한다고 반박했다.
특히 오 변호사는 만약 군과 무관한 대체복무가 도입된다면 무죄를 선고받아도 의무를 이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측의 논박을 들은 대법관들은 의구심이 드는 부분에 대해 검찰과 피고인 측에 따져 물었다.
박상옥 대법관은 "여호와의 증인 신자가 자신의 신념을 유지하는 대신 군에 입영하는 젊은이는 생명과 신체에 대한 위협을 받고 많은 기본권이 제한된다"며 "이를 병역을 거부하는 '정당한 사유'로 해석할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조희대 대법관도 "북한이 핵을 개발하는 등 안보가 엄중한 상황"이라며 이들의 병역거부를 인정하게 된다면 정교분리 원칙을 어기고 여호와의 증인이라는 특정 종교를 국가가 우대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에 김재형 대법관은 "우리 형사법에는 '정당한 사유'라는 조건을 다른 나라에 비해 빈번하게 규정한다"며 "주관적 사유가 아닌 객관적 사유만을 정당하다고 인정할 수 있는 근거가 무엇이냐"고 했다.
김선수 대법관도 "정당한 사유와 객관적 사유의 구분이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조재연 대법관은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인정할 경우 국가안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객관적이고 실증적인 연구가 있느냐"고 묻기도 했다.
지난 수십 년간 종교적·양심적 병역거부는 정당한 사유가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했던 대법원은 헌법재판소가 6월 28일 법원을 향해 "대체복무제 도입 전 정당한 사유가 있는 거부자들에게 무죄를 선고하길 바란다"고 밝히면서 고민에 빠졌다.
정부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대체복무로 군과 관련이 없는 교도소·소방서에서 27~36개월간 대체복무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디지털뉴스국 문성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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