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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자카르타] 기도 중단도 없었고, 뜬공 사고도 없었다
입력 2018-08-27 00:27  | 수정 2018-08-27 14:31
선동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이 조별예선 1차전에서 대만에 패했다. 사진(인도네시아 자카르타)=천정환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안준철 기자] 정작 우려했었던 일‘은 벌어지지 않았지만, 설마 했던 우려 상황이 발생했다. 한국 야구의 아시안게임 3연패는 복잡해졌다.
한국은 26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야구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야구 대만과의 B조 예선라운드 1차전에서 1-2로 패했다.
충격의 패배였다. 예상하지 못한, 아니 예상하기 싫은 시나리오가 자카르타에서 펼쳐졌다. 선동열 감독이 이끄는 야구 대표팀은 KBO리그의 정예 선수들로 구성했고, 아시안게임 기간 중에는 KBO리그 정규시즌까지 중단시켰다. 반면 일본은 전통적으로 아시안게임에 사회인리그 선수들 주축으로 대표를 선발해 출전한다. 역시 프로선수가 주축이었던 대만은 이번 대회에 24명의 엔트리 중 7명만 프로(CPBL) 소속이고, 나머지는 실업 선수들이었다. 객관적인 전력만 봐도 한국이 한수 위였다. 변수만 조심하면 된다는 분위기였다.
그 변수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그라운드 컨디션이었다. 인도네시아는 야구가 그리 인기 있는 스포츠가 아니다. 소프트볼의 인기가 더 많고, 최근 들어 야구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는 추세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인지 제대로 된 야구장이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생기는 것도 당연했다. 앞서 선동열 감독과 KBO스태프는 지난 7월초 자카르타 야구장을 답사했다. 그리고 조명탑이 낮아 야간 경기시에 뜬공처리에 애를 먹을 수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24일 첫 공식훈련을 앞두고도 이 부분을 강조했다. 이어 잔디가 거칠어 타구가 변칙적으로 흐를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여기에 기도 중단이라는 변수도 등장했다. 25일 훈련을 앞두고 선 감독은 감독자 회의를 다녀왔다. 여기가 이슬람 국가라 기도 시간이 있다. 기도 시간에는 경기가 잠시 멈춘다. 기도시간이 (여기 시간으로) 낮 12시, 오후 3시, 오후 6시, 오후 7시라더라”고 말해 취재진을 뜨악하게 만들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 말이다. 이미 치러지고 있는 다른 종목만 봐도 기도 시간 때문에 멈춘다는 것을 본 적도 없고 들은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 KBO측도 같이 들어간 매니저도 분명 들은 얘기다”라고 확인을 했다. 만약 이렇게 되면 곤란스러운 일이다. 경기가 중단되면, 흐름이 끊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앞서 열린 인도네시아와 홍콩 경기도 기도시간이 됐지만, 그대로 경기는 계속됐다. 오후 6시30분부터 열린 한국과 대만전도 30분이 지난 7시가 됐지만, 기도를 하기 위해 중단하진 않았다.
선동열 감독이 자카르타에 도착해 이틀 동안 지겹게 말했던 ‘뜬공 참사도 없었다. 좌익수 김현수가 1회초 타구를 뒤에 빠뜨리는 장면은 조명에 타구가 들어간 것보다는 위치를 잘못 잡은 것으로 보였다. 나머지 까다로운 타구를 외야수들이 무난히 잘 처리했다. 대만 외야수들은 호수비 행진을 펼쳤다.
이날 한국은 패배는 선 감독이 우려했던 대로가 아니었다. 상대 투수를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고, 1회 양현종의 실투를 대만 타자가 잘 쳤기 때문이다. 그라운드 컨디션이 좋지 않다고 서울에서부터 강조해 온 선 감독의 말은 말 그대로 핑계가 돼 버렸다. 객관적인 실력에서 뒤진 패배였다. jcan1231@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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