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꼭 오래 사십시오"…이산가족 눈물의 이별
입력 2018-08-22 19:30  | 수정 2018-08-22 20:12
【 앵커멘트 】
65년 만에 다시 만난 이산가족이 사흘간의 짧은 만남을 뒤로 하고 다시 헤어짐의 길에 올랐습니다.
밝은 웃음으로 헤어지자던 약속은 결국 지켜지지 못했습니다.
처음 만날 때보다 더 많은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연장현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상봉 마지막 날, 80대 할아버지는 여동생의 수척한 얼굴을 보자마자 소리 내어 울기 시작합니다.

애써 침착하던 동생도 "잠은 잘 잤느냐"는 오빠의 첫 마디에, 그만 참았던 눈물이 쏟아집니다.

(현장음)
"어제 잠 잤어? 조금?"
"…."

91살 아버지와 75살 아들은 태어나 처음으로 마주 앉아 소주잔을 기울이며, 다시 오지 않을 수도 있는 이 순간을 기억에 새겨놓습니다.


치매기에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아버지 옆에서 70살 딸은 그저 아버지를 따뜻하게 바라보며 손을 쓰다듬는 일 밖에는 할 수 없습니다.

(현장음)
"딸이라고 알아볼 때도 있고…. 지금 상태는 딸하고 손자를 전혀 알아볼 수 없는 그런 상황이거든요."

상봉 일정의 끝이 다가오면서, 곳곳에서 울음소리는 더 커졌습니다.

▶ 인터뷰 : 김순옥 / 북측 이산가족 (81살)
- "한생토록 좋으리니 세월이야 가고 나서 우리 다시…."

남측 가족들이 귀환 버스에 오르면서 금강산 호텔 앞은 눈물바다가 됐습니다.

100살을 앞둔 노모와 70대 딸은 야속한 버스 창문을 사이에 둔 채, 마지막 순간까지도 서로를 걱정합니다.

▶ 인터뷰 : 김경실 / 북측 이산가족 (72살)
- "어머니 오래 사십시오. 어머니 아프지 마십시오."

꿈만 같았던 사흘을 보낸 이산가족상봉단은 꼭 살아서 다시 보자며 다음을 기약했습니다.

MBN뉴스 연장현입니다. [tallyeon@mbn.co.kr]

영상취재 : 공동취재단
영상편집 : 윤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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