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 안희정에 징역 4년 구형…"`을` 취약성 노린 권력형 성범죄"
입력 2018-07-27 15:42  | 수정 2018-07-27 15:55

검찰이 자신의 수행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게 징역 4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27일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 11부(조병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안 전 지사의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등 사건 결심공판에서 안 전 지사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할 것을 요청했다.
또 안 전 지사가 성폭력 치료 강의 수강하고 성범죄자로 신상을 공개할 것을 재판부에 청구했다.
검찰은 "안 전 지사는 막강한 사회·정치적 영향력을 지녔고 김지은씨는 불안정한 위치였다"며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로 여겨지던 안 전 지사가 헌신적으로 일한 수행비서의 취약성을 이용한 중대범죄"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또 "이 사건을 이해하려면 정무조직의 특수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며 "최고 권력자 의사에 따라 운명이 결정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위력으로 타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무너뜨리면 범죄다. 위력은 사회·정치·경제적 권세일 수도 있다"며 "우리 사회에서 다시는 이 사건과 같은 권력형 성범죄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달라"고 밝혔다.
안 전 지사는 지난해 7월 29일부터 올해 2월 25일까지 자신의 수행비서 김지은 씨를 상대로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4회, 강제추행 5회,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1회를 저지른 혐의로 지난 4월 11일 불구속 기소됐다.
이날 법정에서는 김씨가 공개 진술에 나서 자신이 일방적인 피해자라는 사실을 재차 강조했다.
진술에 앞서 긴장된 모습을 감추지 못하던 김씨는 "단 한번도 피고인에게 이성적인 감정을 느낀 적 없다"며 "피고인의 행위는 지사와 수행비서 간 힘의 차이에서 오는 강압, 압박, 권력을 갖고 일방적으로 행한 성폭행"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안 전 지사가 평소에 '나는 어떤 여자와도 잘 수 있다' '모든 여자들은 나를 좋아한다' '나는 섹스가 좋다' '내가 그렇게 잘생겼니?' 등으로 미루어 볼 때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법정에서 안 전 지사의 성폭행 사실 폭로 이후 자신이 받은 고통을 증언했다. 그는 "고소장을 낸 뒤 통조림 속 음식처럼 죽어 있는 기분이었다. 악몽 같은 시간을 떠올려야 했고, 기억을 유지해야 했다"면서 "살아도 산 것 같지 않았다. 피고인과 그를 위해 법정에 나온 사람들의 주장에 괴로웠다"고 심경을 밝혔다.
이어 "나 혼자 입 닫으면 제자리를 찾지 않을까, 나 하나만 사라진다면 되지 않을까, '미투' 이전으로 되돌리고 싶었다"며 "자책도 후회도 원망도 했다. 밤에 한강 가서 뛰어내리려고도 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안 전 지사를 '이중적인 사람'이었다고 비판했다. 김씨는 "(안 전 지사가)외부에서는 젠더 민주주의 등을 말했지만, 지지자들 만나는 것도 피곤해했고 차에서 내리기 전에는 인상을 썼다"며 "꾸며진 이미지로 정치하는 안 전 지사가 괴물 같아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안 전 지사를 향해 "당신의 행동은 잘못된 것이고 법적으로 처벌받아야 하는 것이다"라며 "내가 힘을 보탠 건 세상을 좀 더 아름답고 정의롭게 만들라고 한 거지 당신의 성 욕구를 풀라고내가 그 조직에 있었던 게 아니다"고 털어놨다.
김씨는 재판부를 향해서도 "이 사건을 제대로 처벌하지 못한다면 피고인과 다른 권력자들은 괴물이 될 것"이라며 "나는 이제 일도 없고 갈 곳도 없다. 잘못된 것을 바로잡을 수 있다는 희망만이 나의 희망이다"라고 호소했다.
[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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