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삼성 "최저보증이율 예시액 못미칠때만 지급…그외는 법정서 가릴것"
입력 2018-07-26 17:52  | 수정 2018-07-26 22:19
◆ 즉시연금 미지급금 분쟁 ◆
삼성생명이 26일 이사회를 통해 즉시연금 미지급금을 일괄 지급하지 않는 대신 가입자에게 약속한 최소한의 수익을 보장하기로 한 것은 일괄구제에 대한 배임 논란을 피하면서 소비자보호를 위해 묘수를 짜낸 타협안으로 해석된다. 분쟁조정 일괄구제제도가 아직 법제화하지 않은 상황에서 회사에 수천억 원대 비용을 부담시킬 수 있는 사안에 대해 이사회가 쉽사리 결정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당국이 이르면 하반기부터 개별 분쟁사항의 처리 결과를 해당 상품 소비자에게 일괄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아직 법제화를 논의하는 단계다.
이날 이사회에서 가장 심각하게 다뤄진 대목도 이 부분이다. 일괄구제에 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약관 오류 여부에 대한 법적 판단 없이 민원인 분쟁조정 결과를 전체 가입자에게 일괄 적용해 보험금을 지급하면 나중에 이사회가 배임 논란에 휩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삼성생명 관계자는 "당국이 공문도 보내지 않고 일괄구제를 요구했는데, 의사결정자는 회사에 손해를 끼쳐 배임이 성립할 수 있다는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당국은 동일한 상품에 대한 문제 발생 시 이의 신청한 사람만 구제해주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입장이다. 자동차 리콜처럼 하자 있는 보험상품도 일괄구제가 정당하다는 논리다.
이와 관련해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25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즉시연금 분쟁과 관련해 "일괄구제가 안 될 경우 일일이 소송으로 가야 하므로 행정 낭비가 많고 시간이 지나면 구제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며 "일괄구제로 가는 것이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일괄지급 결정을 내린 근거 중 하나는 '약관에 사업비와 위험보험료를 뗀다는 규정이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보험업계는 약관에 '보험금산출방법서에 따라 지급한다'고 명시돼 있고, 해당 내용은 산출방법서에 자세하게 쓰여 있다고 반박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다른 보험상품들도 사업비를 얼마나 떼고 어떻게 운영하는지 약관에 명시적으로 표시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면서 "이런 상품들까지 전부 문제 삼을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문제가 된 보험상품 판매 전에 금감원이 이미 약관을 검토하고 승인한 만큼 약관을 문제 삼는 것은 금감원의 책임 떠넘기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금감원 측은 약관규제법을 들어 약관에 없는 사항으로 인한 소비자 불이익은 기본적으로 판매자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삼성생명이 최저보증이율 2.5%를 적용한 금액에 대해 우선 지급하기로 한 것은 최소한의 소비자보호 조치로 해석된다. 해당 보험상품 가입자들은 이율이 높았던 가입 당시 보험설계사가 예시한 보장액을 그대로 지급할 것을 요구하지만 삼성은 일단 2.5% 부분을 먼저 지급하기로 한 것이다.
기존에는 일시납 보험료에서 사업비 등을 공제하고 2.5%를 적용해 실수령액은 이보다 적었다. 다만 이처럼 차액 환급이 적용될 가입자 수는 아직 추산할 수 없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만기환급형 즉시연금 가입자 5만5000여 명 가운데 최저보증이율 예시액보다 적게 수령한 가입자가 몇 명인지는 정교한 산정 작업을 거쳐 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에 지급할 금액은 370억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이제 삼성생명과 금감원은 소송을 통해 즉시연금 미지급금 일괄지급 여부를 다투게 됐다. 이미 삼성생명에는 같은 건에 대해 보험금을 추가 지급해달라는 민원 수십 건이 접수된 상태다.
삼성생명 입장에서는 소송을 통해 이번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유일한 선택지로 남은 셈이다. 금감원은 삼성생명이 소송을 제기하면 관련 팀에서 소송에 대응할 예정이다.
소송 기간 금감원이 삼성생명에 검사를 나갈지는 미지수다. 윤 원장이 25일 국회에서 "소송에 따른 불이익 주기식 검사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자살보험금 사태 때는 소송과 함께 약관위반(기초서류위반)을 조사하고 정확한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전 회사를 대상으로 한 검사가 수반됐다. 하지만 즉시연금 상품은 쟁점이 복잡하지 않아 현황 파악이 이미 거의 완료돼 있어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검사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금감원 관계자는 "즉시연금 상품은 쟁점이 복잡하지 않아 현황 파악은 대강 끝난 상황"이라며 "윤 원장의 국회 정무위 발언도 있었고 불이익을 주기 위해 검사를 나가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생명 이사회는 26일 "향후 유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약관의 작성 및 개정, 보험금 지급, 민원처리 프로세스를 재점검해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그 결과를 이사회에 보고하라"고 요구했다.
[박만원 기자 / 이승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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