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액면가 100원 된 네이버…승부수 통할까
입력 2018-07-26 17:41 
네이버가 삼성전자에 이어 개인투자자들의 매수를 자극하는 액면분할이란 승부수를 던졌다. 이번 액면분할 결정을 놓고 네이버 측은 '주주가치 제고'라는 설명을 달았지만 증권가 일각에선 이익 제고나 주식 소각 없이 주식 가격만 낮춘 이번 조치가 제한적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액면분할보다는 분기 기준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한 2분기 실적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인공지능(AI) 등 신사업과 콘텐츠 개발 투자로 비용이 증가해 영업이익은 감소했지만 향후 성장성이 높다는 평가다. 26일 네이버는 보통주 1주당 액면가를 500원에서 100원으로 액면분할한다고 공시했다. 현재 주가가 5분의 1로 낮아진다. 현재 75만원인 주가가 15만원 수준으로 낮아지는 대신 보유 주식 수가 5배로 늘어난다. 이에 따라 시가총액 변화는 없다.
이 같은 액면분할 결정은 오는 9월 7일 열리는 주주총회를 통해 의결된다. 이 안건이 주총을 통과하면 10월 8·10·11일 3거래일(9일은 공휴일) 매매거래 정지 기간을 거쳐 같은 달 12일에 신주권이 상장된다. 10월 5일까지 네이버 주식을 보유한 주주들은 거래 정지를 거쳐 12일에 보유 주식 수가 5배 증가한다는 뜻이다.
박상진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그간 지속적 주가 상승으로 주가가 크게 높아진 만큼 투자 접근성과 유동성 확대를 도모해 장기적으로 주주가치 제고에 기여하려는 것"이라며 "신규 투자자의 접근성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액면분할이 거래 활성화에는 기여할 수 있지만 기업가치 상승과는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실제 삼성전자는 지난 1월 31일 액면가를 50분의 1 수준으로 낮추는 액면분할 결정을 발표했다. 당시 주가는 장중에 8%나 치솟으며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반영했다. 그러나 이날 상승폭을 대부분 반납하며 전일 대비 0.2% 오르는 데 그쳤다. 액면분할을 위한 거래 정지 기간을 거쳐 삼성전자가 재상장된 지난 5월 4일 이후 이달 26일까지 해당 종목 주가는 10% 하락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속에서 반도체 시황도 꺾일 것이란 우려감이 주가에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네이버도 삼성전자와 비슷한 흐름이다. 액면분할을 발표한 26일 주가는 전날보다 0.7% 오르는 데 그쳤다. 오히려 같은 날 발표한 2분기 실적이 부진한 것을 감안하면 주가가 선방했다는 의견도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의 액면분할 강도는 삼성전자보다 약하고 과거 네이버의 두 차례 무상증자와 비교하면 약발이 제한적"이라며 "잉여현금흐름의 30%를 자사주 매입에 쓰겠다고 했는데 소각하겠다는 말이 없어서 이 역시도 주주환원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네이버의 2분기 영업이익은 2506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2.1% 감소했다. 작년 4분기 이후 세 분기 연속 하락세다. AI 등 신사업과 콘텐츠 개발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려 비용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단기 실적 우려에도 네이버는 웹툰·웹소설 등 지식재산권(IP) 콘텐츠에 내년까지 총 6000억원을 투입한다. 이미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4000억원의 투자를 집행한 상태다. 네이버는 웹툰 경쟁력 강화를 위해 동영상 VOD를 서비스하는 N스토어 사업 부문을 분할해 자회사 네이버웹툰 주식회사로 합병한다고 밝혔다.
일부 전문가들은 네이버의 성장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2분기 매출은 1조3636억원으로 작년 2분기보다 20.7% 증가해 분기 기준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문일호 기자 / 이선희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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