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반응률·안전성 공략" 국내 제약·바이오업계, 면역항암제 개발 박차
입력 2018-07-26 16:47 


인간이 갖고 있는 면역 체계를 활용해 암세포를 잡는 면역항암제를 개발하고 있는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이미 출시된 약제들의 약점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개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지금까지 출시된 면역항암제는 암세포가 면역세포를 무력화하는 경로를 막는 면역관문억제제와 체외에서 강화시킨 면역세포를 환자 몸에 주입하는 면역세포치료제로 나뉜다. 면역관문억제제는 환자에게 투여한 뒤 효능이 나타나지 않는 문제를, 면역세포치료제 중 타인의 면역세포를 강화해 만든 CAR-T는 정상세포를 공격하는 문제를 각각 안고 있다.
26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메드팩토의 백토서팁, 제넥신의 하이루킨-7을 다국적제약사 MSD의 면역관문억제제 키트루다와 각각 병용하는 임상이 조만간 시작될 예정이다. 백토서팁은 아스트라제네카의 면역관문억제제 임핀지와의 병용임상도 계획돼 있다.
백토서팁은 면역항암제의 치료 효과를 저해하는 것으로 알려진 형질전환증식인자 'TGF-β'의 신호 전달을 선택적으로 억제한다. TGF-β는 다양한 생리과정을 조절하는 인자로 암, 면역질환, 염증질환 등 다양한 질환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넥신이 개발하고 있는 하이루킨은 T세포(면역세포)를 증식·강화하는 물질인 '인터루킨-7(IL-7)'의 약효가 오래 가도록 만든 물질이다.
신라젠도 사노피·리제레논이 공동 개발하고 있는 면역관문억제제 세미플리맙과 항암바이러스제제 펙사벡을 병용하는 임상시험 환자를 모집하고 있다. 앞서 신라젠은 지난 3월 미국 시카고에서 개최된 미국암학회(AACR)에서 동물실험용 펙사벡과 면역관문억제제를 병용한 전임상 결과 종양 내 미세환경이 면역치료에 순응할 수 있게 변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면역관문억제제와 다른 면역항암제의 병용은 최근 항암 치료 연구의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면역관문억제제는 환자가 반응을 보이면 암을 치료하는 효과가 우수하지만, 단독으로 사용했을 때 반응률이 30% 내외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서다. 이에 국내 건강보험에 면역관문억제제들이 등재되기 전 환자의 반응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의 정확성에 대해 논쟁이 붙기도 했다.
최근 삼성서울병원 연구팀은 키트루다의 바이오마커로 활용돼오던 PD-L1(암세포 표면의 수용체)의 양성 여부 이외에도 바이오마커가 될 만한 특징을 발견해 세계적 권위의 학술지인 네이처메디신(Nature Medicine)에 게재한 바 있다. 연구팀은 환자 57명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엡스타인-바 바이러스(EBV) 양성인 환자는 모두 키트루다를 투여한 뒤 종양 감소율이 30% 이상을 기록했고, 기존 바이오마커인 PD-L1이 양성이더라도 메센키말 아형(EMT) 위암 환자는 반응률이 떨어졌다고 밝혔다.
면역관문억제제 외에 면역세포치료제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다. 최근 GC녹십자셀은 미국 리미나투스파마와 한국 내 조인트벤처를 설립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양측이 설립하는 조인트벤처는 한국과 중국에서 리미나투스파마 측이 개발한 GCC CAR-T의 임상시험을 통한 허가와 제조·판매를 맡을 예정이다.
GCC(Guanylate cyclase 2C)는 결장, 직장, 췌장, 위, 식도의 전이성 종양에서 발현되는 선택적 바이오 마커다. GCC만을 타겟하는 GCC CAR-T는 암세포에만 특이적으로 작용해 정상세포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타인으로부터 유래한 T세포가 체내에 유입되면서 정상 세포를 공격하는 CAR-T의 부작용을 개선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GCC-CAR-T는 고형암을 대상으로도 강력한 항암기능을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올해 초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암연구학회(AACR)에서 GCC CAR-T의 비임상시험에서 뛰어난 효능과 안전성을 입증한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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