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세월호·위안부…화폭서 다시 운다
입력 2018-07-26 13:49  | 수정 2018-07-26 13:50
'화종-학익진 2'(260x162cm)

붉고 푸른 물결이 광화문 이순신 동상을 지나 청와대를 둘러싸고 있다. 박근혜 정부를 탄핵하는 촛불 집회를 그린 홍성담 작가(63)의 유화 '화종-학익진' 연작이 서울 인사아트센터에 걸려 있다. 200호 대작 3점을 나란히 펼쳐 역사를 바꾼 촛불의 위용을 재현했다. 그 형상이 이순신 장군이 한산도 앞바다에서 왜군을 섬멸할 때 펼쳤던 학익진 같다. 학이 날개를 펼친 듯한 형태로 적을 포위해 공격한 진법이다.
화종-학익진 3`(260x162cm)
작가는 "촛불이 강물처럼 흘러다니며 방향성과 유동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며 "촛불 형상이 이순신 동상을 중심으로 날개를 펴는 듯한 모습을 이루고, 청와대를 향해 끊임없이 전진하는 것 같았다. 기필고 이 나라를 민주주의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고 설명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묘사해 파란을 일으킨 걸개 그림 '세월오월'도 전시장에서 나래를 폈다. 2014년 광주비엔날레 특별전에 출품하려고 했으나 외압에 의해 좌절됐던 작품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얼굴 위에 닭대가리 그림을 양면 테이프로 붙여 전시를 감행하려 했지만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되면서 결국 무산됐다.
길이 12.6m에 이르는 걸개 그림에는 국가적 재난이었던 세월호 사건부터 4대강, 촛불 집회, 대북 관계 등이 담겨 있다. 다양한 시민들 의견을 수용해 그림 구상부터 스케치, 채색에 반영했다.
작가는 "1980년대 민중미술을 대표하는 걸개 그림은 씨줄과 날줄이 곳곳에서 충돌하면서 굉장히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내는게 목적"이라고 말했다.
그의 개인전 '세월오월과 촛불'은 사회 부조리에 대한 분노와 새로운 시대에 대한 희망을 담은 그림 60여점을 내걸었다. '세월호, 4년의 기다림'(지하1층), '세월오월과 촛불'(1층), 위안부 문제를 다룬 '봉선화'(2층), 박정희 정권의 사회정치적 억압을 고발한 '간고쿠야스쿠니- 고속도로'와 '삶과 죽음의 역사'(3층) 등 소주제로 나눠 전시장을 꾸몄다.
`내 몸은 바다`
특히 세월호 비극을 담은 그림들 앞에서 마음이 무거워졌다. 가라앉는 배안에서 우는 아이들을 그린 '4월 16일 오전 10시20분', 수장된 영혼들을 담은 '내 몸은 바다' 연작 등 강렬한 이미지로 그 날을 상기시킨다. '봉선화' 연작에서는 화면 분할로 위안부의 한(恨)을 표현했다.
홍성담
분만실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을 출산하는 그림 '골든타임-의사 최인혁, 갓 태어난 각하에서 거수경례를 하다'나 훼손된 신체를 이용한 풍자화도 눈에 띈다. 직설적이고 노골적인 표현에 다소 불편해질 때도 있다.
그러나 지난 4월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을 그린 '통일대원도'는 밝고 해학적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둘러싼 나무에 새 14마리가 앉아 있는 가운데 사람들이 북과 장구를 치고 춤을 추면서 운다. 두 정상이 심각하게 대화를 나누는 자리에서 두루미가 물을 마실려고 김 위원장 컵쪽으로 몸을 내민다. 작가는 "춤추는 형상을 처음 그려봤다"고 말했다. 전시는 8월 19일까지.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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