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1조 커플` 비욘세-제이지의 사랑·화해
입력 2018-07-13 17:11  | 수정 2018-07-13 19:44

음악계 세기의 커플이 발매한 앨범 한 장이 전 세계 팝 애호가들을 흥분시키고 있다. 지난달 16일(현지시간) 비욘세(37)와 제이지(49) 부부가 '더 카터스(The Carters)'란 팀명으로 낸 첫 음반 '에브리싱 이즈 러브(Everything is Love)' 이야기다.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서 촬영한 타이틀곡 '에이프싯' 뮤직비디오는 공개와 동시에 각종 매체의 분석 대상이 됐으며 현재 조회 수가 7000만회에 육박한다. 또한 미국 매체 '힙합DX'에서 올 들어 유일한 만점을 받았으며 '빌보드 200'에도 2위로 등장한 이후 수 주째 톱 10위에 머물러 있다. 매일경제신문은 최근 서울시 용산구 필름카페브라나다에서 샤이니, 방탄소년단 등 인기 아이돌 노래를 프로듀싱한 진보(본명 한주현), 김반야 대중음악 평론가와 함께 이 앨범을 들으며 음반을 관통하는 키워드 4가지를 뽑아봤다.
더 카터스(The Carters)
카터(Carter)는 제이지의 성으로 더 카터스는 '카터 부부'를 뜻한다. 1997년 그룹 '데스티니스 차일드'로 데뷔해 팝 디바로 명성을 쌓아가던 비욘세는 힙합 역사상 가장 상업적으로 성공한 래퍼 제이지와 만나 '크레이지 인 러브'를 공동 작업하며 슈퍼스타로 떠오르게 된다. 이들은 2008년 4월 결혼해 전 세계 팝 음악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며 자산을 1조3000억원(2017년 포브스 추정)대로 불린다.
화려한 결혼 생활 이면에는 쇼윈도 부부 논란이 계속 따랐다. 제이지가 비욘세를 두고 외도한 이후로 부부 관계가 파탄났는데 비즈니스 차원에서 유지할 뿐이라는 추측 등이 난무한 것. 이번 앨범에 이들은 '우리 주변에 있을 때 입 조심해'('Heard About Us' 중)라는 메시지를 심으며 각종 소문에 스웨그(swag·허세)로 대응한다.
블랙(Black)
타이틀곡 '에이프싯' 뮤직비디오가 앨범보다 화제가 되고 있다. 루브르 박물관을 통째로 빌려 촬영한 이들은 세계적인 명화들을 도발적으로 활용한다. 비욘세와 제이지는 루브르 박물관 계단 중앙에 위치한 승리의 여신상 '사모트라케의 니케' 앞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본다. 마치 자신들이 승리자라는 듯. 뉴욕타임스는 "유럽 문화의 요새인 루브르 박물관에서 흑인의 존재감을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이들은 '불법 체포된 것처럼 손을 높이 들어'('블랙 이펙트' 중) 등 가사 곳곳에서 흑인 인권 문제를 언급한다.

최근 인종은 미국 문화계를 달구는 이슈이기도 하다. 흑인들이 경험하는 '편견으로 가득 찬 미국'을 노래한 미국 래퍼 차일디시 감비노의 '디스 이스 아메리카'는 공개 7일 만에 유튜브 조회 수가 7000회가 넘었다.
김 평론가는 "트럼프의 공격적 발언에 흑인 래퍼들이 '이제는 우리가 나서야 된다'는 의식이 생긴 것 같다"고 했다.
타이달(Tidal)
타이틀곡 '에이프싯'의 빌보드 싱글 차트 핫100 최고 성적은 13위에 그쳤다. 둘이 합쳐 핫100 1위만 아홉 차례 오른 부부가 본격적으로 낸 앨범의 성적표로는 아쉽다는 평가다. 이에 대해 진보는 "음원 수익이 아닌 타이달 영향력을 높이겠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타이달은 제이지 회사 소유의 회원제 음악 스트리밍(실시간 재생) 서비스다. 무손실 고음질 음원과 작곡가에 대한 높은 로열티 제공으로 주목받았지만 회원 수는 애플뮤직, 스포티파이 등 경쟁 서비스와 비교해 한참 밑돈다. '더 카터스'는 이번 앨범을 최초 공개할 당시 타이달에만 독점 제공하는 전략을 썼다. 이후 타 서비스에도 모두 오픈됐지만 초반에 순위 차트에서 탄력을 받는 데 불리했음은 분명하다. 아직도 열 번째 트랙은 타이달에서만 들을 수 있다.
진보는 "이로써 부부는 자신들이 플랫폼에 종속되는 게 아니라 플랫폼 위에 있음을 이야기한 것"이라고 했다.
러브(Love)
'넌 내게 나쁜 짓을 했어/ 하지만 사랑은 고통보다 깊고 네가 바뀔 수 있을 거라 믿어.'
비욘세는 마지막 트랙인 '러브해피(Lovehappy)'에서 결국 제이지를 용서하겠다고 답한다. 세기의 커플은 배신의 상처를 음악으로 치유해 나간다. 사랑의 밀어를 속삭이던 과거 어느 여름 해변가를 상상한다 ('Summer'), 제이지는 '쿨' 해보이려고 친구를 대동했던 서툴렀던 첫 만남을 고백한다 ('713').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되새기며 미움을 잊고 다시 시작해보려는 보통 커플들의 노력과 같다. 직전 앨범 '레모네이드'에서 분노에 차 있던 비욘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이 해변이 항상 천국은 아니다. 하지만 악몽은 하루면 끝날 것이다'고 한층 성숙해진 사랑을 노래한다.
진보는 "결국 틀어진 관계를 다시 이어 붙이려는 노력에 관한 이야기"라며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도움이 될 노래"라고 했다.
실물 앨범은 7월 20일께 발매될 예정이다.


[박창영 기자 / 김연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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