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기고] 4차 산업혁명, 화두 벗어나 생존 명제로
입력 2018-07-11 15:50  | 수정 2018-07-11 17:14
김형래 사장 [사진출처 = 한국오라클]

"실제 비즈니스에 검증된 인공지능(AI) 기술이라면 도입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인공지능 같은 혁신기술은 대기업이나 구현할 수 있다"
단순하게 말하자면 4차 산업혁명의 담론을 이해하는 기업의 주된 반응은 이 두 가지로 수렴된다. 전자는 AI라는 글로벌 대세 기술(Emerging Technologies)도 우리 기업에 어떤 실질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고, 이로써 어떤 혁신을 이룰 것인지에 대한 보증수표를 확인한 후에 시도해보겠다는 현실적인 접근이다. 후자는 '디지털 혁신'에 대한 본질적인 이해가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방증이다.
수십년간 IT업계에 몸담고 있는 필자는 '4차 산업혁명'이나 '디지털 혁신'이라는 말이 이미 기업이 지향해야 할 화두에서 벗어나 우리의 생존과 경쟁력을 좌우할 현실 진행형의 명제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요즘 더욱 절감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선진기업들의 적용사례는 예상을 초월하는 수준으로 다방면에서 확산되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한결같다. 최우선 순위를 비즈니스 모델과 혁신에 둔다. 대세 기술 그 자체가 아닌 아이디어와 모델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데 초점을 맞춘다는 의미다.
최근 오라클의 래리 엘리슨 회장은 세계 최초로 '자율운영 클라우드'의 시대를 열 것임을 밝히며, 이 기술의 예상 파급력을 '인터넷' 기술의 도입에 비견했다.

실제 이 기술이 적용된 완전한 기술 서비스까지 공식 출시했는데 '자율운영'이라는 명칭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는 사람이 개입하는 일체의 운영 관리가 필요 없이 머신러닝(Machine Learning)을 통해 스스로를 관리하고 보호하며 자체적인 복구 또한 가능케 한다. 이제 기업의 중요한 데이터관리는 완벽하게 지능화된 기술 플랫폼이 수행하므로 기업의 단순 운영인력을 더욱 핵심 부가가치 영역으로 재투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여기서 단순 운영관리 영역의 일을 AI가 대신해준다는 것이 '디지털 혁신'을 온전히 대변하지는 않는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디지털 혁신이란, 효율성 제고에서 한발 더 나아가야 한다.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거나 존재했지만 전혀 활용할 수 없었던 데이터를 각 기업의 비즈니스와 지속 성장에 반드시 필요한 '의미 있는 정보 자산'이 될 수 있도록 만들고, 이러한 중대한 비즈니스 차원의 의사결정을 적시에 적확하게 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 실제 산업과 기업의 성장과 영속을 도모하는 것이다.
AI 만큼 뜨거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블록체인 기술로 새로운 모델을 구축한 사례를 보자. 싱가포르 에어라인은 최근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에어라인-로열티 디지털 월렛(Airline-Loyalty Digital Wallet)을 선보인다고 밝혔다.
쉽게 말해 고객들이 항공 마일리지를 유통 파트너사의 물건이나 서비스를 구입하는데도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판'을 바꾼 것이다. 국내의 경우 최근 하나금융그룹이 업계 최초로 디지털 자산 통합 플랫폼인 '글로벌 로열티 네트워크(GLN)'를 추진하고 있다.
GLN은 국내외 금융, 유통회사들이 각자 운영하고 있는 포인트와 같은 디지털 자산을 자유롭게 교환해 쓸 수 있도록 연결하는 디지털 플랫폼이다. 이들은 블록체인을 비롯한 첨단 기술이 적용된 클라우드의 확장성을 인지하고 누구보다 과감하게 도전했고, 전례 없는 소비자 가치 혁신을 이끌어내고 있다.
이처럼 몇몇 선두주자들이 '디지털 혁신'의 트렌드에 민첩하게 대응하며 실제 비즈니스 혁신으로 실체화하고 있지만, 우리 기업들의 절대 다수는 이를 여전히 관심 혹은 관망하고 있는 상황이 안타깝다.
중요한 화두로 인식하고는 있지만 직접 뛰어들기에는 실질적인 간극이 있다고 여기는 모양이다.
'하고 싶지만 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수익률(ROI)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자연히 관련 기술의 도입을 엄청난 리스크를 떠안아야 하는, 현실성 부족한 혁신투자로 여길 수밖에 없다.
이미 비즈니스의 규모에 상관없이 많은 글로벌 기업과 깨어있는 국내 유망기업들이 혁신과 성장의 지렛대로 데이터를 자산을 주목하면서 '디지털 혁신'을 구현해 나가고 있다.
이제 더 이상 관망만 해서는 지속가능성 자체도 위협받는 상황이 도래할 것이다. 그래서 지금 우리 기업들은 무엇보다 기업 비즈니스가 원하는 혁신의 목표와 모습을 정의하고, 대세 기술들이 이미 통합 적용되고 있는 첨단 인프라와 솔루션을 어떻게 잘 활용해 자신만의 진정한 디지털 혁신이라는 목표를 이룰 것인지를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치밀하게 분석해야 할 때다.
[김형래 한국오라클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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