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현장에서] 로펌 영입 순위, 검찰보다 경찰?
입력 2018-07-09 17:58  | 수정 2018-07-10 14:20
"OOO, 로펌에서 연락 왔다던데."
경찰들 사이에서는 요즘 누가 어느 로펌에서 연락을 받았다는 소문이 자주 돌고 있습니다.

실제로 법무법인 '광장'에서는 작년과 올해 경찰 출신 11명을 영입했습니다.

고문으로 영입된 이성한 전 경찰청장을 제외하면 10명이 변호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습니다.

꼭 변호사 자격증이 있는 경찰만 뽑는 건 아닙니다.


'화우'에서는 지난해엔 경찰대를 졸업한 변호사를 뽑았는데 올해는 순수 경찰 출신 인력을 채용했습니다.

'김앤장' 역시 지난해와 올해 6명을 뽑았는데 숫자를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비변호사' 경찰도 포함돼 있다고 합니다.

■ 수사권 조정 대비 경찰 영입에 공들여

로펌이 경찰 영입에 공을 들이는 건 수사권 조정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수사 범위가 넓어지고, 수사의 중심축이 경찰로 이동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 로펌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수사권 조정을 공약으로 내걸 때부터 경찰 조직을 눈여겨 봤다"고 합니다.

로펌 입장에선 의뢰인이 경찰 수사를 받을 때 아무래도 경찰 출신 변호사가 살펴본다면 의뢰인의 '방어권 행사'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는 것 같습니다.



■ 경찰 수사선 오른 로펌 '기업 고객'

게다가 요즘 기업 수사는 검찰보다 경찰이 더 활발하게 벌이고 있습니다.

경찰은 지난 4월, 불법 정치자금을 준 혐의로 황창규 KT 회장을 소환했습니다.

KT뿐만 아니라 홈앤쇼핑, 대림산업 전현직임직원들도 경찰의 수사선에 올랐습니다.

경찰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도 경찰청 포토라인에 세웠습니다.

자택 공사에 회사 돈을 유용한 혐의입니다.

경찰의 이례적인 대규모 기업 수사가 수사권 조정을 앞두고 '수사 능력 보여주기'라는 이야기도 있는데요.

'광폭 수사'라는 칼을 뽑아든 경찰이 섣불리 칼을 집어넣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로펌에게 '큰 손'이라고 할 수 있는 기업이 경찰 수사의 표적이 되고 있으니 로펌에서도 경찰을 잘 아는 인력이 필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 '검찰 출신' 입지 좁아질까?

그렇다면, 앞으로 검찰 출신 변호사들은 상대적으로 입지가 좁아지는 걸까요?

현직 검사, 검사 출신 변호사들은 대체로 '너무 앞서가는 이야기'라는 반응을 보입니다.

검사들과는 시선이 다를 수 있는 수사관 출신 검찰 관계자에게도 물어봤습니다.

"지켜봐야 하겠지만,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 수사 범위가 넓어질 수도 있어서 검찰 출신이 인기가 없을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에는 이런 내용이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검사는 송치된 사건의 공소제기 여부 결정과 공소유지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 피의자 및 피의자 이외의 자의 출석을 요구하여 조사하는 등의 수사권을 가진다.'

수사권이 조정되면 검찰이 경찰에서 사건을 넘겨받은 뒤 검찰이 '직접' 보완 수사를 하는 사례가 많아질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밝은 표정으로 인사 나누는 문무일 검찰총장과 이철성 전 경찰청장(2017.8.28) /사진=연합뉴스


■ "수사권 조정, 뚜껑을 열어봐야"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서 검찰과 경찰 모두 하는 말이 있습니다.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는 겁니다.

수사권 조정안의 세부 내용이 국회 입법과정에서 바뀔 가능성이 있고, 실제로 현장에 적용되는 과정에서 다양한 변수가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몇 년 뒤 대형 로펌의 인기 직종이 경찰이 될지, 검찰이 될지도 아직은 확실하지 않습니다.

대형 로펌 가운데 한 곳에서는 "수사권 조정안이 어떻게 결론날지 모르고, 영장청구권은 검찰에게 있다"며 경찰 채용에 아직 소극적이라고 털어놓기도 합니다.

수사권 조정의 결론이 어떻게 날지, '수사'로 먹고사는 사람들에게 그야말로 뜨거운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이권열 기자 / [ 2kwon@mbn.co.kr ]

◆ 이권열 기자는?
=> 검찰과 법원 취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2007년부터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특종은 가까이에 있다. 네가 잡지 못할 뿐이다'라는 어느 선배의 말을 10년 넘게 실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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