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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무비]영화, 그 이상의 의미…‘허스토리’ 오늘(27일) 개봉
입력 2018-06-27 07:10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뭔가를 해냈다? 인생작? 글쎄요, 지금도 잘 모르겠어요. 우리 모두가 정말 진심으로 열심히 하긴 했는데…촬영 내내 스스로 너무나 부족하다고 느꼈기 때문일까요? 살아계신, 혹은 이미 돌아가신 그 분들께 혹시나 누가 되면 어쩌나, 그런 걱정뿐이에요. 연기 인생 44년간 가장 어렵고 가슴 아픈, 잊지 못할 경험이 될 것 같아요. 이런 위대한 작품에 함께 할 수 있다는 게 감사할 따름이죠. -배우 김해숙 인터뷰 中”
부끄럽지만 처음에는 ‘할머니들을 돕고 싶다는 생각도 못한 채 그저 이야기가 너무 좋아서 출연을 결심했어요. 촬영하면서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됐고 깊이 반성하게 됐죠.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아본다는 게 배우의 가장 큰 축복인데 그것도 ‘문정숙 같은 인물이라니, 너무나 큰 영광이죠. 고통스러운 과정이었지만 배우로서, 그리고 한 명의 인간으로서 정말 귀한 시간이었어요. -배우 김희애 인터뷰 中”
국내 최고의 명품 배우들이 출연한, 위대한 실화를 담은, 영화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 ‘허스토리가 오늘(27일) 관객들과 만난다.
1992년부터 1998년까지 무려 6년간 10명의 원고와 13명의 변호인이 일본 시모노세키(하관)와 부산을 오가며 일본 재판부를 상대로 23번의 재판을 진행한 실제 사건을 영화화한 작품은 일본군 피해자 관련 재판 사상 처음으로 보상 판결을 받아낸 유의미한 관부(하관-부산) 재판 사건을 스크린에 옮겼다.
작품마다 깊이 있는 내공으로 감동을 준 김해숙은 허스토리에서 고통과 분노에 얼룩진 위안부 피해자의 감정을 자신만의 색깔로 표현해낸다. 덤덤하지만 묵직하고, 따뜻하면서도 애처로운 정서로 강한 울림을 선사한다.
또한 자신의 상징인 ‘우아함과는 전혀 다른 결의 놀라움을 안길 김희애는 극 중 6년 간 관부 재판을 이끌어가는 원고단 단장 문정숙 역을 맡았다. 문정숙은 당시 부산의 여행사 사장으로 우연히 피해자 할머니들의 사연을 알게 된 이후 부끄러움과 책임감으로 법정 투쟁을 이끈다. 여장부 중의 여장부로 파격 변신한 김희애는 그녀를 표현해내기 위해 머리카락을 짧게 잘랐고, 살은 5kg 넘게 찌웠다. 부산 사투리로 거친 언사도 서슴지 않고 툭하면 남성들과 드잡이를 한다.

올해 제71회 칸 국제 영화제에서 첫 공개돼 강렬한 인상을 남긴 영화는 배우들의 진정성과 감독의 따뜻하고도 단단한 신념으로 묵직한 울림을 선사한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이 문제를 현실적으로 어떻게 바라보고 대처해 나아가야 할지에 대해 보다 깊은 고민을 하게 만든다.
그동안 ‘위안부 문제는 민족의 큰 상처로 환원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민 감독은 상징적 존재가 아닌 한 명의 여성, 인간으로서 개별 할머니들의 아픔을 바라본다. 당시의 처절함을 재연하기 보단 법정 증언대를 통해 개개인의 사연을 들려준다. 고통으로 썩은 가슴의 상처와는 비견할 수 없지만 여전히 지울 수 없는 흉터투성이의 맨몸을 드러내며 할머니들은 외친다. 내가 곧 증거이자 증인”이라고.
영화 속 등장하는 이런다고 세상이 변하겠냐고요? 변하지 않겠죠. 세상은 쉽게 변하지 않겠죠. 그래도 적어도 우린 변하겠지요.”라는 대사처럼, 할머니들은 고개를 들고 당당히 자신들을 ‘국가대표라고 말한다.
존재 자체가 죄인인 마냥 움츠려든 할머니들은 재판 과정을 통해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한 것. 이야기만 꺼내도 괴로웠던 과거의 고통과 용감하게 대면하고, 깨닫고야 만다. 그것은 잘못이 아니었다, 그저 살기 위함이었다고. 자신들의 아픔을 위로하고 끌어안는 이들의 진심에, 같은 고통을 곁은 서로 서로의 진심에, 그리고 절대 물려주고 싶지 않은 바라는 후세에 대한 애정으로 말이다.
주‧조연의 의미가 없을 정도로 모든 배우들은 저마다의 진심을 담아 연기한다. 모든 캐릭터가 살아 숨 쉰다. 오늘(27일) 전격 개봉.
kiki2022@mk.co.kr][ⓒ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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