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시력 아닌 실력으로"…유튜버로 맹활약하는 시각장애인들
입력 2018-06-21 16:07 
시각장애인 유튜버 `마누사마`가 진행하는 레고 조립 콘텐츠. 원하는 부품을 찾기 위해선 일일이 손으로 모양을 확인해야 한다. [사진 = 유튜브 마누사마 캡쳐]

유튜브 크리에이터 '마누사마'는 '스타가르트'라는 희귀 망막질환으로 앞을 거의 볼 수 없는 1급 시각 장애인이다. 몇 년 뒤면 완전히 시력을 잃게 되지만 그는 5개월 전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데뷔했다. 그가 만드는 영상은 레고 조립이나 인형 뽑기 등 시각장애인이 하기 힘든 것들이 대부분이다. 눈을 가까이 대고 어렴풋이 형체를 확인하거나 물체를 일일이 손으로 만져가며 진행한다.
구독자도, 조회수도 스타 크리에이터들에 비하면 한참 모자라는 수준이다. 하지만 그는 "한계를 극복하는 모습을 통해 구독자들께 좋은 에너지를 주고 싶다"며 꿋꿋이 유튜버 활동을 이어 나가고 있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볼 수 없으면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들에 도전하고 싶다"며 "시력이 아닌 실력으로 세상 모든 콘텐츠를 정복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처럼 본인의 장애를 극복하고 유튜버라는 직업에 도전장을 내민 이들이 있다. 장애인만 할 수 있는 특별한 콘텐츠를 개발하기보단 다른 비장애인처럼 자신의 취미나 특기를 살려 콘텐츠를 만든다.
영화 비평 채널 `Blind Film Critic Tommy Edison`을 운영하고 있는 토미 에디슨. 영상이나 줄거리와 같은 시각적 요인이 아닌 청각적 요인에 집중해 영화 비평을 한다. [사진 = 유튜브 Blind Film Critic Tommy Edison 캡쳐]
외국에는 이미 'Blind Film Critic Tommy Edison'이라는 채널을 운영하는 시각장애인 유튜버가 있다. 지난 2011년 시각장애인인 토미 에디슨은 영화 평론 채널을 만들었다.
비록 영상을 볼 수는 없지만, 음악과 음향효과 위주로 영화를 비평한다. 영화 유튜버 대부분이 영상과 줄거리 등 시각적인 요인만 집중하지만 토미 에디슨은 청각적인 부분을 자세히 다뤄 '신선하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그의 채널을 구독하고 있는 사람은 약 3만 6000명 정도지만 인기 있는 영상의 경우 조회수가 800만을 넘는다.
일명 `BB탄 총`으로 불리는 에어소프트 건을 수집하고 소개하는 `브래드 박`. 시각장애인 유튜버인 그는 기획부터 촬영, 편집까지 직접 도맡아 한다. [사진 = 유튜브 브래드박 캡쳐]
'BB탄 총'으로 불리는 에어소프트건을 수집하고 소개하는 유튜버 '브래드박'도 시각장애인이다. 지난 2106년 2월 대학을 졸업할 즈음 갑작스럽게 시력을 잃었다. 현재는 빛의 유무만 간신히 파악할 수 있는 1급 시각장애인이다. 절망한 순간도 있었지만 브래드박은 에어소프트건을 수집하던 평소 취미를 살려 지난 2016년 2월 말부터 유튜버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다른 장애인 유튜버들과 달리 영상의 기획부터 촬영, 편집까지 직접 도맡아 한다. 자신이 카메라에 어떻게 나오는지 눈으로는 알 수 없지만, 음성 출력 프로그램을 이용해 귀로 확인한다. 얼굴을 화면 가운데에 두면 카메라에 설치된 프로그램이 스피커를 통해 "화면 상단 가운데 얼굴이 인식됐다"고 알려준다.
편집은 이를 바탕으로 어떻게 찍혔는지 기억해가며 진행한다. 이때도 시각장애인들이 사용하는 음성 출력 프로그램을 사용한다.
이렇다 보니 영상 하나를 완성하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6~분가량의 영상을 만드는 데 3일이 넘는 시간이 걸릴 때도 있다.
누리꾼들은 "처음 보게 되었는 데 장애가 있음에도 극복하고 유튜버로 활동하는 것이 존경스럽고 멋지다", "정말 누구보다도 가장 열심히 자신의 채널을 운영하는 유튜버"라는 반응을 보였다.
[디지털뉴스국 송승섭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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