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기아 K9 시음기] 하만 렉시콘만 있으면 막귀도 `득음`한다
입력 2018-06-21 15:29 
기아 더 K9과 렉시콘 사운드 시스템 [사진제공 = 하만,기아차]

"이왕 왔으니 들어나 볼까?"
처음엔 심드렁했다. 지난 달 기아차 더 K9 플래그십 스페이스 '살롱 드 K9'에서 전장(電裝) 기업 하만(Harman)의 렉시콘(Lexicon) 카오디오 시스템을 체험할 때다. 카오디오 시스템에 대한 불신보다는 스스로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좋은 음악을 듣더라도 리듬이나 노랫말에 감동하지 스피커 음질에는 별 감흥을 경험하지 못했다. 이어폰이나 스피커를 선택할 때 품질보다는 '아주 높은 가성비'를 추구하는 개인적인 성향도 작용했다. 40년 넘게 '막귀'로 살아왔기에 음량 조절되고 음이 찢어지는 수준만 아니면 만족했다.
시승할 때도 카오디오 시스템에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았다. 디자인과 성능에 초점을 맞춰 시승하다보니 사운드 체험은 곁다리에 불과했다.
자동차 업체가 명품 사운드 시스템을 갖췄다며 시승 도중 체험해보라고 권하더라도 노면소음, 풍절음, 엔진소리에 집중하기 위해 음악은 잠깐 틀었다가 껐다.

그나마 막귀이지만 음질의 좋고 나쁨은 대략 알기에 "비싼 제품이라서 그런지 음질이 좋은 것같네"라고 느끼는 수준에서 끝났다.
그러나 웬걸. 이번에 달랐다. 시승(試乘)이 아닌 '시음(試音)'만을 위해 기아 K9에 앉자 하만 담당자는 DVD에서 지휘자 앙드레 리우의 오케스트라 공연을 골랐다.
또 사운드 설정에서 퀀텀로직 서라운드를 선택한 뒤 객석에서 청취하는 느낌을 주는 '관객모드'와 무대 중앙에서 입체적 사운드를 즐기는 '무대모드' 중 관객모드를 클릭했다.
곡은 '왓 어 원더플 월드(What a wonderful world)'. 12.3인치 풀 터치스크린에 앙드레 리우의 지휘 장면과 오케스트라 협주, 합창단의 음악이 앞쪽 스피커를 중심으로 흘러나왔다.
눈을 감자 전후좌우 17개 스피커에서 흘러나온 각각의 악기 소리와 합창단의 목소리가 입체적으로 어우러져 귀를 휘감았다. "어라!, 음질이 기존에 듣던 것보다 깨끗하고 풍성하네"라는 생각이 들 무렵 하만 직원은 '무대모드'로 바꿨다.
무대모드로 전환하자 마치 무대 한가운데 서 있는 것처럼 소리의 앙상블이 몸을 휘감았다. 덩달아 오래 전 TV에서 본 오디션 프로그램 장면이 떠올랐다. 영국 오디션 프로그램 '브리튼스 갓 탤런트'에서 휴대폰 판매원 폴 포츠가 오페라를 부르겠다는 말에 독설가 사이먼 코웰이 심드렁한 표정을 짓던 장면이다.
폴 포츠가 푸치니 작 오페라 투란도트의 '공주는 잠 못 이루고(Nessun Dorma)'를 부르자 사이먼 코웰은 "어? 이게 뭐지"라는 표정을 짓더니 30여초가 지났을 때는 환희의 표정을 지었다.
렉시콘 스피커를 타고 왓 어 원더풀 월드가 울려 퍼질 때 느낌도 그랬다. 각각의 악기 소리와 합창단 목소리가 서로 어울리면서도 생생하게 귀에 박혔다. 깨끗한 음질에 귀가 '정화'되는 느낌이 들며 사운드 시스템으로는 처음으로 전율을 느꼈다. 덩달아 귀도 번쩍 뜨였다. '득음(得音)'의 순간이었다.
하만 렉시콘의 퀀텀로직 서라운드 기술
건강 검진에서 청각 테스트 할 때 처럼 오른쪽·왼쪽 소리만 구분할 줄 알던 막귀에 득음의 기쁨을 알려준 렉시콘의 무기는 서라운드 음향 기술 '퀀텀로직 서라운드'다.
각 악기 별 위치를 하나하나 구분해 콘서트홀에 와 있는 것같은 서라운드 음향을 제공하는 하만의 독자 기술이다.
왼쪽·오른쪽에서 들려오는 소리만 구분하는 일반 스테레오 기술과 달리 음악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소리를 최소 단위로 분석하고 재해석한 뒤 서라운드 음향으로 구성한다.
압축 과정에서 손실된 음원을 복구 시켜주는 클라리 파이(Clari-Fi) 기술도 렉스콘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다. MP3, 스트리밍, DMB 등은 음원 압축 과정에서 음질이 손상을 입는다. 소리를 키울 때 찢어지는 소리도 이 때문이다.
클라리 파이 기술은 음원 정보를 실시간으로 재해석한 뒤 원음에 가까운 풍부하고 선명한 사운드로 만들어준다.
차체 16곳에 배치된 17개의 스피커와 최대 출력 900W의 12채널용 클래스D 앰프도 균등한 서라운드 음향을 넓은 영역으로 전달해줘 K9를 콘서트홀로 바꿔놓는 데 기여했다.
렉시콘 사운드 시스템은 '달리는 맛'을 배가시켜주는 액티브 사운드 모드도 갖췄다. 외장앰프로 수신되는 운전 정보(RPM, 스피드, 토크, 페달 위치)를 이용해 가상의 엔진음을 스피커로 재생한다. 사운드 설정은 약화, 기본, 강화 3단계로 돼 있다. 강화를 선택하면 굉음을 내뿜는 스포츠카를 타는 것같은 기분을 맛볼 수 있다. 여유롭고 조용한 드라이빙을 즐기고 싶다면 사운드 설정을 끄면 된다.
[디지털뉴스국 최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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