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MK초점]넘치는 피해자, 그럼에도…김기덕·이윤택·조재현 닮은꼴 행보
입력 2018-06-21 09:27  | 수정 2018-06-21 11:13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피해자는 넘치는데 가해자는 없나? 과거의 끔찍한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용기를 낸 미투(Me Too) 피해자들의 증언이 끊이질 않는 가운데 고발 대상자로 지목된 이윤택 김기덕 조재현의 ‘난 아냐 행보가 닮았다. 끝이 보이질 않는 진실 싸움, 결국 법적 심판만 남았다.
지난 20일 미투 고발 대상자로 지목 받으면서 모든 활동을 중단한 조재현이 또 한 건의 성폭행 혐의에 휩싸였다.
16년 전 조재현에게 방송국 화장실에서 성폭행 당했다”는 재일교포 여배우 A씨의 주장이 보도되며 또 한 번 충격을 안긴 것.
A씨는 당시 사건으로 깊은 우울증에 빠졌고, 2007년 배우의 꿈을 접은 채 일본으로 돌아간 후에도 지속적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조재현의 진심어린 사과를 받고 싶다”고 입장을 밝혔지만, 조재현은 사실 무근이다. A씨를 고소하겠다”며 강경대응을 시사했다.

조재현 측 법률대리인은 2002년 A와 합의하에 성관계를 했을 뿐, 성폭행은 아니다. A씨의 어머니가 협박해 7000~8000만원을 보내 주기도 했다”며 ‘미투 사태 이후 3억 원을 추가 요구하는 내용 증명이 날아놨다. 상대편 변호사가 손을 뗀 상황에서 모녀가 언론에 터뜨렸다. 21일 공갈 미수로 고소장을 접수할 것”이라고 전면 반박했다.
지난 2월 미투 대상자로 지목된 그는 곧바로 사과한 뒤 모든 일정에서 하차했다. 3월 MBC 'PD수첩'의 보도에도 별다른 대응 없이 자숙을 택했고 경찰 조사가 필요하다면 성실하게 받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명확한 조사와 처벌이 이뤄지고 있지 않은 가운데 그저 ‘침묵을 선택했을 뿐, 그럼에도 그를 둘러싼 성추문은 끊이질 않는 것. 그런 그가 여배우 A에 대해서는 고소를 택하면서 법정 싸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같은 날 서울중앙지방법원(형사 30부)에서는 연극계 대부 이윤택 감독의 첫 공판이 열렸다. 덤덤한 모습으로 나타난 이 감독은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았고, 예정됐던 증인 심문이 비공개로 진행됐다.
연희단거리패의 창단자이자 실질적인 운영자인 그는 배우 선정 및 퇴출 등 극단 운영에 절대적인 권한을 가진 점을 이용해 1999년부터 2016년 12월까지 극단원 17명을 상대로 상습적인 성폭력을 저지른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됐다.
이윤택은 피해자들에게 안마를 강요하면서 자신의 주요 부위를 만지게 하거나 연기지도를 빌미로 여자배우들의 신체를 상습적으로 만진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 과정에서 검찰은 이윤택이 1999년부터 2016년 12월까지 여성 단원 17명을 62차례에 걸쳐 추행했다는 진술을 확보, 그러나 공소시효를 고려해 2010년 4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단원 8명을 23차례에 걸쳐 성추행한 혐의만 적용했다.
앞서 첫 번째 공판준비기일에서 변호인을 통해 혐의를 부인,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에서도 일관된 입장을 유지해온 이 감독 측은 역시나 변함이 없었다. 처음부터 그런 방식의 교육이 이뤄지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는데 8년간 아무말이 없다가 왜 이제야 수치심을 느끼는 지, 피고가 행한 자극들이 왜 필요한지를 비롯한 실제 일어났던 여러 상황들을 따져보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 감독의 재판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미투 운동의 시발점이 된 사건이자 ‘미투 가해자로 사법 판단을 받게 되는 ‘첫 사례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 이 감독은 피해자들에 대한 행위는 일부 인정하면서도 ‘성추행·성폭행 아닌 교육 방식의 일환”이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또 한 명의 ‘거장 김기덕 감독 역시 나는 그렇게 살지 않았다”며 자신을 둘러싼 혐의를 모두 부인하며 소송을 진행 중이다. 지난 3월 '영화감독 김기덕, 거장의 민낯'이라는 제목으로 김기덕 감독의 미투(Me Too) 내용을 다룬 MBC 'PD수첩' 제작진과, 당시 프로그램에 출연해 인터뷰에 응한 여배우 B씨 등 2명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3일 고소한 것.
지난해 강제추행치상 등 혐의로 자신을 고소했던 여배우 B씨에 대해서는 '무고 혐의'로 추가 맞고소했다. '혐의없음' 결론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PD수첩'에 출연해 자신에게 성폭행범, 강간범 이미지를 씌우고 성폭력 의혹이 있는 것처럼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는 이유다.
김 감독은 지난 12일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인 자격으로 출석해 억울함과 분노를 드러내기도. 그는 이날 조사에 앞서 나는 그렇게 살아오지 않았다. 방송에 나온 그런 행동을 한 적이 없다”며 거듭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그러면서 "영화를 만들면서 나름대로 인격을 갖고 존중하면서 배우와 스태프를 대했다고 생각한다. 은혜를 아프게 돌려주는 것이 너무나 안타깝다"고 토로해 또 한 번 따가운 시선을 받았다.
대중의 심판에 이어 법적 심판은 어떻게 내려질 지, 이 끔찍한 공방의 끝에 여전히 많은 이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진정한 ‘정화 운동의 시발점이 되길 바랄 뿐이다.

kiki2022@mk.co.kr[ⓒ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