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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현정의 직구리뷰]심봤다, ‘변산’!
입력 2018-06-21 08:00  | 수정 2018-06-21 08:49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값나게 살진 못해도 후지게 살진 말어!!! -‘변산 대사 중”
주인공은 역시 마지막에 등장하는 법이다. ‘동주에서 시작된 이준익 감독의 ‘청춘 3부작이 ‘박열을 거쳐 ‘변산으로 마무리 된다. 피날레답게 이준익 감독만의 필살기가 제대로 녹아있다. 해외 대작들이 뒤덮은 요즘 극장가에 자랑스럽게 내놓을 만한, 맛깔스럽고도 따뜻한 리얼 힐링 휴먼극이다.
영화는 꼬일 대로 꼬인 순간, 짝사랑의 꼼수로 흑역사 가득한 고향 변산에 강제 소환된 주인공 학수(박정민)의 이야기다. 인생 최대 위기를 맞은 그의 유쾌한 드라마를 통해 이준익 감독은 이 시대의 청춘을, 아니 냉혹한 사회 속에서 지쳐버린 우리의 영혼을 따뜻하게 위로한다.
불우한 가정환경 속에서 일찌감치 마음을 닫고 지긋지긋한 고향을 떠나 오로지 래퍼의 꿈을 이루기 위해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버텨온 학수.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병환 소식에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 고향에 가게 되고, 도착과 동시에 위기의 연속이다. 빡세지만 스웩 넘치고 부끄럽지만 빛났던 청춘, 그가 원하지 않아도 각종 사건들과 인물들로 인해 흑역사는 떠오르고 온갖 웃픈 상황들이 그의 발목을 잡는다. 결국 정면 돌파를 하는 수밖에.
작품 곳곳에서는 이 시대의 청춘들이 피하지 않고, 많이 사랑하고 다투고 화해하면서 살았으면 좋겠다”는 감독의 애정과 진심이 진하게 베어있다. ‘육체는 젊게 태어나서 늙어가 비극이지만 영혼은 늙게 태어나서 젊어가 희극이다는 오스카 와일드의 명언처럼, 이준익 감독의 다뜻한 인간미와 잔망스러운 아재미, 그리고 나이와 상관없는 영혼의 열정과 끼, 순수함을 고스란히 입혔다.
유쾌하고도 단순한 이야기에 힙합이라는 자전적 고백을 이용해 색다른 공감대를 형성한다. ‘첫사랑 ‘꿈 ‘고향 ‘가족 등의 친숙한 명제들을 적절한 비율로 맛깔스럽게 조제해 친숙함을 높이면서도 현실감 넘치는 대사와 현실을 관통하는 시선으로 가벼운 듯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그리고 이것을 ‘정이라는 고유의 진한 정서로 감싸 안아 소소한 웃음이 끊이질 않는 ‘힐링을 선사한다. 어떤 틀을 깨는 듯 자유로우면서도, 어떤 틀 안에서 노는 안정감을 노련하게 밀당한다. 유치하고 촌스러운 듯, 하지만 알고 보면 누구나 꿈꾸고 그리워하는 향수와 판타지를 맛깔스럽게 요리해낸다.
주연 배우인 박정민과 김고은을 비롯해 장항선 정규수 등 베테랑 배우들의 조화는 그야말로 완벽하다. 고준 신현빈 김준한 배제기 최정헌 임성재까지 개성 넘치는 배우들이 총출동해 다채로운 양념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시작은 다소 낯설 수 있다. 하지만 극장을 나설 때는 함박 웃음을 짓고 있는 자신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할리우드 대작의 화려함이 전혀 부럽지 않은, 우리만의 향토적 정서를 똑똑하고도 오밀조밀 촘촘하게 담아냈다. 유쾌하고 통쾌한, 영양 만점 건강식이다. 오는 7월 4일 개봉.
kiki202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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