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기혼자 썸방`, `초딩만 들어와`…부적절한 카톡 오픈 채팅방 봇물
입력 2018-06-20 16:02 
카카오톡에는 `기혼방`이라는 이름의 오픈채팅방이 수십개다. 이들의 목표는 배우자 몰래 `썸`을 타는 것이다. [사진 =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 캡쳐]

"성별, 기/돌(기혼/돌싱), 간단한 자기소개 후 얼공(얼굴공개) 시 지목권 드려요. 욕이나 비방 시 킥(퇴장 조치)"
최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기혼방'에 대한 이야기가 올라왔다. 평소 오픈 채팅을 즐겨 이용한다고 밝힌 누리꾼은 '친목'을 검색했더니 기혼만 들어오라는 오픈 채팅방이 쏟아졌다고 폭로했다. 기혼남녀가 모여 배우자 몰래 "썸을 타자"는 게 기혼방의 목표다.
기혼방은 자체적인 규칙도 있다. 정해진 양식을 따라 자신의 신상을 공개해야 하고, 이를 어길 시 곧바로 퇴장 조치당한다. 마음에 드는 상대방과 연애를 하고 싶다면 자신의 얼굴을 공개해야 한다. 선글라스나 마스크 없이 본인의 민얼굴을 규칙에 맞춰 올리면 방장이 마음에 드는 사람을 택할 '지목권'을 준다.
기혼방을 들어가면 곧바로 일정한 양식에 맞춰 답을 한 뒤 자신의 신상을 공개해야 하고, 거부할 경우 곧바로 퇴장 조치 당한다. [사진 = 카카오톡 오픈 카톡방 캡쳐]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자는 오픈 채팅방의 본래 목적에서 벗어나 불륜을 위한 수단으로 오픈 채팅방이 이용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 '기혼'을 검색하면 각 지역 기혼방을 손쉽게 찾을 수 있었다.
직접 기혼방을 검색해 본 20일 오전 11시에도 각 채팅방은 모두 '대화 중'일 정도로 활성화돼 있었다.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에서 계속 만나자거나, 인원이 너무 많아 특정 성별만 골라 받겠다는 곳도 있었다.
부적절한 오픈 채팅방은 이뿐만이 아니다.
오픈 채팅방에는 '초딩만 들어오라'는 식의 공개 오픈 채팅방이 수십 개다. 규칙은 대부분 비슷하다. 즉시 자신의 얼굴을 공개하고 자신이 다니는 초등학교 등을 써야 한다.

단순한 친목이 목적인 방도 있었지만 부적절한 만남을 제의하는 방도 있었다. 몇몇 오픈 채팅방에선 욕설이나 음란한 말을 거리낌 없이 주고받고, 같이 모여 술을 마시자고 제의하기도 했다.
문제는 제대로 된 제재가 어렵다는 것이다.
카카오 측은 닉네임과 채팅방에 성적인 단어나 '조건만남', '도박'과 같은 단어를 금지어로 설정하고 단속에 나섰지만 역부족이다. 매일 생겨나는 오픈 채팅방을 모두 살펴볼 수도 없고, 사생활 침해와 검열이라는 부작용이 있어 완전히 제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카카오톡의 한 관계자는 "부적절한 대화방이 있을 경우 먼저 신고를 받고 그 뒤에 대화 내용을 검토하고 삭제 조치를 한다"고 밝혔다.
부적절한 카톡 오픈 채팅방. [사진 =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 캡쳐]
과거처럼 대놓고 성매매를 알선하는 오픈 채팅방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꼼수를 통해 성매매를 제시하는 오픈 채팅방은 여전히 존재했다. 오픈 채팅방에는 여고생에게 일급이 20만~30만원인 일자리를 소개해 주겠다거나, 원하는 영상을 찍어 보내주면 문화 상품권을 주겠다는 방들이 있었다. 모두 성매매와 관련된 채팅방이었다.
이외에도 자신들만 이해할 수 있는 단어로 오픈 채팅방을 개설한 뒤 도박 사이트를 알선하거나, 가짜 여권과 대포통장을 주는 등 종류도 다양했다.
오픈 채팅방의 규제를 피해 카카오톡의 '플러스 친구'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플러스 친구는 원래 기업이 고객과 원활한 소통을 하고 프로모션 알림을 전달해주는 기능이다. 하지만 누구나 자유롭게 개설할 수 있어 부적절한 용도로 이용하는 것이다. 실제로 '가출'과 같은 말은 오픈 채팅방을 만들 때 쓸 수 없지만 플러스 친구에는 가출한 사람들끼리 모이자는 방이 있다. 또 일부 플러스 친구 중에는 공공연하게 "야한 말과 사진을 주고받자"는 제목으로 방을 만드는 경우도 있었다.
[디지털뉴스국 송승섭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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