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삼성전자서비스 노사 대표, 공식 상견례…노·사·협 대타협 여부 주목
입력 2018-06-20 11:45  | 수정 2018-06-20 14:16

삼성전자서비스가 지난 4월 협력업체 직원 8000여명을 직접고용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뒤 21일 처음으로 노사협상 테이블에서 사용자 대표인 최우수 대표이사와 나두식 노조 지회장 간 공식 상견례를 갖고 급여·처우 협상을 진행한다.
그간 협력사 노조와 임단협 협상을 직접 하지 않고 경총에 위임해왔던 삼성으로써는 노조 대표와 직접 만나 소통과 타협을 기회를 모색하는 역사적 실험에 나서는 것이다.
삼성전자서비스의 직고용 결정은 대기업들에 외주(아웃소싱)의 영역이었던 설치·사후관리(AS) 인력을 본사 직고용 형태로 흡수하는 역대 최대 규모라는 점에서도 사회적 관심이 커지고 있다. 경영 효율화보다 비정규직의 '고용안정'이라는 사회적 가치 실현에 무게를 둔 삼성의 결단이 노사 대타협으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서비스 노사는 21일 경기도 수원시 삼성전자서비스 본사에서 노사 대표 간 첫 상견례를 갖고 급여 및 경력인정 수준, 기타 처우 관련 협상을 진행한다.

양측은 지난 4월 '협력업체 직원의 직접 고용 합의서'에 서명한 뒤 두 달 간 11차례에 걸쳐 실무협의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사측은 노조로부터 적정 급여 산정 등에 필요한 8000여명의 업무 배치와 근로 기간 등 주요 자료를 전달받았다.
현재까지는 상호 순조로운 자료 공유 등 협상의 분위기는 크게 나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노조에서는 현재 삼성전자서비스 정규직인 엔지니어들와 향후 직고용될 협력사 엔지니어 간 임금체계가 단일한 구조로 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이 부분에서 사측이 어느 정도까지 양보할지 주목된다.
황수진 노조 대외협력부장은 "삼성전자서비스의 협력사 직고용은 별도 자회사를 두고 고용하는 형태가 아닌, 원청이 직접 고용하는 것"이라며 "따라서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따라 원청 엔지니어와 동일한 업무를 해온 협력사 엔지니어들에게 서로 다른 급여 테이블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사측은 무조건적인 동일임금 체계에는 난색을 표하면서도 이날 노사 대표 간 상견례를 계기로 긍정적으로 간극을 좁혀가자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측도 이번 직고용이 과거 다른 대기업이 자회사를 만들어 고용하는 형태보다 진전된 '원청 직고용' 사례인 점과 이에 따른 조합원들의 높은 기대감 등을 고려해 조속한 성과가 나올 수 있도록 진정성 있는 협상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오히려 협상의 걸림돌은 노사 협상보다 협력사 대표들과 삼성전자서비스 간 '합의금 협상'이 될 수 있다는 염려도 나온다.
8000여명 직원들의 고용주체인 전국 90개 협력사 대표들은 삼성전자서비스와 아웃소싱 계약 해지에 따른 합의금을 1년 매출액의 '100%' 수준으로 지급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서비스는 이 같은 요구가 통상 권리금을 판단하는 기준(1년 영업 시 얻는 순익의 4~5%) 등을 고려할 때 지나치게 높다는 입장이어서 상호 대타협이 필요한 상황이다.
재계단체 관계자는 "지난해 SK브로드밴드 자회사를 통해 하청 대리점 직원들을 직고용한 사례가 있지만 삼성전자서비스는 본사가 직고용하는 형태라 협상 과정에서 보다 많은 이해관계를 해소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공기업 부문에서도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지난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를 결정한 뒤 아직도 노사 간 후속 협의가 진행 중"이라며 "8000여명이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정규직 전환 결정인 만큼 근로자들이 조속히 정규직 효과를 누릴 수 있도록 노·사·협 주체가 담대한 타협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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