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KB국민 주담대 잔액 100조원 돌파…단일 은행으론 처음
입력 2018-06-06 17:36 
가계부채를 잡기 위한 정부의 고강도 대출 규제가 잇따르는 가운데 국내 단일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사상 처음 100조원을 넘어섰다. 연초부터 신규 분양이 몰리면서 집단대출이 늘어났고 전세자금대출이 올 들어 급증했기 때문이다. 대출 창구에서는 '수요는 꾸준한데 무조건 규제로 대출을 억누르는 게 능사는 아니다'는 문제의식이 확산되고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 KB국민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100조563억원으로 직전인 4월 말 대비 4030억원 늘었다. 국민은행은 주택금융 분야 최강자인 주택은행과 합병한 덕택에 주택대출 규모가 시중은행 중 가장 크다. 은행 한 곳의 주담대 잔액이 100조원을 돌파한 것은 국민은행뿐 아니라 국내 전체 시중은행을 포함해도 처음 있는 일이다.
대출 잔액은 보통 주택 매매 비수기라 신규 대출 신청이 적고 성과급 지급 덕택에 중도상환이 몰리는 연초에는 줄고 봄·가을 이사철에는 늘어난다. 국민은행의 경우 지난해에는 월말 기준으로 최소 94조원에서 최고 98조원을 오갔다. 여기에는 신규 분양 아파트 수분양자들이 받는 집단대출, 세입자가 신청하는 전세자금대출이 포함돼 있다.
올해 1월 98조4800억원이었던 이 은행 주담대 잔액은 3월 99조원을 돌파했고, 4월에는 99조6533억원까지 올라 결국 지난달 100조원 돌파라는 신기록을 세운 것이다. 총부채상환비율(DTI),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까지 부동산 대출 규제 3종 세트 영향에도 실수요가 꾸준했고, 특히 전세 수요가 급격히 늘어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 올해 1~4월 국민은행 전세대출 잔액은 매월 평균 3186억원씩 늘었다. 이는 지난해 월평균 증가액인 956억원의 세 배를 넘는 액수다. 최근 서울 인기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급등하자 집을 사기에는 자금이 부족한 이들이 상대적으로 느슨한 대출 규제(전세보증금의 최대 80%)가 적용되는 전세대출을 받아 전세살이를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국민은행을 포함한 신한·KEB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신용은행의 전세자금대출 총 잔액은 올해 3월 역대 최대인 50조원을 넘어섰고, 연내 60조원 돌파가 예상된다.
올해 1분기 역대 최대인 15만4000여 가구가 분양한 영향으로 국민은행의 집단대출 잔액도 1월 말 25조8444억원에서 5월 말 26조3653억원으로 늘었다.
이처럼 규제에도 불구하고 주담대 수요가 꾸준한데도 지금과 같은 금융당국의 대출 옥죄기식 규제를 유지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금융당국은 각 은행에 가계대출 증가율을 지난해 대비 '몇 %'로 제한하라는 목표치를 부여해 사실상 대출 잔액 총량을 관리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여신 담당 임원은 "목표치가 너무 빡빡해 이미 1분기에 올해 부여된 대출 총량을 꽉 채웠다"며 "당국 논리대로라면 하반기 가을 이사철에 실수요자들이 와도 주담대 실행이 불가능한데 이 사람들은 결국 2금융권 등에서 더 비싼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김태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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