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서초 재건축 이주 스타트…하반기만 8천가구
입력 2018-05-27 18:18  | 수정 2018-05-27 20:44
다음달 18일부터 이주를 시작하는 서울 서초구 방배5구역. [김강래 기자]
서초 재건축의 '이주 대장정'이 다음달부터 본격화한다. 올해 말까지는 약 8000가구, 내년 상반기까지는 무려 1만3000가구가 새 둥지를 찾아 나설 계획이다. 예년 같으면 전세금 폭등을 우려할 만한 상황이지만 아직 주변 전세시장은 잠잠하다. 강남권 전체가 전세금 하방 압력을 받고 있고, 서울시의 이주 시기 조정 정책으로 수요가 분산돼 시장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27일 서초구청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방배5구역은 다음달 18일부터 이주를 시작한다. 서초구청 관계자는 "방배5구역은 세입자와 아직 거주 중인 소유주가 2500가구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방배5구역의 조합원은 1108명이지만, 단독·다가구주택 밀집 지역이라 실거주 세입자 숫자까지 반영하면 이주 가구 수가 두 배 규모로 늘어난다.
방배5구역을 시작으로 올해 안에 방배13구역, 신반포3차·경남아파트 등이 이주할 계획이다. 방배13구역 역시 저층 주거지 구역이라 조합원 수(1505명)의 두 배 수준인 2900여 가구가 새 거주지를 구해야 한다. 신반포3차·경남에서도 2196가구가 이주 대상이다. 반포우성(408가구) 등 소규모 단지까지 포함하면 올해 말까지 서초구에서 8000가구 이상이 재건축으로 인해 새 집을 찾아 나서는 것이다.
통상 재건축·재개발 사업장들의 이주가 시작되면 주변 전·월세가 폭등을 거듭했다.

이주 수요는 전세 시장으로 몰린다. 조합원은 3~4년 후면 새 집을 받을 수 있으니 다른 아파트를 매입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세입자들도 인근 아파트를 매입할 자금력이 안되면 주변에서 비슷한 가격대의 전세 매물을 찾게 된다. 학군 등 이유로 거주 선호도가 높은 강남권은 이주 시 유출 인구가 비교적 적은 편이다.
지난해 7월 이주한 둔촌주공아파트(5930가구) 사례가 대표적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초 마이너스 변동률을 기록했던 강동구 아파트 전세 가격은 같은 해 6월 1.5% 오르더니 7월(1.01%)과 8월(1.31%)까지 가파른 상승세를 유지했다. 이 결과 6월 이후 강동구의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도 급증했다.
그러나 서초구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다. 사업장 주변 전·월세가 꿈쩍도 안 하고 있다. 방배5구역 조합 관계자는 "조합원 대부분이 서초구 내 지역이나 흑석, 사당 쪽으로 이사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배5구역 인근 사당우성2·3단지, 방배현대홈타운2차, 사당 신동아4차 등의 실거래 동향을 보면 거래는 활발한 편이지만 전·월세 가격에는 큰 변화가 없다.
사당우성2단지 전용 59㎡ 전세는 이번달 3억4000만원에 거래됐는데, 2~3월 성사된 4억원대 실거래가에도 못 미쳤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초구와 동작구 주간 전세금 변동률은 2월부터 꾸준히 하락세다. 과천도 3주 연속 마이너스 변동률을 기록 중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을 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전월보다 0.4% 하락하며 2012년 7월(-0.5%) 이래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단지 규모가 큰 재건축 아파트들의 이주 시점이 분산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시는 대단지 이주 시기가 겹쳐 발생하는 '전세대란'을 방지하기 위해 지난 3월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등의 이주 시기를 조정한 바 있다.
하반기부터 쏟아지는 새 아파트 입주도 재건축 이주 수요를 일정 부분 상쇄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5월 말부터 하반기까지 서울에서 총 3만가구에 달하는 단지가 입주 예정이다. 박합수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이주와 입주 규모·시점의 '미스매치'로 인해 해소되지 못한 수요가 전세 시장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올해 말까지 서초구 내에서 입주를 시작하는 곳은 아크로리버뷰(6월·595가구), 반포 래미안 아이파크(8월·829가구) 등 3135가구 정도다. 방배 옆 동작구의 신규 물량은 대부분 연말에 입주를 시작한다. 흑석 아크로리버하임(1073가구) 등 총 2511가구가 11~12월에 입주한다.
서초구발 이주 수요 급증은 일회성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도 변수다. 내년 상반기 이주 예정인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와 한신4지구까지 합치면 향후 1년 동안 서초구에서 약 1만3000가구가 연달아 이주한다.
[김강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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