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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인터뷰] SK 산체스 “최고의 팀 메이트, 내년에도 함께 하고파”
입력 2018-05-13 07:10 
12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MK스포츠와 인터뷰를 가진 SK 앙헬 산체스. 이날 선발로 나올 예정이었지만, 비로 취소되면서 다시 등판이 밀렸다. 13일은 김광현이 마운드에 오른다. 지난 1일 이후 열흘 넘게 쉬고 있는 산체스지만 "컨디션은 문제 없다"고 말했다. 사진(인천)=안준철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인천) 안준철 기자] 올해 프로야구 SK와이번스의 새로운 히트상품은 단연 우완 앙헬 산체스(29)다.
SK가 오랫동안 러브콜을 보냈던 선수가 바로 산체스다. 2015년부터 빠른 공이 매력적인 산체스를 영입하려했다. 하지만 산체스는 그 해 9월 팔꿈치인대접합수술(토미존서저리)를 받았고, 긴 재활에 들어갔다. 그럼에도 SK는 꾸준히 산체스의 동향을 살폈고, 꾸준히 연락하면서 관계를 유지했다. SK의 정성에 감복한 산체스도 한국행을 결심했고, SK와 110만 달러에 사인했다. SK는 산체스의 생일인 11월28일 계약사실을 발표했다.
전국적으로 내린 비로 경기가 취소된 12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만난 산체스는 한국, 인천이 참 좋다. 열성적인 응원을 보내주시는 팬들과 최고의 팀메이트와 함께 하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에 처음 왔을 때부터 느낀 점이지만 환영받는다는 기분이 강해서 더 좋다”며 미소를 지었다.
올 시즌 산체스는 SK선발진의 확실한 카드로 자리 잡았다. 7경기에서 44이닝을 던져 4승 무패 평균자책점 2.25를 기록 중이다. SK선발 투수 중 가장 뛰어난 성적을 거두고 있다. 특히 150km를 훌쩍 넘는 강속구가 매력적이다. 지난 1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서는 올 시즌 최고구속인 156km까지 찍었다. KBO리그에 데뷔하기 전인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부터 산체스는 파이어볼러로서 대박을 터트릴 조짐을 보였다. 최고 152~153km까지 찍히는 직구에 타구단 관계자들이나 전문가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였으니, 산체스는 기대대로 KBO리그에 적응하고 있다. 산체스도 (현재까지는) 꽤 만족스럽다. 내가 나갈 때 팀이 이길 확률이 높아지고, 또 내가 마운드에 오래 있으면 팀이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야구 천재들의 고장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인 산체스는 7세 때부터 야구를 시작했다. 열입곱살 많은 삼촌 헤랄도 구즈만(Geraldo Guzman) 때문이었다. 산체스와 같은 우완 투수인 구즈만은 2000~2001년 메이저리그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서 던졌다. 2000년에는 주로 선발로 나서 5승4패 평균자책점 5.37을 기록했고, 2001년에는 불펜으로 4경기에 나가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2.89를 기록했다. 산체스는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셔서 삼촌(구즈만)과 할머니와 생활했다. 삼촌의 영향 때문에 야구를 시작했고, 투수를 했다. 사실 마리아노 리베라니 페드로 마르티네즈와 같은 투수가 되고 싶었는데, 어릴 때 키가 작아서 투수를 시켜주지 않았다. 그래서 3루수와 유격수로도 뛰었다”며 웃었다. 그에게 타격 실력을 물어봤더니 스위치히터였는데, 타격보다는 수비, 특히 던지는 것에 더 신경 썼다”며 말을 돌렸다.
최고 158km까지 던지는 산체스의 빠른 공은 어릴 때부터 돋보였다. 산체스는 14세 때 85마일(137km)까지 던져봤다. 사실 그 무렵이 힘든 시기였다. 할머니가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길 원하셨는데, 집안 형편이 어려웠다. 할머니가 바라시는 대로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에 넘어가서는 92~93마일(148~150km)까지 직구 구속이 나왔는데, 그 때 몸이 엄청 말라 있었다. 미국에서 체중도 늘리고, 노력을 하면서 구속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산체스의 강속구는 제구가 된다는 점에서 더 위력적이다. 스트라이크존에 걸치기 때문에 타자들이 더 치기 어렵다. 산체스는 세게 던지면 더 빠르게 던질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컨트롤이 되면서 던져야 경기를 컨트롤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매커니즘적으로 딜리버리가 완성되면서 던지면 95마일(153km)까지는 컨트롤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타자들과 상대할 때는 조심스럽다. 산체스는 내가 실투를 하면 박살이 날 정도로 한국 타자들이 잘 친다. 타자 한 명 한 명을 상대할 때마다 긴장하면서 던진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팀 타자들을 적으로 만나지 않아 다행이다. 진짜 3번부터 6번까지는 만나고 싶지 않다. 실투면 곧바로 공이 담장 밖으로 사라질 것이다”라고 홈런군단 SK타자들에 대한 칭찬도 빼놓지 않았다.
산체스는 자신이 던지는 공만큼이나 빠르게 SK에 녹아들었다. 물론 동료들의 도움도 컸다. 투수조장인 박정배(36)는 산체스가 선수단에 합류했을 때부터 세심히 신경 썼다. 이제 산체스도 박정배를 빡빡이 형”이라고 부르며 잘 따른다. 산체스는 다른 동료들을 자신만의 별명으로 부른다. 예를 들어 우완 서진용(26)은 빅 섹시(Big Sexy), 좌완 김태훈(28)은 스몰 섹시(Small Sexy)다. 산체스는 외모와 관련이 있는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라고 즉답을 피했다. 사이드암 백인식은 백상어를 닮았다고 해서 엘디부라 부른다.
역투 중인 SK 산체스. 산체스는 올 시즌 SK선발진의 확실한 선발 카드로 자리잡았다. 사진=김재현 기자
한국 생활도 만족스럽다. 부인 델리아도 송도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어, 안정적이다. 산체스는 한국 생활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점으로 24시간 배달을 꼽았다. 특히 B사의 치킨은 이제 산체스가 가장 선호하는 한국 음식이 됐다. 봉지라면도 혼자 끓여먹는 수준이 됐다. 또 한국만의 독특한 치어리딩 문화에도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그는 치어리더들이 경기 중에 나와서 노래에 맞춰 춤을 추고 흥겨운 분위기를 만드는 게 너무 좋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에 들어온 일본 스카우트들도 산체스를 유심히 보고 돌아갔다. 산체스의 명성은 다른 리그에도 퍼져가고 있다. 그래도 산체스는 가급적이면 계속 한국에서 뛰고 싶다. 사실 음식은 아직 적응 중이다. 음식 때문에 한 20%정도 고민이 되는데, 내년에도 내가 여기서 뛸 가능성은 75%다. 물론 정확한 건 올 시즌을 치러봐야 안다”라고 웃었다.
산체스는 오키나와 캠프에서 개인목표는 따로 없고 팀 성적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전형적인 한국선수들의 모범답안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하나 생겼다. 바로 한국어 배우기다. 단어 위주로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무슨 의미인지, 어떤 상황에 쓰는 말인지 부터 배우고 있다”고 자랑했다. 그러면서 야구적으로는 지금처럼 계속 하고 싶다. 좋은 팀 성적에 내 역할만 다하면 된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앙헬 산체스(Angel Luis Sanchez)
1989년 11월 28일 도미니카공화국
185cm 88kg
Santo Domingo대학
2010년 LA다저스 아마추어 자유계약
LA다저스-마이애미 말린스-피츠버그 파이어리츠-SK와이번스
jcan1231@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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